동물 장기 생산 순조

중앙일보

입력

신장이나 간 등 장기가 망가져 장기 기증자를 기다리다 죽는 사람이 세계적으로 한해 수만명에 이른다.

아직 장기를 통째로 복원하거나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 환자는 오직 장기 기증자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릴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머지않아 돼지나 침팬지 등 동물에서 인간 장기를 생산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다. 우리나라와 유럽연합(EU)이 건강한 생명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중점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생명공학이 그같은 사회를 만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울대 수의과대 황우석 교수는 "우리나라를 비롯, 미국.유럽 등 각국은 동물의 유전자를 조작해 인간 장기를 생산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가시적인 성과도 잇따르고 있다"며 "인간 장기를 생산할 동물로 돼지가 가장 적합하다"고 말했다.

돼지의 장기는 인간의 것과 그 크기가 비슷하다. 이것 저것 가리지 않고 먹는 것도 비슷하다. 또 한번에 10여마리의 새끼를 낳는 것도 인간 장기를 대량으로 생산하기 좋은 조건이다.

돼지의 장기를 인간에 이식하지 못하는 것은 면역거부 반응 때문이다.

서울대 의대.수의대가 실험한 바에 따르면 돼지 장기를 다른 동물에 이식하면 서너시간 만에 그 장기가 썩는다. 급성 면역거부현상 탓이다. 이는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현재 서울대, 영국의 PPL사, 미국의 미주리대 등 돼지 복제 기술을 확보한 연구기관들은 이 면역거부 유전자를 완전히 제거하는 데 매달리고 있다. PPL사와 미주리대는 면역거부 유전자 중 급성 면역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형질전환돼지를 복제하기도 했다.

서울대의 경우 인간 장기 생산용 복제돼지가 탄생할 것에 대비, 1백억원을 들여 무균 돼지 사육시설을 최근 완공했다.

말이 돼지 사육장이지 외부와 차단된 특수 의료시설에 버금간다. 사료도 완전히 살균하며, 물과 공기도 정화장치를 통과하지 않고는 안으로 들어 올 수 없다.

돼지에서 인간 장기를 생산할 준비가 하나하나 갖춰지고 있는 것이다.

돼지의 간이나 신장을 달고 다닐 이웃을 보게 될 날도 멀지 않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