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스 "아무래도 힘이 달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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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댈리(37.미국.1m80㎝)와 로라 데이비스(40.영국.1m78㎝)는 마치 오누이처럼 보였다. 얼굴 생김새나 체격도 닮았고, 폭발적인 드라이브샷도 닮았다. 데이비스를 왜 '여자 댈리'라고 하는지 알 만했다.

그러나 데이비스가 아무리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 최장타자로 2백70야드를 넘나드는 드라이브샷을 날린다 하더라도 남자선수들과 맞겨루기에는 역시 역부족이었다.

국내 무대 첫 골프 성대결에 나선 데이비스는 9일 충남 천안 우정힐스 골프장(파72.6천4백25m)에서 개막한 제46회 코오롱 한국오픈 1라운드에서 6오버파 78타를 쳐 공동 87위에 머물렀다.

국내 상금랭킹 1위 정준(31.한국캘러웨이).베테랑 박남신(44.테일러메이드) 등과 같은 순위를 기록한 데이비스는 2라운드에서 타수를 대폭 줄이지 못하면 3라운드 진출이 힘들 전망이다. 데이비스와 같은 조에서 라운드한 댈리는 1오버파 73타로 공동 13위, 허석호(30.이동수패션)는 3오버파 75타로 공동 41위에 올랐다.

평소 드라이버를 자주 사용하지 않는 데이비스였지만 이날은 남자 선수들을 따라잡기 위해 대부분 드라이버로 티샷했다. 드라이버(7도)를 잡고도 티잉 그라운드에서 티(tee)를 꽂지 않고 맨바닥에 공을 놓고 치는 것이 이색적이었다. 그러나 데이비스의 티샷은 댈리보다 20~30야드, 허석호보다는 10~20야드 덜 나갔다.

미국프로골프협회(PGA)에서도 손꼽히는 장타자인 댈리는 파5의 5번홀에선 3백20야드가 넘는 드라이브샷을 날려 갤러리의 탄성을 자아냈다. 그러나 들쭉날쭉한 플레이는 여전해 보기와 더블보기 각각 2개에 버디 5개를 잡아내는 데 그쳤다.

댈리는 "핀 위치가 매우 어려워 고전했다"고 말했다.

첫날 경기에선 일몰로 인해 5개조가 경기를 마치지 못한 가운데 오태근(27.팀애시워스)이 5언더파 67타를 몰아쳐 단독선두에 나섰고, 장익제(30)와 조현준(29)이 2언더파로 공동 2위에 올랐다.

한편 국내 남자골프의 간판격인 강욱순(37.삼성전자)은 별다른 설명 없이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다. 국내 최고 권위의 한국오픈에 여자 선수가 초청선수로 출전한 데 대한 반감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천안=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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