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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한달 남긴 트럼프, '러시아 스캔들' 관련자·측근 무더기 사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20명의 사면·감형 대상자를 발표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20명의 사면·감형 대상자를 발표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임기를 한 달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측근들에 ‘무더기 사면’을 단행했다.

15명 사면·5명 감형..."정치적·개인적 목적" 비판 #'러시아 스캔들' 관련 허위진술 혐의 2명 사면 #민간인 학살 관련 군인·부정부패 전 의원 포함

2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성탄절을 앞두고 15명을 완전히 사면하고 5명의 형량을 낮췄다. 사면 대상에는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가 러시아와 내통했다는 ‘러시아 스캔들’ 관련자와 이라크 민간인 집단 학살 관련자 등이 포함됐다.

이중엔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고문으로 ‘러시아 스캔들’에 연루돼 유죄판결을 받았던 조지 파파도풀로스도 포함됐다. 그는 로버트 뮬러 특검에 의해 기소된 뒤 거짓 진술 혐의에 유죄를 인정하고 형량을 감형받아 지난 2018년 말 14일의 옥살이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고문이었던 조지 파파도풀로스가 22일 사면 명단에 올랐다. 그는 '러시아스캔들' 관련 허위 진술을 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고문이었던 조지 파파도풀로스가 22일 사면 명단에 올랐다. 그는 '러시아스캔들' 관련 허위 진술을 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AP=연합뉴스]

러시아의 부호 게르만 칸의 사위 알렉스 판 데어 즈완도 사면 명단에 포함됐다. 변호사인 그도 2016년 트럼프 선거캠프 자문과 접촉한 일에 대해 미 연방수사국(FBI)에 허위 진술한 혐의로 기소돼 30일 구류 처분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러시아 스캔들에 대해 정치적 수사라고 주장하며, 관련자들을 잇달아 사면해왔다. 이번 사면에 앞서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고문 역할을 해온 로저 스톤도 사면한 바 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사면은 러시아 스캔들과 연루돼 사법처리된 이들을 앞으로 더 많이 사면하겠다는 신호"라고 보도했다.

이날 던컨 헌터, 크리스 콜린스, 스티브 스톡먼 등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해온 공화당 정치인들도 사면 대상에 올랐다.

헌터 전 하원의원은 2019년 선거캠프 자금을 유용한 혐의에 대해 유죄를 시인하고 다음 달 복역할 예정이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초기부터 지지한 연방 의원 중 한 명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는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다른 초기 지지자인 콜린스 전 하원의원은 FBI에 허위진술을 하고 증권사기를 저지른 혐의에 대해 지난해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 26개월형을 받은 뒤 복역 중이다.

2018년 자선기금을 남용한 혐의로 10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스톡먼 전 하원의원도 사면됐다. 스톡먼 전 의원은 대선 사기를 주장하고 있는 트럼프 캠프의 전 법률고문 시드니 파월이 탄원서를 써줬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2007년 이라크에서 민간인을 학살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전직 민간군사기업 요원들. 왼쪽부터 더스틴 허드, 에반 리버티, 니콜라스 슬래튼, 폴 슬로. [AP=연합뉴스]

2007년 이라크에서 민간인을 학살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전직 민간군사기업 요원들. 왼쪽부터 더스틴 허드, 에반 리버티, 니콜라스 슬래튼, 폴 슬로. [AP=연합뉴스]

지난 2007년 이라크에서 무고한 민간인을 살해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전직 블랙워터 요원 4명도 이번에 사면됐다. 민간기업 요원으로 미군과 계약해 이라크에 파견 나갔던 이들은 이라크 바그다드 니수르 광장에서 민간인 수십명을 학살했다. 이들 중 한명인 니콜라스 슬래턴은 최초 발포자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임기를 한 달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발표한 무더기 사면에 대해 민주당은 "법치주의 훼손"이라며 반발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측근과 우방에 보상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면을 활용했다”며 “앞으로 더 많은 사면과 감형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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