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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라법' 서영교 분노 "친모가 재산 40% 갖는것 용납 못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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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24일 세상을 떠난 가수 고 구하라씨 빈소. 뉴스1

지난해 11월 24일 세상을 떠난 가수 고 구하라씨 빈소. 뉴스1

"고(故) 구하라씨가 세상을 떠나기 전 엄마가 돌봐주고 있었다면 그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법원의 판결은 아이를 돌보지 않고 집을 나간 엄마의 책임에 무게를 뒀다고 봅니다."

'구하라법' 대표 발의한 민주당 서영교 의원 #"제2, 제3 구하라 막기 위해 민법 개정돼야"

 일명 '구하라법'을 대표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국회의원(서울 중랑구 갑)은 22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광주가정법원 가사2부(부장 남해광)가 지난 18일 구씨의 친오빠 구호인씨가 친모를 상대로 제기한 상속재산분할 심판청구 소송에서 "구씨 유가족과 친모는 5 대 5가 아닌, 6 대 4의 비율로 구씨의 유산을 분할하라"고 주문한 것을 두고서다.

 재판부는 "구씨 아버지가 약 12년 동안 상대방(친모)의 도움 없이 혼자 양육한 것을 단순히 아버지의 미성년인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 이행의 일환이라고 볼 수 없다"며 "구씨 유가족들의 기여분을 20%로 정한다"고 했다. "부모는 이혼을 하더라도 미성년인 자녀를 공동으로 양육할 책임이 있다"면서다.

 이에 대해 서 의원은 "법원의 판단은 존중하지만 아이(구하라)를 돌보지 않고 집을 나간 엄마가 이 아이가 세상을 떠난 것에 대해 책임을 지기는커녕 아이가 열심히 살면서 남긴 재산을 40%나 가져가는 건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가수 구씨는 만 28살이던 지난해 11월 세상을 떠났다. 고인의 친부는 자신의 상속분을 구씨 오빠인 구호인씨에게 양도했다. 구씨 친모는 구씨가 9살이던 해에 친부와 이혼한 뒤 구씨 남매와 연락을 끊고 살아왔다. 이후 구씨가 사망하자 20년 만에 나타나 딸 소유 부동산 매각 대금 등 상속 재산 절반을 요구했다. 이에 구씨 오빠는 "양육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친모를 상대로 가사소송을 제기했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8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구하라법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구하라씨 친오빠 구호인(왼쪽)씨와 '전북판 구하라'로 불린 강한얼 소방관의 친언니 강화현(오른쪽)씨도 이날 "21대 국회에서는 '구하라법'이 꼭 통과돼야 한다"고 했다. 뉴스1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8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구하라법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구하라씨 친오빠 구호인(왼쪽)씨와 '전북판 구하라'로 불린 강한얼 소방관의 친언니 강화현(오른쪽)씨도 이날 "21대 국회에서는 '구하라법'이 꼭 통과돼야 한다"고 했다. 뉴스1

 재판부는 "상대방(친모)은 (성인이 되기까지) 약 12년 동안 구씨를 전혀 면접·교섭하지 않았고, 아버지가 상대방과 구씨의 면접·교섭을 방해했다는 정황도 보이지 않는다"며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실질적 공평을 도모하기 위해 청구인의 상속분을 조정할 필요가 있을 만큼 아버지가 구씨를 특별히 부양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에 대해 서 의원은 "현행 민법으로는 (6 대 4 유산 분할) 그 이상을 하긴 어려웠을 것"이라며 "판사님이 100% 저쪽(친모)이 (구하라씨 유산을) 가져가서는 안 된다는 걸 아는데도 고심 끝에 이 만큼이라도 (판결)한 것은 하루빨리 구하라법이 개정돼야 하는 이유를 준 것과 마찬가지"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구하라법에 대해) 법무부와 법원 일각에서 다른 의견이 있지만, 제2, 제3의 구하라를 막기 위해서라도 이 법(구하라법)이 속히 법사위를 통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서 의원은 지난 6월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에 대한 상속권을 박탈하는 민법 일부 개정 법률안인 일명 '구하라법'을 본인의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대표 발의했다. 구하라법은 '피상속인의 직계존속으로서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현저히 게을리한 사람은 상속인이 되지 못한다'는 게 핵심이다. 현행 민법에는 피상속인을 살해한 자, 유언장을 위조한 자 등 5가지 결격 사유가 있다.

 서 의원은 지난해 11월 초 해당 개정안을 발의했다. 구씨의 오빠는 지난 3월 서 의원이 만든 법을 기반으로 국회에 구하라법 입법 청원을 올려 10만명의 동의를 얻었으나, 20대 국회 처리는 불발됐다.

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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