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체력의 70대 경락 전문가

중앙일보

입력

"주변에선 70대 중반의 나이에 이젠 쉴 때도 되지 않았느냐고 묻곤 합니다. 하지만 아직은 20대 못지 않은 체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정열과 체력에 자신이 있기에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일을 할 것입니다."

서울 강남에서 내면미용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염송옥(75)씨. 내면미용이란 우리 몸의 경락을 자극, 미용은 물론 건강까지 되찾는 염씨 특유의 마사지법이다. 그가 내면미용이라는 일반인에게 다소 낯선 분야를 개발한 것은 1955년. 반백년을 내면미용을 연구 한 전문가이다.

이에 따라 염씨의 연구소를 찾는 사람들도 80세를 바라보는 그의 손길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고객들은 "처음에는 20대 같은 손아귀 힘에 놀라고 다음에는 시원함에 놀랐다"고 입을 모은다. 더구나 염씨는 매일 2~3명의 고객을 맞아 한 명당 3시간씩 마사지를 하면서도 전혀 지친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아마 제가 경락을 연구하기 때문에 체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더구나 사람들의 피로를 풀어줘야 하는 제가 먼저 지쳐서는 안돼지요."

그래서 80년대 서울의 한 백화점에 마사지숍을 운영했을 때는 김자옥.박원숙.황신혜씨 등 당시 내로라는 배우들이 단골 손님이었다고 한다. 대한제국 마지막 황태자비 이방자 여사의 건강을 돌봐주기도 했다.

황해도 출신인 그가 내면미용과 인연을 맺은 것은 고향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다 한국전쟁 때 혼자 월남한 뒤 주변의 권유로 미용기술을 배운 것이 계기가 됐다.

결혼 후 어려운 가정 살림에 보탬이 될까 해서 경기도 문산에서 미장원을 개업했고 그곳에서 손님의 목과 어깨를 주물러 주다 자신이 마사지에 소질이 있음을 깨닫게 됐다는 것이다.

"제 손만 닿으면 피로가 풀린다고 손님들이 얘기하니까 신이 났죠. 게다가 저 자신도 어깨가 몹시 아팠는데 혼자 경락을 자극해 고치면서 연구해볼 만한 분야라는 생각이 들었죠."

이후 염씨는 본업인 미장원 일보다 경락 연구에 더 매달리게 됐고 틈 날 때마다 자신의 몸을 이용한 임상실험을 했다고 한다. 우연히 알게 된 스님에게서 경락의 기본원리인 한의학을 배우기도 했다.

요즘엔 내면미용 시술소 일을 하는 한편 대학 교양강좌에 매주 두 차례씩 출강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염씨는 "그간 배출한 제자가 전국에 3백여명 정도 된다"며 "혼자 연구를 통해 깨우친 건강법을 널리 알려 국민건강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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