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국민 65% "올림픽 연기·취소해야"…'고투' 접은 스가, 다시 시험대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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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지율 급락으로 위기에 처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도쿄 올림픽 문제로 다시 시험대에 서게 됐다. 일본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국민 10명 중 6명 이상이 내년 7월 올림픽을 재연기하거나 취소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나타나면서다.

아사히 조사서 스가 지지율 39%로 급락 #"올림픽 예정대로 개최" 답변은 30%에 불과 #스가 "올림픽 인류 코로나 극복 증거될 것"

지난 1일 시민들이 일본 도쿄 오다이바에 설치된 오륜마크 조형물을 촬영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1일 시민들이 일본 도쿄 오다이바에 설치된 오륜마크 조형물을 촬영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아사히 신문이 19~20일 전국 유권자 152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스가 내각 지지율은 지난달 조사 때보다 17%포인트 급락한 39%를 기록했다. 일본 정계에서 '위험수위'로 거론되는 40% 선을 밑도는 수치다. 반면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자 비율은 한 달 새 20%에서 35%로 15%포인트나 급등했다.

지지율을 끌어내린 주요인은 코로나19 확산이다. '방역과 경제 양립'을 내세우며 밀어붙였던 관광진흥책 '고 투 트래블(Go To Travel)'을 여론 악화에 떠밀려 일시 중단했지만 응답자 79%는 "타이밍이 너무 늦었다"고 평가했다.

NHK 집계에 따르면 20일 일본 전역에서 새로 확인된 확진자는 2496명으로 검사 건수가 줄어드는 일요일 기준으로는 하루 최다였다.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듣고 있는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EPA=연합뉴스]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듣고 있는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EPA=연합뉴스]

새로운 시험대는 7개월 앞으로 다가온 올림픽이다. 이번 조사에서 내년으로 연기된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을 "예정대로 개최해야 한다"는 의견은 30%로 나타났다. 지난 10월 조사 때(41%)보다 크게 줄었다. '다시 연기해야 한다'는 답변은 26%에서 33%로 늘었고, "취소해야 한다"도 28%에서 32%로 높아졌다. 응답자의 65%가 '올림픽 연기, 혹은 취소'를 지지한 것이다.

지난 14일 발표된 NHK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31%가 올림픽을 "연기해야 한다"고 답했고, 32%는 "취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정대로 개최"를 지지한 비율은 27%에 그쳤다. 10월 조사에 비해 부정적인 의견이 15%포인트 늘어났다.

일본 정부는 아직까지 "올림픽을 예정대로 치르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스가 총리는 21일에도 도쿄서 열린 한 심포지엄에 참석해 "내년 여름, 인류가 코로나19에 이긴 증거로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을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도 17일 니혼게이자이 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도쿄올림픽을 예정대로 개최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도쿄올림픽은 준비가 잘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감염 대책의 일환으로 6월까지 국민 대부분에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에게 원칙적으로 경기 때 외에는 선수촌을 나가지 않도록 요구하고 경기장에서 관중이 큰 소리로 대화하는 것을 금지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지난달 16일 기자회견에서 답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지난달 16일 기자회견에서 답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하지만 새해 들어서도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올림픽 개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더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취소라는 최악의 경우까지 염두에 두고 계획을 짜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나날이 불어나는 개최 비용도 문제다. 현재까지 올림픽 연기로 발생한 추가 비용은 2940억엔(약 3조 1300억원) 정도로 추정되지만,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방역 비용 등으로 나갈 비용이 대폭 늘어날 수 있다. 마이니치 신문은 "코로나19로 의료 시스템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올림픽에 계속해서 거액의 경비를 들이는 데 대한 회의론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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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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