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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돌아 또 강남…풍선·역풍선 집값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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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정부가 17일 신규 조정대상지역 36곳을 발표했다. 투기과열지구로 신규 지정된 창원시 의창구를 포함하면 총 37곳이 규제지역으로 추가 지정됐다. 주로 수도권에 집중됐던 규제지역이 전국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그간 각종 부동산 규제를 퍼붓다시피 했는데도 아파트값은 심상치 않다. 석 달 넘게 보합세를 유지하던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아파트값이 일제히 상승 폭을 키우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조정대상지역으로 부산 9곳(서·동·영도·부산진·금정·북·강서·사상·사하구), 대구 7곳(중·동·서·남·북·달서구, 달성군), 광주 5곳(동·서·남·북·광산구), 울산 2곳(중·남구)과 파주, 천안 2곳(동남·서북구), 논산, 공주, 전주 2곳(완산·덕진구), 창원 성산구, 포항 남구, 경산, 여수, 광양, 순천 등을 추가 지정했다.

파주 등 37곳 조정대상 추가 지정

전국 집값 0.29% 올라 상승률 최고치…“정부 규제가 집값 더 올려”

반면에 인천시 중구 을왕·남북·덕교·무의동, 양주시 백석읍과 남·광적·은현면, 안성시 미양·대덕·양성·고삼·보개·서운·금광·죽산·삼죽면 등은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됐다.

정부는 애초 ‘핀셋 규제’를 내세웠지만 이번 지정으로 조정대상지역은 76곳에서 111곳으로 늘어난다. 18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추가 지정지역은 풍부한 시중 유동성, 전세가율 상승 등으로 주택매수심리가 상승세로 전환했고, 외지인 매수 및 다주택자의 추가 매수 등 투기성 이상 거래 비중이 증가했다는 것이 정부의 진단이다. 특히 공시가 1억원 미만 주택의 경우 취득세 중과가 되지 않는 틈새를 이용해 지방의 1억원 미만 매물이 품귀현상을 빚기도 했다.

규제지역 지정 현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규제지역 지정 현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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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규제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두드러진다. 6·17 대책 때 김포가 조정대상지역에서 빠지자 집값이 대폭 올랐다. 한 달 전 김포를 규제하자 파주가 급등했다. 경기도 파주시 목동동 운정신도시센트럴푸르지오 전용 84㎡의 경우 지난달 7일 7억2500만원(18층)에 거래됐던 것이 26일 9억1000만원(11층)에 실거래됐다. 3주 사이 약 2억원이 뛴 셈이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초저금리다 보니 정부의 계속되는 국지적 규제지역 지정이 옆 동네 비규제지역 집값을 올리는 풍선효과만 불러오고 있다”고 짚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아파트값도 0.04% 올라 전주(0.03%)보다 상승률이 높아졌다. 강남 4구가 서울 평균보다 많이 오르며 상승세를 이끌었다. 전국 상승률도 역대 가장 높았던 지난주(0.27%) 기록을 뛰어넘었다. 이달 둘째 주 전국 아파트값은 0.29% 올라 한국부동산원이 해당 통계를 시작한 2012년 5월 이후 최고 상승률이다.

‘돌고 돌아 결국 강남’이라는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수요가 끊이지 않는 지역인데 정부가 공급을 끊어놓으니 결국 희소가치가 높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결국 ‘똘똘한 한 채’라는 기대감에 매수 수요가 움직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9억원 이상 고가 주택을 겨냥한 차별적 증세가 9억원 미만의 중·저가 주택으로 수요를 몰리게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강북(14개 구)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8억360만원으로, 해당 통계를 시작한 2008년 12월 이후 가장 높다. 전세를 구하기 힘들고 전셋값도 비싸지자 아예 집을 사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새 아파트고, 이를 중심으로 가격이 급등하는데 정부는 공급 총량만 이야기하니 자꾸 ‘미스매치’가 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은화·최현주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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