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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가래’ 서울 60대, 병상 찾다가 숨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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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서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확진 후 집에서 사흘간 ‘병상 배정’을 기다리다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 2월 신천지교회 등 집단감염이 불러온 대구 ‘의료체계 혼란’ 이후 병상 부족으로 인해 사망한 첫 사례다. 당시 대구에선 확진자 2명이 자택 대기 중 숨졌다. 또다시 ‘병상 대란’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코로나19 중증환자 치료 병상은 전국 232개 가운데 32개만 남아 있다. 수도권에선 서울 1개, 경기 1개, 인천 1개뿐이다.

확진 판정 사흘 뒤 집에서 사망 #병상 긴급요청에도 배정 못 받아 #서울서도 ‘병상 대란’ 현실화 #전국 하루 사망 22명으로 최다 #서울시 “시스템 과부하…책임 통감”

17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사망자는 22명이 늘어 역대 최대 규모다. 신규 환자는 1014명이 발생해 전날(1078명)에 이어 이틀째 1000명대를 기록했다. 서울시는 이날 “60대 A씨가 병상 배정 대기 중 지난 15일 사망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12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 이틀 만인 14일 “피가래가 나오고 기침 증상이 있다”고 보건소에 신고했다. 동대문구보건소는 A씨의 급작스러운 상태 악화에 서울시에 긴급 병상 배정을 두 차례 요청했지만 빈 병상을 구하지 못하면서 A씨가 사망에 이른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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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확진된 아내 “연락 안 돼” 신고, 119가 달려갔지만 남편 숨진 채 발견 

‘병상 대기 중 사망’의 비극은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발생했다. 배우자와 단둘이 살아 온 A씨는 평소 지병이 있었다. 코로나19 검사를 받게 된 것은 배우자가 먼저 확진돼서다.

동대문구보건소는 확진된 A씨가 60대이고 목이 간지러운 것 외엔 별다른 증상이 없어 생활치료센터를 배정하기로 결정했지만 쉽지 않았다. 지난 12일은 서울에서 역대 최다 일일 확진자(399명)가 나온 날이다.

배우자와 떨어져 있던 A씨가 기침이 심해지는 등 몸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한 것은 14일이었다. A씨는 아침 일찍 보건소에 연락했다. 연락을 받은 동대문구보건소는 서울시에 긴급 병상 배정을 요청했다고 한다. 같은 날 오후 1시22분 한 번 더 요청했다. 동대문구보건소 관계자는 “A씨 상황이 악화한 것으로 판단해 재차 요청했지만 병상 배정이 늦어졌다”고 말했다.

이튿날 오전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배우자의 신고를 받고 119 구급대가 A씨 집에 도착했지만 A씨가 숨진 뒤였다.

서울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추이.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서울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추이.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서울시는 17일 오후 9시 자료를 통해 “병원 대기 중 사망한 확진자에 대해 깊은 애도를 표하며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는 두 차례에 걸친 긴급 병상 배정 요청에도 불구하고 병상 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해 ‘시스템 과부하’를 꼽았다.

서울시는 “12월 초부터 확진자 폭증에 따른 행정·의료 시스템의 과부하로 ‘수도권 코로나19 현장대응반’에서 병상 배정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있어서는 안 될 안타까운 일이 발생한 데 대해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고 밝혔다.

김현예·최은경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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