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로 탈날라" 기업들 脫중국

중앙일보

입력

중국에 생산기지를 둔 세계 각국 기업들이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피해를 우려, 속속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

중국 진출 국내기업들도 아직 철수는 아니지만 직원들에게 장기 휴가를 주거나 공장 가동시간을 줄이면서 사스확산에 대비하고 있다.

◇ 한국 기업도 중국 공장 가동 축소

삼성은 사스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중국 지역법인에 근무하는 현지 채용인이나 직원들에게 5월 초까지 휴가를 주기로 했다.

삼성 관계자는 "중국 지역 인력 중 주재원.간부 등을 제외한 중국인 직원들에게 5월 초까지 약 열흘간 휴가를 실시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공장이나 매장 등은 계속 가동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삼성은 지역전문가 양성을 위한 중국 연수를 전면 연기한 상태다.

현대차 베이징 공장은 직원들의 피로도가 높아져 사스 감염 위험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하루 2개조가 10시간씩 모두 20시간 근무하던 것을 17시간으로 단축했다고 밝혔다.

삼보컴퓨터 등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공장 소독.마스크 지급.주재원 가족 귀국.위험지역 출장 자제 등 사스 피해 방지대책을 시행 중이다.

◇ 철수 검토하는 다국적 기업

월마트.IBM 등 다국적기업들은 최근 중국지사.생산공장을 자신들의 세계 네트워크 내에서 고립시키는 일종의 방화벽 쌓기에 나서고 있다.

중국 지사.공장 임직원들의 해외출장을 금지한 대신 화상회의.전화.e-메일을 주고받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보도했다.

아디다스 신발을 생산하는 아디다스솔로몬사의 경우는 "사스가 5월까지 계속될 경우 현재 전세계 생산물량의 53%를 차지하는 홍콩.광둥지역 생산물량의 일부를 베트남.인도네시아 공장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중국에서 직원 8천명의 공장을 운영 중인 의류업체 켈우드사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생산기지를 인도네시아.필리핀 등으로 옮기는 비상대책을 세워놓고 있다.

이 회사 할 업빈 회장은 "미국 소비자들이 감염 우려로 '메이드인 차이나'표시가 붙은 제품에 대한 기피현상을 보일지 걱정된다"고 밝혔다.

일본 기업들도 중국 비즈니스를 속속 축소하고 있다.

전자업체 마쓰시타는 베이징 소재 휴대전화 부품 공장을 21일 하루 동안 가동 중지시켰다.

마쓰시타사 대변인은 "택시 운전기사인 공장 근로자의 남편이 사스 감염자를 태운 것으로 밝혀져 공장을 하루 동안 폐쇄했다"고 밝혔다.

일본항공(JAL)은 후쿠오카~홍콩 및 오사카~광저우 노선을 잠정 폐쇄했다. 도요타자동차는 베이징에 있는 자사 직원과 직원 가족들을 대피시키기로 했다.

상하이에서 열린 모터쇼는 일정을 3일 앞당겨 폐막했고, 6월 열릴 예정인 홍콩의 '휴대전화 3G 전람회'와 싱가포르의 '머큐닉아시아 2003'은 연기 또는 취소를 검토 중이다.

때문에 이들 전시회를 통해 아시아 시장 본격 진출을 노리던 퀄컴.루슨트테크놀러지.지멘스 등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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