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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아파트 청약 노리고…다둥이 엄마와 위장결혼, 임신진단서 위조

중앙일보

입력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에 있는 한 아파트. 사진은 기사 본문과 관련 없음. 송봉근 기자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에 있는 한 아파트. 사진은 기사 본문과 관련 없음. 송봉근 기자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의 고가 아파트 청약을 노리고 4명의 아이를 둔 이혼녀와 위장 결혼한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또 위조된 임신 진단서로 아파트 청약을 받거나, 가족관계증명서를 위조해 부양가족 수를 늘리는 등 부정한 방법으로 아파트 청약 당첨을 노린 이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해운대 마린시티 고가 아파트 청약 위해 위장결혼 #청약 가점 중 부양가족 수 항목 배점 크다는 점 노려 #다자녀 특별공급 노리고 가짜 임신 서류 제출하기도

부산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위장 결혼으로 가점을 올려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 혐의(공전자기록 등 불실기재) 등으로 50대 A씨 등 54명을 붙잡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5일 밝혔다. 경찰은 지난해 11월 아파트 부정 당첨자로 의심되는 이들이 있다는 국토교통부의 수사 의뢰를 받고 1년 가까이 수사를 벌여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16년 4월 16일 아파트 청약 브로커와 공모해 청약 가점을 높일 목적으로 부산이 아닌 타 지역에 사는 40대 여성과 위장 결혼을 했다. 이 여성은 이혼 후 4명의 자녀를 홀로 키우고 있었다. 이혼남이었던 A씨는 자신의 자녀 1명과 40대 여성, 여성의 자녀 4명을 더해 부양가족 수를 6명으로 늘렸다.

일반 분양의 경우 청약 가점은 총 84점인데 부양가족 수(6명 이상 만점·35점) 항목의 배점이 가장 높다. 부양가족 1인당 5점의 점수 차가 나기 때문에 청약 당첨 여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다음으로 무주택 기간(15년 이상 만점·32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17점)으로 가점이 부여된다.

A씨는 이 아파트 청약에 당첨됐으며, 프리미엄을 받고 분양권을 양도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부부간 낳은 자녀만 인정하는 다자녀 특별공급과 달리 일반공급은 미성년자 자녀면 모두 인정이 된다. 재혼 가정이나 가구 분리된 자녀도 인정이 된다는 점을 노렸다”고 설명했다.

다자녀 특별공급을 노리고 임신 진단서를 위조한 사례도 4건 있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없는 아이를 뱄다고 서류를 꾸미거나, 쌍둥이를 임신했다고 조작해 특별공급에 지원했다. 이외에 청약통장을 개당 200만원에서 1000만원을 주고 양도받거나, 주민등록등·초본 혹은 가족관계증명서를 위조해 가족 부양 수를 늘리는 경우도 7건 적발됐다.

경찰에 적발된 54명 중 40여 명이 실제 청약에 당첨됐지만 현재 거주자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모두 프리미엄을 받고 분양권을 팔아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과거 이 아파트의 프리미엄이 1억5000만원대에 형성됐던 점을 고려하면, 이들이 챙긴 부당이득 규모는 총 60억원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아파트 청약 범행을 주도한 브로커를 쫓고 있다. 경찰이 특정한 브로커 1명은 청약통장 15개를 불법으로 매수해 청약한 혐의로 이미 수감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명의를 빌려주거나 위장 결혼한 사람 대부분이 브로커의 신분이나 거주지 등을 전혀 알고 있지 못해 수사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번에 적발된 범행도 1명의 브로커가 아닌 다수의 브로커가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 추가 수사를 벌인 뒤 같은 혐의로 4명을 추가 송치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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