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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식품 '김치' 건강식품으로 통한다.

중앙일보

입력

음식에 관한 한 독일인들은 별로 내세울 게 없다. 돼지고기와 감자, 소시지를 빼면 남는 게 없다. 그래도 영국보다는 낫다고 우기지만 우리 눈이나 입에는 영 시원치가 않다.

이들 독일 음식은 대개 '자우어크라우트(Sauerkraut)'라는 양배추 절임과 함께 나온다. '신 양배추'를 뜻하는 자우어크라우트는 여러 모로 우리 김치와 비슷하다.

새콤한 맛이나 육류를 먹은 뒤 느끼한 뒷맛을 없애주는 기능이 특히 그렇다. 그래서 과거 독일에서 김치를 접하기 어려웠던 시절 유학생이나 교민들은 자우어크라우트를 김치 삼아 향수를 달랬다고 한다.

이 자우어크라우트에 유방.대장.폐.간암을 억제하는 항암물질이 있다는 사실을 지난해 10월 핀란드 연구진이 밝혀내 화제가 됐다. 특이한 것은 생 양배추에는 없던 항암물질이 이를 발효시켜 만든 자우어크라우트에서는 다량 검출됐다는 점이다.

발효식품이 몸에 좋다는 것은 전세계 식품의학계의 정설이다. 서양의 유산균 발효유나 우리의 된장, 일본의 된장인 미소 등 발효식품은 대개 건강식품으로 통한다.

그렇다면 마늘.파.고추.생강 등 몸에 좋다는 온갖 양념을 버무려 발효시킨 김치는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핀란드 연구진이 자우어크라우트 대신 김치를 분석했다면 훨씬 좋은 결과가 나왔을지도 모른다.

그간 체계적 분석이 없었을 뿐 김치나 마늘이 몸에 좋다는 것은 이미 우리 경험이 증명하고 있다. 일제 때 세균성 이질에 걸린 일본인들 다수가 죽었지만 우리 선조들은 설사 몇번 하고 거뜬히 이겨냈다고 한다.

기자의 어머니는 이를 고추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몇년 전 이름도 요상한 O157 균에 의한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으로 일본에서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지만 교포 희생자는 한명도 없었다. 당시 일본에선 한국인들의 마늘 상식(常食), 혹은 김치 때문일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이번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에 유독 한국만 안전한 것이 김치, 혹은 마늘과 관련있을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화제다.

사스의 원산지인 중국에선 매일 마늘을 한두쪽씩 먹는 사람이 늘고 있고, TV 방송도 김치를 소개하는 등 관심이 대단한 모양이다. 과학적 연구 결과는 아니지만 근거없는 얘기는 아닌 것 같다.

어쨌거나 민족식품인 김치의 수출과 세계화에는 더없이 좋은 기회다. 일본에 이어 중국에 김치붐이 일 가능성도 있다. 선조들의 지혜에 새삼 머리가 숙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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