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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펌 비용만 4000억···LG·SK 판결 또 연기, 변호사만 웃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뉴욕의 테슬라 전기차 매장. Getty=연합뉴스

뉴욕의 테슬라 전기차 매장. Getty=연합뉴스

10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LG에너지솔루션(LG화학의 배터리 부문 법인)-SK이노베이션 간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 판결을 3번째 연기한 것을 두고 두 회사에선 각종 해석이 난무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ITC 내 대면 논의가 지연됐다는 설, ITC가 차기 바이든 행정부 기조를 살피고 있다는 설 등이 대표적이다.

[뉴스분석]

선고는 내년 2월 10일로 미뤄졌다. 원래 10월 5일이었던 선고 예정일은 같은 달 26일로 한번, 12월 10일로 두 번 연기돼 이번이 세 번째 연기다.

LG는 ITC가 연기 사유를 밝히지 않은 것에 대해 답답해 하는 분위기다. LG는 “올해 ITC 판결이 코로나 영향 등으로 50건 이상 연기된 적이 있어서 이러한 이유인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계속 성실하고 단호하게 소송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SK가 우리의 기술 비밀을 훔쳐갔다”고 주장하는 LG는 올해 2월 ITC로부터 승소 예비 결정을 받아둔 상태다.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하는 LG 입장에선 본 판결 승소라는 결정적 ‘한 방’이 필요한 상태다.

워싱턴DC에 있는 ITC 입구. 로이터=연합뉴스

워싱턴DC에 있는 ITC 입구. 로이터=연합뉴스

LG 관계자는 “아쉽긴 하지만 ITC 다른 사건 중 5차례 이상 선고가 연기된 사례도 있기 때문에 이번 연기 결정이 과도하게 이례적이라고 보진 않는다”며 “승소를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전했다. 다만 LG는 이번 사건이 지속해서 부각됨으로써, 전기차 배터리 기술 우위에 있다는 점이 알려지는 효과가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다만 ITC는 이번 달에도 ‘중국산 구연산 수입에 대한 반덤핑 규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사례가 있어서, 차별적으로 사건 판단을 미룬다는 의혹은 남아 있다. 중국 견제를 위한 판단은 신속하게 하면서, 미국에 공장을 둔 두 회사 중 어느 한쪽에 타격을 입게 될 결정은 머뭇거리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실제 로이터 등 외신은 ITC가 SK에 불리한 결정을 내리면 배터리 관련 생산 차질로 이어져 신형 자동차를 개발 중인 폴크스바겐과 포드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보도한 적이 있다. 이 때문에 새 행정부가 자국 진출 기업을 보는 태도가 드러날 때까지 결정을 미룬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이다. ITC는 미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답답한 쪽은 SK도 마찬가지다. SK이노베이션은 이날 연기 결정 직후 “3차 연기로 불가피하게 소송이 해를 다시 넘겨 장기화한 것은 유감이지만, 그런데도 소송에 충실하고 정정당당하게 임하겠다”고 발표했다. SK는 패소 예비결정을 뒤집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10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배터리 전시회. 뉴스1

10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배터리 전시회. 뉴스1

SK 내에선 이날 ITC가 선고를 내리면 불복 절차를 밟되, 판단 근거와 배상 금액 등을 토대로 LG와 합의를 시도해보자는 의견도 나왔었다. 그런데 이 주장도 내년 2월까지 현실화 여부가 미뤄지게 됐다.

이 때문에 두 회사의 합의 논의가 따로 시작되지 않겠느냐는 업계 관측도 나온다. 분쟁 장기화에 따른 조직의 피로감뿐 아니라, 김앤장(LG 측)ㆍ화우(SK 측) 등 국내외 대형로펌에 지출되는 소송ㆍ자문 관련 비용이 4000억원에 이른다는 문제도 있어서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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