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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직전 확진…신부는 드레스 대신 파란 방호복 입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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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파란색 방호복을 입은 한 커플이 코로나19 격리시설 마당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있다. 신부(왼쪽)가 결혼식 몇 시간 전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시설에 격리되자 이렇게 결혼식을 치른 것이다.[유튜브 캡처]

인도에서 파란색 방호복을 입은 한 커플이 코로나19 격리시설 마당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있다. 신부(왼쪽)가 결혼식 몇 시간 전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시설에 격리되자 이렇게 결혼식을 치른 것이다.[유튜브 캡처]

파란색 방호복을 입고 얼굴에 페이스 실드를 쓴 남녀가 서로를 마주 보고 선다. 두 사람은 장갑을 낀 손으로 서로에게 꽃 목걸이를 걸어준다. 이 곳은 인도 북서부 라자스탄주의 한 코로나19 격리시설 마당.

이 커플은 지금 결혼식을 올리고 있다. 8일(현지시간) CNN 등 외신은 지난 6일 예복 대신 방호복을 입고 결혼식을 올린 인도 커플의 사연을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신부는 결혼식을 몇 시간 앞두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결혼식장으로 향하던 일부 하객은 이 소식을 듣고 발길을 돌려야했다. 봉쇄 조치 때문에 한 차례 미뤄 더욱 기대가 컸던 결혼식은 이렇게 무산됐다. 하지만 코로나도 결혼을 향한 두 사람의 의지를 꺾지 못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신부가 격리된 시설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다. 인도 보건 당국 관계자는 "신랑과 신부 양측 가족과 논의한 결과 격리시설에서 간소하게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격리시설 마당에 붉은색 캐노피가 임시로 세워졌고, 부부를 향해 힌두교 경전 구절을 읽는 사제 역시 하얀색 방호복 차림이었다. CNN은 그를 두고 "우주비행사 같은 모습"이라고 묘사했다.

파란색 방호복을 입은 인도 커플이 결혼식을 올리고 있다. [트위터 캡처]

파란색 방호복을 입은 인도 커플이 결혼식을 올리고 있다. [트위터 캡처]

이날 결혼식엔 신랑·신부·사제, 신부의 아버지 총 4명만 참석했다. 결혼식이 끝난 직후 신랑과 신부는 시설 안에 각각 격리됐다.

신랑은 영국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 "방호복 차림으로 결혼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면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결혼하게 돼 기쁘지만, 아내의 건강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아내가 검사 결과를 받고 너무 마음 아파하더라"면서 "아내는 여느 여성과 같이 가족 앞에서 붉은색 전통 예복 차림으로 결혼하는 게 꿈이었다"고 전했다.

CNN은 인도에서 보통 결혼식은 많은 하객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하게 치러지지만, 요즘 일부 주에선 결혼식 참석 인원을 제한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인도에선 결혼식 집단 감염 사례가 잇따라 우려를 낳았다. 인도 인구의 80%를 차지하는 힌두교인들은 결혼식에 많은 돈을 들여 화려하게 치르는 것으로 유명하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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