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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 약발 안 먹히는 이유, 겨울철 오는데 방역 푼 탓

중앙일보

입력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는 가운데 9일 대구 중구 동성로의 클럽들이 밀집한 클럽 골목에 임시휴업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는 가운데 9일 대구 중구 동성로의 클럽들이 밀집한 클럽 골목에 임시휴업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강도를 연일 높이고 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잡히지 않고 있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9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환자가 686명 쏟아졌다. 코로나 1차 유행 시기였던 지난 2월 29일 909명이 나온 이후 3월 2일(686명)과 같다. 일일 확진자로는 역대 두 번째다.

특히 686명 중 수도권에서 524명이 나와 전체의 약 76%를 차지했다. 서울 264명, 경기 214명, 인천 46명 등이다. 지난 8~9월 코로나 2차 유행도 수도권이 중심이었지만, 이번 3차 유행의 수도권 확산이 더 가파르다. 2차 유행 정점였던 8월 27일 441명이었다. 이 중 수도권에서 313명(약 70%)이 나왔다.

3차 유행은 지난달 말부터 매일 500~600명대가 나오고 있다. 1, 2차 유행 당시 먹혔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번에는 먹히지 않는 모습이다.

정부는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난달 19일 1.5단계로 올렸고, 24일 2단계, 12월 8일부터 2.5단계로 격상했다. 약 2주 사이에 세 차례 격상했다. 거리두기 효과는 통상 1~2주 뒤 나타났다. 하지만 2단계로 올린 지 2주가 지났지만 코로나19는 확산일로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정부가 겨울철을 앞두고 거리두기 등 방역대책을 다잡아야 했는데 실기(失期)했다고 지적한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8~9월 때처럼 거리두기를 올리면 코로나19가 잡힐거라 생각했지만, 당시는 늦여름이고 지금은 겨울철”이라며 “바이러스는 겨울철 낮은 온도에서 1주일 이상 생존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날씨가 추워져 실내 생활이 많고 환기도 덜하게 된다”며 “겨울엔 건조하고 습도가 낮아 감기에 잘 걸리듯이 바이러스에 취약해진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9월 말 코로나 확산세가 줄어들자 10월 들어 거리두기를 2단계에서 1단계로 낮췄다. 당시 거리두기 기준상 2주간 일평균 국내 발생 신규 확진자가 50명 아래로 떨어져야 1단계로 내릴 수 있었지만, 50명 이상 나오는 상황에서 단계를 하향했다. 경제활동 위축과 국민들의 방역 피로감이 이유였다. 하지만 의료계에선 “가을·겨울철 신규 환자가 늘 수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는 10월 중순 각종 할인쿠폰도 풀었다.

서울 종로구의 음식점 파고다타운과 노래교실 등에서 누적 189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자 9일 오후 종로구 보건소 관계자들이 파고다타운 인근 거리에 출장 선별진료소를 설치하고 검체 채취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종로구의 음식점 파고다타운과 노래교실 등에서 누적 189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자 9일 오후 종로구 보건소 관계자들이 파고다타운 인근 거리에 출장 선별진료소를 설치하고 검체 채취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교수는 “8~9월 2차 유행 때 수도권에 남아 있는 코로나19 불씨를 잡았어야 했다”며 “11월 들어 거리두기를 기존 3단계에서 5단계로 세분화했는데, 이 역시 거리두기가 느슨해지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거리두기에 대한 국민들의 경각심도 예전같지 않다.

3차 유행 양상이 지역사회 일상생활에서 소규모 다발성으로 발생하는 것도 전파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정은경 방대본 본부장은 지난달 30일 브리핑에서 “11월 22~28일 감염재생산지수가 1.43으로 분석됐다”며 “1주나 2주 후에 700명에서 1000명까지 환자가 발생할 수 있는 수치”라고 말했다. 정 본부장의 말이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감염재생산지수는 코로나19 확진자 1명이 몇 명에게 전파할 수 있는 보여주는 감염력 지표다. 최근 지수는 1.2대로 떨어졌지만 1 이하로 낮춰야 확산 규모가 줄어들기 시작한다.

9일 오후 서울 광진구 한강시민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야외체육시설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모든 실내 헬스장이 문을 닫으면서 '운동 마니아'들이 눈을 돌린 곳이 있다. 뉴스1

9일 오후 서울 광진구 한강시민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야외체육시설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모든 실내 헬스장이 문을 닫으면서 '운동 마니아'들이 눈을 돌린 곳이 있다. 뉴스1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9일 정례브리핑에서 “수도권에서 감염 위험도가 상당히 높아진 만큼 수도권 주민들께서는 모든 사회활동은 자제하시고 불필요한 외출은 삼가 달라”며“수도권의 경우 청장년층과 직장인이 편리하게 검사받을 수 있도록 보건소와 선별진료소 운영시간을 주중에는 오후 9시까지, 토요일과 공휴일은 오후 6시까지 연장운영한다. 검사를 적극 받아달라”고 당부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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