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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도 실직하면 구직급여…예술인 고용보험 10일 시행

중앙일보

입력

진보당 제대로 된 전국민고용보험운동본부 관계자 및 예술인 등이 지난 10월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예술인 고용보험 지원 특례 도입 및 선별·단계적 도입이 아닌 전국민고용보험 즉시 도입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마친 뒤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보당 제대로 된 전국민고용보험운동본부 관계자 및 예술인 등이 지난 10월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예술인 고용보험 지원 특례 도입 및 선별·단계적 도입이 아닌 전국민고용보험 즉시 도입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마친 뒤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의 거장 미켈란젤로가 한국에서 다시 태어난다면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을까? 미켈란젤로는 교회·귀족 등의 의뢰를 받고 노무를 제공한 '도급 예술가'다. 정부는 오는 10일부터 이런 도급 계약을 맺고 일하는 예술가에 대한 고용보험 제도를 시행한다고 9일 밝혔다. 고용보험에 가입한 예술인은 실직하면 구직급여(실업급여), 임신하면 출산전후급여를 받을 수 있다.

가입 자격은? 

우선 예술인이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으려면, '예술인 복지법'에 따라 문화예술 용역 계약을 체결하고 직접 노무를 제공해야 한다. 노무 제공 계약 없이 스스로 창작 활동을 하는 예술인은 가입 대상에선 제외한다. 노동자가 아니라, 1인 콘텐트 경영자에 가깝기 때문이다.

도급 계약으로 얻는 월평균 소득도 50만원 이상이어야 한다. 두 곳 이상의 계약을 더한 월평균 소득이 50만원 이상인 경우에도 예술인이 신청하면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5월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근정회의실에서 열린 '고용안전망 확대를 위한 예술인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5월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근정회의실에서 열린 '고용안전망 확대를 위한 예술인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어떤 혜택이 있나? 

예술인이 실직하면 구직급여를 받을 수 있다. 직을 잃기 전 24개월 중 9개월 이상 보험료를 납부하면, 120~270일간 급여를 지급한다. 임금노동자의 경우 자발적으로 회사에서 퇴사한 경우에는 구직급여를 받을 수 없다. 그러나 예술인은 소득 감소로 스스로 계약을 끊은 경우에도 적극적으로 재취업 노력을 하면 수급 자격을 준다.

임신한 예술인도 출산급여를 받을 수 있다. 출산일 전 3개월 이상 보험료를 납부하고, 출산 전·후 일을 할 수 없게 되면 출산전후급여를 90일(다둥이의 경우 120일)간 받을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 중인 가운데,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공연장 방역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 중인 가운데,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공연장 방역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험료는 얼마? 

예술인에 일감을 준 사업주는 일감을 준 날의 다음 달 15일까지 예술인의 고용보험 자격 취득 사실을 근로복지공단에 신고해야 한다. 고용보험료는 예술인이 받는 보수에 실업급여 보험료율(1.6%)을 곱해 정해진다. 이를 예술인과 사업주가 각각 절반씩 부담한다. 월 보수 220만원 미만인 저소득 예술인과 이를 고용한 사업주는 고용보험료의 80%를 정부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예술인 고용보험은 전 국민 고용보험 제도의 첫걸음"이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예술인을 위해 제도가 안착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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