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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전국민 고용보험? 영세근로자 지원금 ’특고 돌려막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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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7월 20일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실에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 안전망 강화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고용부는 전국민 고용안전망 구축, 포용적 사회안전망 강화, 고용보험 사각지대 생활·고용안전 지원, 고용시장 신규진입 및 전환지원, 산업안전 및 근무환경 혁신 등의 주요 내용을 발표했다. 뉴스1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7월 20일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실에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 안전망 강화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고용부는 전국민 고용안전망 구축, 포용적 사회안전망 강화, 고용보험 사각지대 생활·고용안전 지원, 고용시장 신규진입 및 전환지원, 산업안전 및 근무환경 혁신 등의 주요 내용을 발표했다. 뉴스1

내년부터 10인 미만 영세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에 대한 정부의 고용보험료와 국민연금 납부 지원이 끊긴다. 대신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이하 특고)의 고용보험료를 지원한다. 전국민 고용보험이 사실은 영세 근로자의 지원금을 빼내 특고로 돌려막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내년부터 영세사업장의 기존 가입자에 대한 #사회보험료 지원 끊고, 신규 가입자만 지원 #신규 근로자 지원 요건도 강화, 지원액은 낮춰 #대신 특고, 예술인 대거 고용보험 지원 대상 편입 #"정책 밀어붙이려 또 다른 사각지대 만들어"

고용노동부와 유경준 의원실(국민의힘)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전국민 고용안전망 구축을 위한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 예산으로 8103억원을 책정했다. 올해(1조1490억원)보다 29.5%(3387억원) 줄었다. 지원 대상도 감축했다. 올해는 근로자 274만명에게 지원했다. 그러나 내년에는 근로자는 81만명, 특고와 예술인 46만5000명으로 지원 규모가 총 127만5000명으로 146만5000명 감소한다. 전국민 고용보험을 구현한다면서 정작 예산과 가입자 지원 인원은 확 줄였다.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 예산은 고용보험이나 국민연금 같은 사회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취약계층의 보험료를 대신 내주기 위한 돈이다.

문제는 지원 대상이 물갈이됐다는 점이다. 내년에 보험료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영세 사업장의 근로자는 81만명이다. 다만 새로 고용보험이나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경우로 한정했다. 사실상 영세 사업장에서 일하더라도 신규 채용되거나 그동안 가입 엄두를 내지 못하다 새로 가입하는 근로자에게만 지원한다는 뜻이다.

올해까지는 두 보험에 이미 가입했더라도 저임금 등 근로조건이 취약한 계층임을 고려해 보험료의 30%를 정부가 지원해줬다. 그러나 내년에는 영세 사업장에서 일하는 기존 근로자(가입자)에 대한 사회보험료 지원사업이 통째로 사라진다. 국민연금·고용보험료 지원을 받고 있는 영세 사업장 근로자는 올해 상반기에만 월평균 201만4000명에 달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하면서 영세 사업장의 기존 가입자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어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맞는지 고민"이라며 "국회의 예산 심의 과정에서 이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진보당 대전시당 구성원들이 17일 오전 대전시청 앞에서 '제대로 된 전국민고용보험 운동본부 발족'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진보당 대전시당 구성원들이 17일 오전 대전시청 앞에서 '제대로 된 전국민고용보험 운동본부 발족'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기존 영세 사업장 근로자에 대한 지원을 없애는 대신 예술인 3만5000명, 특고종사자 43만명이 지원 대상으로 편입됐다. 이들에게는 정부가 고용보험료의 80%를 부담한다. 국민연금은 지원하지 않는다. 정부는 올해 전국민 고용보험을 실현하겠다고 천명한 뒤 예술인과 특고의 고용보험 가입을 지원·독려해왔다.

영세 사업장의 신규 근로자(가입자)에 대한 사회보험료 지원 요건은 올해보다 강화된다. 지원 액수도 줄어든다.

올해는 월 보수 215만원 미만을 기준으로 1인당 최대 20만9940원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내년에는 월 보수 기준이 220만원 미만으로 높아지고, 1인당 최대 지원금액도 19만원으로 2만원가량 준다. 지원비율도 신규 근로자의 경우 올해는 1~4인 업체에 종사하면 보험료의 90%, 5~9인 업체에서 일하면 80%를 지원했지만, 내년에는 일률적으로 80% 지원한다. 더 영세한 사업장에 채용되는 근로자일수록 지원액이 준다는 의미다.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보험의 성격과 배치된다는 논란이 이는 이유다.

유 의원은 "전국민 고용보험을 한다면서 특고는 대거 지원하고, 정작 보험료를 차곡차곡 내 온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은 보험 원리에도 안 맞다"며 "취약계층 안에서도 홀대와 우대를 갈라놓는, 또 다른 사각지대를 생성하는 정책으로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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