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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일 남은 트럼프, 끝없는 불복 “이틀 뒤면 큰일 보게 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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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7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댄 게이블에게 ‘자유의 메달’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대선 승리를 주장하며 “조작된 선거였다. 우리나라의 치욕”이라고 말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댄 게이블에게 ‘자유의 메달’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대선 승리를 주장하며 “조작된 선거였다. 우리나라의 치욕”이라고 말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조 바이든 당선인이 선거인단 과반을 확보하면서 당선을 확정 지은 지 한 달이 지났다. 이 기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불복을 이어가는 와중에 자신에게 반기를 든 국방부 장관과 국토안보부 국장을 해임하고,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철수를 지시했다. 바이든 승리를 인정하는 공화당 주지사들을 공격하면서 러시아 스캔들에 연루된 측근을 사면했다.

지지자 등에 업고 공화당 장악 #대선 불복 소송 후원금 모금하며 #4년 뒤 정치적 재기 발판 닦는 중 #향후 외교정책에도 영향 미치려 #이란 공습·중국 규제 강화 가능성 #“퇴임 전 사형수 25% 집행 예상”

트럼프는 42일 뒤인 내년 1월 20일 퇴임한다. 남은 기간 국내적으로는 부정 선거를 계속 주장하면서 공화당을 장악하고 차기 대선 출마를 포함해 다음 행보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대외적으로는 중국과 이란을 추가로 압박하는 등 공세를 취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마무리하는 의미도 있지만, 바이든의 외교 공약을 풀어나가기 어렵게 만들겠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는 바이든의 손을 묶고, 앞으로 수개월 또는 수년간 미국 외교정책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외신은 바이든이 취임하면 이란 핵 합의를 재추진하겠다고 거듭 밝힌 가운데 지난주 이란 최고 핵 과학자가 암살당한 상황에 주목했다. 암살 배후로 의심받는 이스라엘도 트럼프와 같이 이란 핵 합의 재개에 반대하는 입장이어서 이번 공격이 바이든 행정부의 대이란 정책을 어렵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 [트위터 캡처]

미국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 [트위터 캡처]

나아가 트럼프가 이란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마이클 멀린 전 합참의장은 NBC 방송에서 "(트럼프가 남은 임기 동안) 건설적인 일을 하기는 어렵지만, 정말로 파괴적인 일은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트럼프가 퇴임 전 중국 관련 규제를 강화하거나 관세를 인상하는 방식으로 미·중 대치 국면을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미 국방부는 지난 4일 중국 최대 반도체회사 SMIC와 중국해양석유 등 중국 기업을 중국 인민군이 소유·통제하는 회사로 분류해 미국인 투자 금지 대상 목록에 추가했다.

바이든이 임기 초반 국정 운영에 속도를 내지 못할수록 트럼프 대통령이 4년 뒤 대선에 재도전하거나 공화당을 장악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유리할 수 있다.

트럼프 “조작된 선거, 우리나라의 치욕”

트럼프는 7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자유의 메달 수여식에서도 대선 승리를 주장하며 "조작된 선거였다. 우리나라의 치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우리는 그것에 대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아내고 있다”며 "앞으로 이틀 정도 뒤에 많은 큰일이 일어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큰일들이 무엇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미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열성 지지자를 등에 업고 공화당을 장악하고, 2024년 대선 출마를 포함해 여러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트럼프의 최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시사 잡지 애틀랜틱에 "트럼프 대통령은 킹메이커로 자신의 새로운 역할을 설정하고 있는데, 그 후보에는 자신도 포함된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면에서 그림자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바이든이 하는 일에 반대하면 공화당 의원들이 초당적 지지를 보내기 어려워지고, 그가 공개 지지를 하면 바이든이 일하기 수월해지기 때문에 계속해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트럼프 후원금, 공화당 출마자 지원도

대선 불복 주장은 트럼프가 당을 장악하기 위해 활용하는 측면도 있다. 트럼프는 불복 소송 비용 조달 등을 이유로 선거 이후에도 지지자들로부터 후원금을 모집하고 있다. 트럼프 대선 캠프와 공화당은 11월 3일 대선 이후 모두 2억750만 달러(약 2250억원)를 추가로 모았다. 자금 사용처로 트럼프의 여행 경비와 공화당 선출직 출마자 지원 등을 할 수 있도록 명시돼 있다. 자금이 부족한 출마자들이 트럼프에게 의존할 수 있는 구도가 만들어졌다.

다만, 공화당 소속 정치인 모두 트럼프를 두려워하거나 받아주는 것은 아니다. 더그 두시 애리조나 주지사는 기자회견 도중 트럼프 전화가 울리는데 받지 않고 차단하는 장면이 생중계됐다. 트럼프의 전화벨 소리를 대통령 의전곡인 ‘대통령 찬가(Hail to the Chief)’로 설정해뒀기 때문에 대통령 전화를 무시한 게 공개됐다. 공화당 소속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는 트럼프의 압력을 거부하고 조지아주에서 바이든 이 승리했다는 선거 결과를 승인했다.

지금 트럼프의 주장이 먹히는 이유는 현직 프리미엄 때문이지 퇴임 후에도 계속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과, 현재 공화당에서 트럼프와 견줄만한 영향력을 가진 후보가 없기 때문에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 공존하고 있다.

트럼프는 임기 막판 사형 집행을 서두르고 있다. 미 정부는 내년 새 대통령 취임식 전까지 사형수 5명의 형을 집행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연방 정부 차원의 사형 집행을 중단하겠다는 바이든의 대선 공약과 배치된다. AP통신은 7일 트럼프 정부는 전체 연방 사형수의 약 4분의 1을 처형한 후 물러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AP통신은 “실제 사형이 집행된다면 지난 7월 연방정부 차원의 사형 집행을 17년 만에 재개한 후 총 13명을 형장에 세우게 된다”며 “지난 130여년간 사형을 가장 많이 집행한 대통령이라는 트럼프의 유산이 확고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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