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콜레라' 사람엔 문제없다

중앙일보

입력

삼겹살.목심을 즐겨 먹는다는 직장인 김모(44)씨는 요즘 고기집 가기를 꺼린다. 돼지 콜레라라는 가축 질병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 때문이다.

그는 "오염된 음식이나 물을 먹으면 걸리는 콜레라와 무엇이 다른지 궁금하다"는 e-메일을 본지에 보내왔다.

결론부터 말하면 설령 돼지 콜레라에 감염된 돼지의 고기를 먹어도 사람은 이 병에 걸리지 않는다.

돼지에만 증상(고열.눈꼽.붉은 반점 등)을 일으키는 병이기 때문이다. 돼지 콜레라는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질환인 데 반해 사람의 콜레라는 세균(콜레라균)이 일으킨다.

수의과학검역원 임경종 방역과장은 "돼지 콜레라에 걸린 돼지를 도살하는 것은 이 병이 다른 양돈농장으로 전파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이지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옮기기 때문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 소 브루셀라

요즘 일부 소에서 발생 중인 이 병은 사람에게 옮길 수 있다. 이처럼 사람과 가축이 함께 걸리는 병을 인수(人獸)공통전염병이라 한다.

이 병에 걸린 소는 불임.유산 등을 일으켜 축산농가에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가한다.사람이 걸리면 감기 초기 증상이 나타난다.

지난해 10월 경기도 파주에선 국내 처음으로 이 병 환자가 확인됐다. 환자(남.41)는 평소 자신이 사육하던 젖소의 생우유를 마셔 왔으며 미열.식욕부진.피로감 등의 증상이 있어 병원을 찾았었다.

수의과학검역원 김종만 세균과장은 "브루셀라균은 열에 약하므로 감염된 고기라도 충분히 익혀 먹으면 예방할 수 있다"며 "일단 감염되면 장기간 항생제를 복용해야 치료된다"고 조언했다.

10여년 전 일부 개에서 브루셀라균이 검출됐다는 국내의 연구결과가 발표돼 '보신탕'집들이 막대한 타격을 받는 등 파문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

다만 사람이 개의 브루셀라균에 감염될 경우 소.돼지의 브루셀라균에 감염됐을 때보다 증상이 훨씬 가볍다.


소가 브루셀라에 걸린 것이 확인되면 바로 도살하므로 정육점에서 이 병에 걸린 쇠고기를 구입할 가능성은 극히 작다.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와 미국 정부는 브루셀라에 걸린 가축의 고기에선 병원균이 거의 나오지 않으며 육류는 익혀 먹는다는 것을 근거로 일부 병든 부위만 떼내고 고기를 판매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 결핵.탄저

둘다 소에서 사람에게 전파될 수 있는 인수 공통 전염병이다. 이 병에 걸린 소는 도살 후 폐기 처분된다. 아직 국내에서 소의 결핵균이 사람에게 옮긴 경우는 확인되지 않았다.

탄저균은 미국에서 9.11 테러후 발생한 '공포의 흰 봉투' 사고로 유명해졌다. 탄저균이 생물테러의 무기로 사용된 것. 국내에선 탄저병에 걸려 죽은 소의 고기를 먹고 사람이 사망한 사례가 있다.

◇ 광견병.공수병

최근 경기 북부.강원 등 휴전선 인근 지역에서 발생건수가 늘고 있는 인수 공통 전염병이다.

아직 한강 이남에선 보고되지 않았다.개.소.오소리.여우 등이 걸리면 광견병, 사람이 걸리면 공수병(恐水病)으로 불린다. 환자의 80% 가량은 물을 두려워하는 증상을 보인다.

공수병은 광견병에 걸린 동물의 고기를 먹어서는 감염되지 않는다. 물린 경우에만 감염된다. 국립보건원 관계자는 "집에서 기르는 개.고양이에 대해 예방접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구제역

최근 몇년새 소.돼지에서 발생해 축산업계에 엄청난 손실을 끼친 병이다. 가축위생 당국은 구제역은 소.돼지 등 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이 걸리는 병이어서 사람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구제역에 걸린 소.돼지의 고기를 먹어도 사람에게 건강상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서울대 수의대 우희종 교수는 "가벼운 증상에 그쳤지만 가축의 구제역이 사람에게 옮긴 사례 보고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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