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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앞에 장사 없다…머스크가 텍사스 운전면허 딴 진짜 이유

중앙일보

입력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AFP=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AFP=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캘리포니아를 버리고 텍사스를 택할 것인가. CNBCㆍ블룸버그 등 미국 경제 매체들이 일제히 머스크의 텍사스행을 점치고 있다. CNBC에 따르면 머스크가 텍사스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텍사스주 운전면허도 취득했다고 한다.

텍사스에서 테슬라 제2막을 열겠다는 선언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르면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주최 온라인 세미나에 관련 의견을 밝힐 수도 있다. 블룸버그는 8일(현지시간) “머스크가 지인들에게 ‘나는 텍사스로 이사할 것’이라고 이미 공표했다”고 전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테슬라 본사는 미 서부 캘리포니아주의 팔로알토에 있다. 2003년 회사를 세운 뒤 테슬라의 토대를 닦고 시가총액으로는 자동차 업계 최고의 위치에 오른 고향과도 같은 곳이다.

7일(현지시간)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6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이날 테슬라는 전 거래일보다 7.13% 오른 641.76 달러(약 69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총은 약 6080억 달러(약 660조 원)로 늘었다. 도요타의 시총(245조원)과 격차를 더 벌렸다. 머스크의 재산도 1450억 달러를 넘어섰다. 오는 21일에는 S&P500 지수에 편입되며 머스크의 꿈이 이뤄지게 된다.

이런 성과를 일군 캘리포니아를 떠나 텍사스로 둥지를 옮기게 되면 회사 설립 이래 가장 큰 변화다. 머스크 본인뿐 아니라 약 5만 명에 달하는 임직원의 거주지와 생활 패턴도 바뀔 수밖에 없다.

캘리포니아 소재 테슬라 공장 현장. AP=연합뉴스

캘리포니아 소재 테슬라 공장 현장. AP=연합뉴스

그럼에도 텍사스행 짐을 싸는 이유는 뭘까. 미국 언론은 절세 효과를 꼽는다. 각 주 정부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텍사스에는 주 정부 차원의 소득세가 없다. 반면 캘리포니아에서 머스크에 적용되는 개인 소득세율은 13.3%다. 미국에서 가장 높은 세율이다.

소득세 전문 변호사인 크리스토퍼 메인즈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합리적인 납세자라면 캘리포니아주에선 되도록 거래하고 싶지 않은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당시 캘리포니아 주 정부가 봉쇄령을 내린 것에 대한 반감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머스크는 “개인의 자유를 이렇게 억압해도 되는 거냐”며 “파시스트”라고 맹비난한 바 있다. 텍사스로 테슬라 본사를 옮기겠다는 발언도 이때 본격적으로 나왔다.

스페이스X가 올해 텍사스에서 성공적으로 쏘아올린 민간우주선. SpaceX, UPI=연합뉴스

스페이스X가 올해 텍사스에서 성공적으로 쏘아올린 민간우주선. SpaceX, UPI=연합뉴스

본거지를 옮기기 위한 머스크의 움직임은 이미 물밑에선 본격화한 모양새다. 바로미터는 그가 애정을 쏟는 ‘머스크 재단’이다. 기부 등 자선활동을 주로 담당하며 테슬라뿐 아니라 머스크가 세운 민간 우주 기업 스페이스X까지 관할하는 머스크 재단은 지난 10월 캘리포니아를 떠나 텍사스의 주도(州都)인 오스틴으로 적을 옮겼다.

텍사스 주 정부도 기민하게 머스크를 향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역시 세금 혜택이 핵심이다. 테슬라의 내년 핵심 사업으로 꼽히는 전기 픽업트럭 관련 세금 인센티브 등을 제공하겠다고 나섰다. 테슬라의 공장 부지는 이미 오스틴 인근에 건설 중이다. 머스크가 “화성에 식민지를 짓겠다”며 열정을 불사르는 민간 우주 사업의 중심인 스페이스X 엔진 실험장과 로켓 생산 시설은 처음부터 텍사스 주에 지어졌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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