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드라마 '대장금' 방영 한달만에 시청률 1위 돌풍 비결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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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드라마 ‘대장금’(이병훈 연출·김영현 극본)이 요즘 장안의 화제다. 9월 15일 첫 방영 후 가파르게 시청률이 오르더니, 한달 만에 30%가 넘는 시청률로 정상에 올랐다.

극 초반부 등장한 아역들의 깜찍한 연기와 진기한 궁중 음식으로 ‘손님’을 끈 게 사실이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궁녀들의 은밀한 세계를 엿보는 재미에다 극적 에피소드가 이어지며 흡인력을 보이고 있다.

인기만큼 논란도 따른다. 역사를 근간으로 한 사극이니만큼 고증과 상상력의 무게 중심을 어디에 둬야 하나 하는 물음이다. ‘대장금’을 집필 중인 김영현(38) 작가에게 여러 궁금증을 물어 봤다.

'대장금'은 조선 중종조에 어의와 의관을 제치고 임금 주치의가 된 의녀 (醫女) 장금 이야기다.

이병훈 PD가 드라마 '허준'을 할 때 참고했던 '중종실록'에 수차례 등장한다. 여기에 살을 붙여 그의 인생을 복원해내고 있으니 장금은 한마디로 실존인물인 동시에 가공의 인물인 셈이다.

2년 전 새 사극을 구상하던 이PD를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장금은 일순위가 아니었다. 김작가는 "천한 신분의 여성으로 임금의 주치의까지 된 장금이 매력적이기는 했으나 '허준'과의 유사성이 마음에 걸렸다"면서 "한동안 허비한 끝에 대안을 찾지 못해 결국 장금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일단 장금으로 결정된 후 김작가는 2년 동안 온전히 '대장금'에만 매달렸다. 이 PD도 마찬가지다.

김작가는 "이국장님(이PD)은 작가가 일할 때 노는 분이 아니다"면서 "내가 집필할 때 회별로 줄거리 구성을 별도로 만들어 '참고 하려면 하라'며 던져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참신한 발상과 기발한 상상력은 온전히 김작가에게서 나왔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 폐비 윤씨에게 사약을 집행한 일 때문에 인생이 꼬이는 장금 아버지가 만날 '운명의 세 여자'예언 부분이나, 궁녀들 스스로 궁녀를 처단하는 장면, 생각시들의 어선 경연 등은 모두 김작가의 머릿속에서 나왔다고 한다.

물론 '대장금'이 순전히 작가의 상상력으로만 빚어진 이야기는 아니다. 권력 맛을 들인 수라간 궁녀와 권력의 결탁이나 궁 내에서 은밀히 아기를 낳아 기른 궁녀 이야기, 동성애 등은 조선 최후 상궁들의 이야기를 모은 '궁중풍속연구'를 많이 참고했다.

'생각시'라는 생소한 용어도 이 책에 등장하는 말이다. 극중 등장하는 진기한 음식들도 여섯 권짜리 '한국음식대관'가운데 궁중 식생활을 다룬 6권을 참고했다.

참고자료에 한 줄로 언급된 일상생활 이야기에서도 온전한 에피소드를 그려내는 '입담'을 과시했지만 초보 사극작가인 만큼 실수도 있었다(김작가는 '테마게임'으로 MBC 코미디대상 특별상을 받은 베테랑 오락 프로그램 작가지만 드라마는 이번이 네번째다). 일본에서 건너온 외래어 '단도리'라는 말이 두 번이나 등장한 게 한 예다. 이에 대해 김작가는 "솔직히 모르고 썼다"면서 '단도리'만 생각하면 지금도 민망하단다.

기존 사극과 다른 소재의 참신성과 함께 작가의 톡톡 튀는 상상력이 '대장금'의 인기비결이지만 사실 조마조마하기도 하다. 사극을 드라마가 아닌 역사로 인식하는 시청자가 많은 현실에서 상상력이 고증을 압도하는 드라마는 큰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김작가는 "역사물은 많은데 궁녀관련 자료가 드물다보니 상상력에 많이 의존하게 된다"면서 "이국장도 '고증이라는 틀이 발상을 방해하면 안된다며 고증은 내게 맡기라'고 했다"고 전했다.

요즘 김작가의 고민은 다른 데 있다. 시청자 게시판을 통해 어린 장금을 회상 장면으로라도 등장시키기와 한상궁 살리기 운동이 벌어져서다.

장금의 후원자 역할을 하는 한상궁은 조만간 수라간의 실력자 최상궁의 모함을 받아 죽는 것으로 설정돼 있다. 이를 안 네티즌들이 한상궁 살리기 운동을 벌여 대응에 고심 중이란다.

"정해진 줄거리도 중요하지만 흐름에 맞춰 써야 한다"는 이PD의 조언을 소개하면서 김작가는 "베테랑 작가면 그럴 텐데 아직 그럴만한 짬밥이 안되는 것 같다"며 결과는 써 봐야 알겠다고 맺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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