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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174석인데 뭐하냐더라"...호남서 14.2%P 폭락한 文지지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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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7일 최고위에서 "검찰개혁이 이번만은 이루어지기를 많은 국민이 바라고 계신다. 요 며칠 사이에 교수와 종교인 등 수천명씩이 검찰개혁을 요구했다"며 공수처 출범을 위한 공수처법 개정안 통과를 주장했다. 오종택 기자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7일 최고위에서 "검찰개혁이 이번만은 이루어지기를 많은 국민이 바라고 계신다. 요 며칠 사이에 교수와 종교인 등 수천명씩이 검찰개혁을 요구했다"며 공수처 출범을 위한 공수처법 개정안 통과를 주장했다. 오종택 기자

“어떤 집요한 저항에도, 불의한 시도에도 굽히지 않겠다. 제가 책임지고 권력기관 개혁을 입법화하겠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야당을 향한 선전포고에 가까운 말을 꺼냈다. 이 대표는 “정기국회가 사흘 남았다”며 “우리당은 모레(9일) 본회의까지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과 국정원법, 경찰법 등 권력기관 개혁3법을 반드시 처리해 국민의 명령을 이행하겠다”라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광주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 의원 8명 전원은 이날 ‘공수처법 개정 및 윤석열(검찰총장) 퇴진 촉구’ 긴급성명을 냈다. 이들은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하고 광주의 민심이 들끓고 있다”며 “대통령에게 항명하는 것을 왜 지켜만 보느냐는 촛불시민과 광주시민의 질타와 요구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직후 민주당은 공수처장 후보 선출에서 야당 비토권을 없애는 공수처법 개정안에 대한 일방처리에 나섰다. 사회적 참사 특별법, 경제 3법 등 야당과 갈등을 빚어온 법안들이 걸려 있는 정무위원회에서도 기습적인 법안처리를 위해 움직였다. 갈등 법안들을 9일 본회의에서 일괄 강행 처리하기 위한 수순이다.

이같은 반응들은 공교롭게 호남(광주·전라) 지역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 평가가 대폭 떨어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전해진 직후에 나왔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11월30일~12월4일)에서 국정수행 긍정 평가는 58.0%로 전주(72.2%)에서 대비 14.2%p 떨어졌다. 전국 권역 중 가장 큰 낙폭이었다. 부정평가는 36.0%로 10월 이후 가장 높았다. 민주당 호남지지율도 48.1%로 전주대비 7.6%p 떨어졌다. 하락폭이 충청(13.2%p)에 이어 2위였다. 차기 주자 선호도를 묻는 한국갤럽 여론조사(12월 1~3일)에선 처음으로 호남에서 이 대표의 지지율이 26%로 이재명 경기지사(27%)에 뒤쳐진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광주·전라 문재인 대통령 국정 지지도 추이.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광주·전라 문재인 대통령 국정 지지도 추이.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174석인데 뭐하냐는 핀잔 들었다”  

호남 지지율 추락이 이낙연호의 비타협·강경 노선으로 이어지는 건 그 이유를 정책 실패나 소통 부재가 아니라 단호함의 부족에서 찾는 호남 의원들의 공통된 인식 때문이다. 이날 중앙일보가 통화한 민주당 호남 의원들은 이구동성 지난 주말 지역에 갔다 들은 핀잔을 기억했다.

신정훈(전남 나주·화순) 의원은 “공수처 출범도 못 시키고 왜 미적거리냐는 말을 들었다”며 “‘174석을 모아줬는데 너희들은 뭐하냐’는 비판이었다”고 말했다. 김승남(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 의원은 “호남은 공수처 출범 찬성여론이 많은데 자꾸 늦어지니 지역민들 성에 안 차는 것”이라며 “기대를 담아내지 못한단 불만이 있더라”고 말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에 대한 법무부 징계위는 10일 열린다. 윤 총장은 당연직 위원으로 징계위에 참석하는 이용구 법무부 차관에 대한 기피 방침을 확정했다. 이 차관은 언론노출된 메신저 대화에서 윤 총장 방침을 '악수'라 표현하는 등 공정성 시비에 휘말렸다. 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에 대한 법무부 징계위는 10일 열린다. 윤 총장은 당연직 위원으로 징계위에 참석하는 이용구 법무부 차관에 대한 기피 방침을 확정했다. 이 차관은 언론노출된 메신저 대화에서 윤 총장 방침을 '악수'라 표현하는 등 공정성 시비에 휘말렸다. 뉴시스

윤 총장에 대한 비토 목소리도 컸다고 한다. 이형석(광주 북구을) 의원은 “추·윤 갈등이 지속하는데 왜 가만히 윤 총장을 가만히 놓아두냐고 꼬집는 분도 있었다”며 “임면권자인 대통령이 절차적 정당성만 강조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분도 꽤 많았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지지율 약세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되고 있었다. 전남의 한 의원은 “절차를 강조하는 이 대표에 대해 ‘끝이 무르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호남에서 이 지사의 인기가 오른 건 확실하게 밀어붙인다는 기대감 때문”이라고 말했다.

“호남 중도보수들이 떠난 것”

그러나 여론 전문가들의 생각은 호남권 의원들의 인식과는 달랐다. 여론조사업체 에스티아이 이준호 대표는 “호남에도 민주당 전통적 지지층과 일반 시민 생각에는 온도 차가 존재한다”며 “공수처를 제때 처리하지 않아 민심이 하락했단 진단은 밑바닥 민심과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호남만 하락이 아니라 호남에서도 하락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배종찬 인사이트K 소장은 “현 정부가 호남에 공을 들인다곤 하지만 구체적인 성과가 없다”며 “수도권 부동산 가격상승 소식에서 느껴지는 박탈감이나 부산권 가덕신공항 추진에 따른 소외감이 ‘호남홀대론’으로 이어질 조짐도 보인다”고 말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이 공수처법 개정안을 일방 처리 하려한다"고 규탄 발언을 마친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이 공수처법 개정안을 일방 처리 하려한다"고 규탄 발언을 마친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10일 징계위를 앞두고 최고조에 달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 간의 갈등에 대한 피로감도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단 지적도 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팍팍 밀어붙이지 못한다는 호남 진보층의 불만도 있지만 장관과 총장의 갈등을 중재하지 못하는 정권의 일 처리에 대한 중도층 비판이 함께 작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호남이라고 다 공수처법에 찬성하겠느냐, 결국 추·윤 갈등에 염증을 느낀 중도·보수 성향 지지층이 우리당 지지를 접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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