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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킥백중’ 경이로운 한인 키커 구영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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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필드골을 시도하는 NFL 애틀랜타 팰컨스의 재미교포 키커 구영회(오른쪽). [AP=연합뉴스]

필드골을 시도하는 NFL 애틀랜타 팰컨스의 재미교포 키커 구영회(오른쪽). [AP=연합뉴스]

“경이로운 플레이다.” (CBS스포츠)

성공신화 쓰는 NFL의 재미교포 #생애 처음 ‘이달의 선수’로 선정 #좌절 경험하고 재도전 인정받아 #올스타 투표 중간 결과서도 1위

미국 프로풋볼(NFL) 한국인 키커 구영회(26·애틀랜타 팰컨스)의 올 시즌 활약상을 가장 간결하게 표현하는 한 마디다. 구영회는 5일(한국시각) NFL이 발표한 내셔널풋볼콘퍼런스(NFC) 스페셜 팀 11월 ‘이달의 선수’에 선정됐다. ‘이달의 선수’는 NFC와 아메리칸풋볼콘퍼런스(AFC) 선수 중 공격·수비·스페셜 팀 세 부문에서 한 달간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각각 주어진다. 매 시즌 정규리그가 열리는 9~12월 네 차례만 시상하기 때문에 은퇴할 때까지 한 번도 못 받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구영회도 첫 수상이다. 구영회는 CBS 인터뷰에서 “기쁨은 잠시 접어두고 시즌이 끝난 뒤에 몰아서 즐기겠다. 감독님 믿음이 있었기에 이 자리에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구영회

구영회

구영회는 11월 한 달간 백발백중이었다. 필드골 14개를 100% 성공시켰고, 보너스킥도 10번 중 9번을 기록했다. 시즌 전체 성적을 봐도 구영회는 필드골을 30번 시도해 29개를 성공했다. 필드골 성공률 96.7%로 전체 1위다. 리그 정상급 키커의 기준인 50야드 이상 필드골의 경우 성공률이 100%(6회 시도)다. 50야드 킥은 축구에서 30m대 장거리슛 골을 넣는 것만큼 어렵다. 29개의 필드골(1위)과 22개의 보너스킥을 더해 총 109점을 기록한 그는 올 시즌 리그 득점 1위다. CBS는 “지금까지는 완벽함에 가까운 시즌”이라고 평가했다.

이제 구영회에게는 ‘스타 선수’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지난 시즌까지도 상상할 수 없던 일이다. NFL은 홈페이지를 통해 그의 성공기를 전하며 “역대 최고 정착 스토리”라고 소개했다. 서울 태생인 그는 12세 때 미국 뉴저지로 이민했다. 그는 한국에선 축구선수를 꿈꿨다. 중학 시절 그의 슛 실력을 본 친구들 권유로 미식축구에 입문했다. NFL은 “당시 벤저민 프랭클린 중학교 감독이 ‘미식축구에 네 미래가 있다. 장학금도 탈 수 있다’며 영어를 배우기도 전 미식축구부터 가르쳤다”고 소개했다. 그는 조지아 서던대에 진학했다. 그곳에서도 ‘루 그로자 어워드’(대학 최고 키커 상) 후보에 오르는 등 실력을 인정받았다.

2017년 9월에는 LA 차저스 유니폼을 입고 한국인 최초로 NFL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기쁨은 잠시였다. 날고 기는 선수들이 즐비한 NFL 벽은 높았다. 첫 시즌 4경기에 나와 6차례 필드골 중 3개를 실패했고, 한 달 만에 방출됐다. 그는 아픔을 견뎌내며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했다. 아마추어 리그 격인 신생 애틀랜타 레전드에서 NFL 재도전의 발판을 다졌다. 근력을 키우고, 슛 각도를 연구했다. 줄기차게 NFL 구단의 테스트에 참가했다. 마침내 지난해 10월 애틀랜타에서 다시 기회를 잡았다. 2년 만에 NFL 복귀한 그는 지난 시즌 8경기에서 필드골 시도 26번 중 23번(88.5%)을 성공했고 정상급 키커로 우뚝 섰다.

팬도 구영회를 인정한다. 그는 17일까지인 NFL 올스타전 ‘프로볼’ 팬 투표에서 키커 포지션 전체 1위다. 재미교포 최초 올스타에 도전한다. NFL은 “리그엔 별 희한한 사연을 가진 선수가 넘치지만, 구영회만큼 멋진 인생 역전 스토리를 지닌 선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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