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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남친과 생이별, 커플비자 달라" 靑에 쏟아진 '코로나 청원'

중앙일보

입력

'국제커플 비자제' 도입을 주장하는 'LoveisNotTourism' 웹사이트. 아래쪽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링크도 있다. 사이트 캡처

'국제커플 비자제' 도입을 주장하는 'LoveisNotTourism' 웹사이트. 아래쪽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링크도 있다. 사이트 캡처

일본인 남자친구와 결혼을 약속한 직장인 A씨. 그는 지난달 1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아이들 소꿉장난 같은 연애가 아니다"라며 "국제커플이라도 만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청원을 올렸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에 따라 일본에 있는 남자친구와 만나기 어려워지자 용기를 냈다. 그는 "한일 간 관광비자 발급이 어려워 일본인 남자친구와 통화, 영상통화로만 1년 넘게 연애를 이어가고 있다"며 "코로나 19가 계속 이어지면서 곧 만날 수 있을 거란 처음 예상과 달리 생이별이 길어지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독일에서는 국제커플을 위한 비자 제도를 실행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한 번쯤 검토해주셨으면 한다"고 적었다. 이어 "코로나 19 해외 유입 확진자가 많아질 수 있다는 걱정이 당연히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면서도 "(방역) 규칙을 엄격하게 정해주시면 지킬 자신이 있다"고 덧붙였다.

국제커플 비자제를 도입한 국가는 독일·프랑스·캐나다·스페인·노르웨이 등 14개국이다. 다만 연인인지 검증하는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연인 관계를 증명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공개(독일)나, 거주증명서·공동임대계약서·은행 계좌 내역(프랑스)을 요구하는 식이다.

지난달 30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제안한 청원.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지난달 30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제안한 청원.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국제커플 비자'처럼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극복하기 위한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있다. 거리두기 2단계를 시행한 지난달 11월 1~30일에만 ‘코로나’ 단어를 포함한 국민청원이 208건 올라왔다. "자영업자를 구제해 달라" "행사를 취소해 달라"는 등 민원성 청원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내용도 많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급하게, 장기간 적용하다 보니 불편이 늘었다"며 "일부 청원은 정책에 반영할 만큼 설득력 있다"고 평가했다.

"주총 전자투표 의무화하자" 

코로나 19 방역을 위해 모든 기업의 주주총회를 전자투표제로 의무화해달라는 청원도 등장했다. 지난 10월 청원을 올린 한 시민단체는 "(코로나 유행 중) 동학개미운동이 주식 시장의 버팀목과 활력소가 됐다"며 "그런데도 소액주주의 권리 보장 및 제도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대안으로 전자투표제 의무화를 제시했다. 단체 측은 "주주총회를 전자투표제로 시행하면 주주 의결권을 지켜줄 수 있다”며 “지속하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 감염예방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은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전자투표제는 주주가 PC나 스마트폰을 통해 의결권 등을 행사하게 한 제도다. 주총장에 나오지 않아도 돼 소액주주의 접근성을 높였다. 지난해 기준 상장사 250곳 중 전자투표로 의결권을 행사한 곳은 28.8%(72개사)였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 전자투표제를 의무화할 인프라를 충분히 갖췄다"며 "코로나 19 방역에도 도움이 되는 만큼 온라인 주주총회 확대를 검토할 만하다"고 말했다.

김계조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이 지난달 20일 청와대 사랑채 스튜디오에서 민식이법 개정과 관련한 국민청원에 대해 답변하고 있다. 뉴스1

김계조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이 지난달 20일 청와대 사랑채 스튜디오에서 민식이법 개정과 관련한 국민청원에 대해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자신을 중학교 교사라고 밝힌 한 청원자는 "청소년에게 문화복지비를 지원해달라"고도 했다. 그는 "코로나 19 외출 제한으로 아이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기존 지원 정책은 교육청마다 달라 공평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청소년에게 문화 복지카드를 지급하는 정책을 제안했다.

이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원 게시판은 이미 단순 '신문고' 기능을 넘어섰다"며 "드라이브 스루 진료소처럼 현실성 있고 톡톡 튀는 아이디어도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국민이 불편한 점에 대해 해결책을 먼저 제안한다는 점이 긍정적"이라며 "최소 발의 인원이나 답변 필요 인원 제한과 관계없이 좋은 아이디어라면 해당 부서로 연결해주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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