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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은행 ESG 성적표 살펴보니…동남아 은행 평균, 일본엔 못 미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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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국내 5개 은행의 ESG(친환경·사회적책임·지배구조) 성적표가 나왔다. 국내 은행의 ESG 통합 점수는 동남아 은행 평균 점수와 비슷했지만 일본 은행보다는 낮았다.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곳은 신한은행이었다.

 ESG(친환경·사회적책임·투명한 지배구조) 경영은 올해 금융권 최대 화두다. 셔터스톡

ESG(친환경·사회적책임·투명한 지배구조) 경영은 올해 금융권 최대 화두다. 셔터스톡

국내 은행 ESG 성적표 동남아 평균 수준

세계자연기금(WWF)은 1일 아시아 지역 48개 은행을 대상으로 2020년 은행 부문 지속가능 금융 평가(SUSBA) 보고서를 발표했다. SUSBA는 은행들이 ESG 요소를 의사 결정 절차에 얼마나 반영하는지를 평가한다. 은행이 환경을 파괴하는 기업이나 산업에 투자하지는 않는지, 지배구조는 투명한지 등을 따진다.

올해 네 번째로 시행된 SUSBA에는 아세안 회원국인 싱가포르·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필리핀·태국·베트남 등 6개국의 38개 은행이 참여했다. 한국의 5개 은행(신한·국민·하나·우리·기업)이 참여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SUSBA는 은행들의 금융상품과 포트폴리오 등 6개 부문에서 ESG 요소를 평가한다. 올해 국내 은행 5곳이 획득한 점수는 동남아 은행 평균 수준이었으며, 일본 은행들은 그보다 우수한 점수를 받았다.

석탄 끊는 은행들…대세는 ‘녹색 금융’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 은행들은 석탄 관련 금융지원을 축소하고 있지만 91%의 아세안 은행들은 신규 석탄화력발전소에 금융 지원을 계속했다.

 세계자연기금이 발표한 국내 5개 은행의 ESG(환경·사회적책임·지배구조)성적표. 세계자연기금

세계자연기금이 발표한 국내 5개 은행의 ESG(환경·사회적책임·지배구조)성적표. 세계자연기금

또 국내 5개 은행 모두 기후 변화, 물 부족, 산림 벌채 등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녹색금융상품을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은행은 ‘지속가능한 금융 정책’ 부문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통합 1위에 올랐다. 2위를 한 국민은행은 시중 은행 중 유일하게 ESG 전담팀을 만들어 인사 부문에서 높은 평가 받았다. 그 뒤가 하나·우리·기업은행 순이다.

비교적 낮은 점수를 받은 데 대해 기업은행 관계자는 “2019년 IBK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기반으로 한 평가이기 때문에 최근 경영 변화가 반영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국내 중소기업이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도록 감축 사업 전과정에 무료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고, 주요 상장사의 탄소 경영 현황을 공개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해 2년 연속 우수 금융 기관으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WWF 측은 “은행에서 ESG 관련 경영 활동을 전부 공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평가에 미처 반영하지 못한 우수 활동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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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은행들은 기후 관련 부문에서 대체로 좋은 점수를 받았다. 5개 은행 모두 기후 관련 재무 공시 권고안을 준수했고 녹색금융상품을 적극적으로 제공했다고 WWF 측은 밝혔다.

홍윤희 한국 WWF 사무총장은 “ESG 리스크 관리를 은행에 요구하는 투자자들의 압력이 커짐에 따라 지속가능 금융의 중요성이 점차 커질 것”이라며 “특히 정부에서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하는 상황에서 은행의 탈 탄소화는 생존을 위한 핵심 전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금융권에서 ‘지속가능한 투자’가 화두로 떠오르며 ESG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한국판 뉴딜도 ESG와 무관하지 않다. 정부는 2025년까지 73조4000억을 투입해 신재생에너지와 녹색산업을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DB금융투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9월까지 국내·외 ESG 발행채권 규모는 65조4000억원으로 2018년 연간 발행액 8조1500억원 대비 8배가량 증가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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