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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김여정 하명’ 논란 대북전단금지법 상임위 단독 처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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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위원장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스1

송영길 위원장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2일 대북전단금지법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단독 처리했다.

국회 외통위는 이날 오전 전체회의를 열어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북전단 금지법)을 상정한 뒤 표결 처리했다. 야당 의원들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대신 “기록을 위해서라도 말하겠다”며 반대 입장을 밝힌 뒤 회의장을 일제히 퇴장했다.

국회 외통위원장인 송영길 민주당 의원과 김홍걸 무소속 의원이 각각 발의한 이 개정안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북한을 향한 확성기 방송이나 전단 살포 행위 등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를 어길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처벌 조항도 넣었다.

앞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지난 6월 4일 담화를 통해 탈북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를 비난하며 우리 정부를 향해 “저지시킬 법이라도 만들라”고 요구했다. 다음날인 5일 김홍걸 당시 민주당 의원은 법안을 발의했으며, 같은 달 30일 송영길 의원도 비슷한 취지의 법안을 외통위원장 1호 법안으로 내놓았다.

여당은 당초 지난 8월 임시국회에서 이 법안을 처리하려 했으나, 야당 의원들이 안건조정위로 회부해 법안 통과를 저지했다. 국회법은 이견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 안건에 대해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 요구가 있으면 안건조정위를 구성해 최장 90일 동안 심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당은 전날(1일) ‘90일이 지났다’며 대북전단 금지법을 법안소위에서 단독 처리했다.

야당 의원들은 이날 회의에서 대북전단 금지법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은 “역대 어느 정부가 시도하지 못한 위헌적 발상이다. 민간인에 대한 표현의 자유를 강제하는 건 안 된다”고 말했다. 같은 당 태영호 의원은 “현존하는 우리 경찰집행법 만으로도 너끈히 막을 수 있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김여정 하명법’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은 “북한군에 의해 우리 국민이 총살당한 게 72일 전인데 사과도 없는 상황에서 법안을 강행처리 하니 ‘김여정 청부입법’이란 비판이 나온다”고 말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김 부부장이 엄포를 놓지 않았다면 법을 만들었겠느냐. 김여정 존경, 칭송법이다”라고 주장했다. “90일이 지나도록 조정위원회가 구성되지도 않았다”(박진 의원)는 절차상 문제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강경화 외교부장관과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상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강경화 외교부장관과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상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반면, 여당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법안 통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민주당 외통위 간사인 김영호 의원은 “안건조정위의 구성요청을 해야 했는데 아무도 하지 않았다. 공동의 책임이라는 말씀드린다”면서 “매우 시급한 문제라고 판단해 부득이하게 어제 법안소위 단독처리를 했다”고 설명했다. 두 차례 대북 특사를 맡았던 윤건영 의원은 “안전에 관한 법이라면 시간 끌지 않고 처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송영길 위원장은 “조정위원회를 선임하게 돼 있는데 저도 잘 체크를 못 했고 각 간사님께서 적극 문제 제기를 안 해서 방치된 면이 있었다”면서도 “안건조정위를 거쳤고 법안소위도 거쳐 충분히 논의된 사안”이라고 말했다. 또 “5선 국회의원(본인)이 발의한 법안이다. 제가 김여정의 하명을 받아 발의했겠는가”라며 “상대 국회의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달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전날 정보위에서 처리된 국가정보원법 개정안과 함께 대북전단금지법 등을 9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할 방침이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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