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길러먹는 요리용 허브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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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슈퍼마켓 진열대에는 갖가지 서양 향신료가 수입 판매돼 한국인의 입맛 변화를 가늠케 한다.

그러나 정말 향기를 맛보고 싶다면 이파리를 말려 가루낸 이런 제품보다는 싱싱한 잎사귀째 요리에 들어가는게 좋다. 두 맛은 비교할수 없을 정도이다.

요즘 양재동 꽃시장에 나가면 겨울 추위를 견뎌낸 민트.로즈마리.타임을 미니 화분 당 2천원에 살수 있으며 3월이면 온실에서 자란 바질도 나온다.

허브는 햇빛을 잘 쏘여주고 일주일에 1-2번 물만 주면 별탈없이 자라 초보자도 쉽게 기를 수 있다. 화분을 아파트 베란다에 두고 키우다가 요리할 때 한두잎 따서 넣으면 된다. 다음은 허브 이용법.

▲바질(Basil)= 허브 농장에서 파종된 바질이 3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에 나온다. 음식점 등 식재료상에서 가장 많이 구입해가는 허브이다.

토마토와 잘 어울려 이탈리아 요리에서는 빼놓을수 없다. 슬라이스한 토마토에 모짜렐라 치즈, 그리고 바질을 섞은 샐러드는 이탈리아 식탁의 대표적인 요리.

이외에도 스파게티, 피자, 소고기, 버섯, 닭, 달걀요리와도 잘 어울린다. 요리에는 향기가 약한 어린 잎을 사용하는게 좋다.

바질은 추위에 약해 섭씨 14도 이하에서는 잎이 시든다. 겨울을 나기 어려우므로 가정에서는 하얀 꽃이 피었다가 지고 나면 씨를 받아 말렸다가 다음해 4월쯤 화분에 심는다. 그러다가 찬 바람이 불면 집안으로 옮겨오는데 햇빛보기에 장애가 많아 건강하게 키우기가 쉽지는 않다.

▲민트(Mint)= 스피아민트, 페퍼민트, 애플민트 등이 시판되고 있다. 민트류는 향긋하고 달콤한 맛과 잘 어울려 주로 디저트용으로 사용된다.

레모네이드나 아이스크림을 장식하거나, 민트를 우려낸 물로 바바로아를 만들기도 한다. 식초에 민트를 넣으면 허브식초가 된다. 매일 흔들어 주면 3주일 후부터 사용할수 있는데 과일 샐러드와 잘 어울린다.

민트는 서늘한 곳에서도 잘 자란다. 겨울에도 구입해 키울수 있다.

▲로즈마리(Rosemary)= 작은 바늘같이 뾰족한 잎을 지녔다. 향이 강해 손으로 이파리를 만진 뒤 향기가 오랫동안 피부에 남는다.

향은 상쾌하지만 맛을 맵고 쓴 편이다. 이 향이 누린내를 없애주기 때문에 서양의 양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오리고기 등 육류요리에는 로즈마리가 들어간게 많다.

요리를 하더라도 향이 요리속에 `배어있을' 정도여서 기호가 강한 사람은 맛을 꺼릴 수도 있다. 임산부에게는 권장되지 않는다.

▲타임(Thyme)= 시장에는 얇은 잎사귀의 골드레몬 타임이 나와 있다. 스튜,수프 등 오랜시간 조리하는 요리에 주로 쓰인다. 생선요리에도 많이 쓰인다.

신라호텔 이탈리아 식당 `라 폰타나'의 김용수 과장은 "어떤 종류의 허브이건 볶는 요리일 때는 마무리 단계에서 넣어야 향이 살지만 스튜.찜 같이 오래 끓이는 요리에서는 처음부터 넣어도 상관 없다"고 말했다.

집에서 바질을 길러온 이탈리아 요리전문가 최미경씨는 "허브는 미니화분보다는 5-6포기를 한꺼번에 모아 토분에 옮겨심었을 때 더 잘 자란다"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화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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