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두통·뇌성마비도 보톡스 효과

중앙일보

입력

보톡스가 새롭게 탈바꿈하고 있다. 기존 주름살 제거에서 편두통과 사각턱 교정, 뇌성마비 치료까지 활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기 때문이다.

11일부터 이틀간 서울 호텔신라에서 열린 아시아 보톡스 포럼에서 국내외 전문가들이 발표한 보톡스의 새로운 응용분야와 치료법을 소개한다.

◇편두통

편두통이란 머리 한쪽이 맥박과 함께 욱씬욱씬 쑤시고 아픈 전형적인 머리 통증.

미국 샌디에이고 카이저병원 블루멘펠드 박사는 2백71명의 편두통 환자를 대상으로 통증 부위에 직접 보톡스를 주사한 결과 두통 발생 일수가 월 18.9일에서 8.3일로 줄어들었다고 발표했다.

증상을 앓는 기간이 56% 감소한 것. 두통의 강도도 25% 가량 감소했다고 밝혔다.

그는 "환자에게는 평균 3.4회 주사했으며 효과는 평균 8.6개월 지속됐고, 1.1%에서 눈썹과 눈꺼풀이 일부 처지기는 했지만 대부분 부작용은 관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보톡스가 편두통에 효과가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 메이요 두통클리닉 데이빗 도딕 소장은 "보톡스가 두피를 둘러싸고 있는 근육을 이완시키고, 만성적인 두통을 유발하는 염증물질인 서브스턴스 P와 글루타메이트의 분비를 억제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각턱

사각턱이란 옆턱 뼈가 돌출된 것으로 지금까진 수술로 턱뼈를 깎거나 보톡스 주입으로 저작근을 퇴행시키는 방법을 활용했다.이번에 발표된 내용은 보톡스와 수술을 병행한 경우.

수술 전 보톡스를 주사함으로써 수술 효과를 높였다는 것이다. 드림성형외과 박양수 원장팀은 60명의 사각턱 환자들을 대상으로 수술 1주일 전 보톡스를 주사한 그룹과 그렇지 않고 바로 수술한 30명의 대조군을 비교했다.

그 결과 미리 주사한 그룹에서 수술 후 부종과 출혈 등 부작용이 적고 턱관절 장애도 줄었다는 것.

박원장은 "보톡스를 통해 음식을 씹는 근육을 마비시키므로 수술 칼이 쉽게 턱뼈로 접근할 수 있었다"며 "수술 도중 턱뼈를 잡아당기는 등 무리한 조작을 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뇌성마비

뇌성마비는 태아의 산소부족 등 태어나면서부터 생기는 운동신경의 손상으로 나타난다.

지능은 정상이지만 운동기능이 떨어져 불규칙하게 팔과 다리.얼굴 근육이 수축하게 된다. 지금까지 주된 치료는 재활요법을 중심으로 심한 경우 근육과 신경 일부를 잘라주는 정형외과적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보톡스도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세대 의대 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박창일 교수는 "뇌성마비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팔과 다리, 목 근육 등에 보톡스를 주사한 결과 근육이 이완하면서 발목을 움직일 수 있는 각도가 증가하는 등 보행기능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효과는 3~6개월 동안 지속됐으며, 뇌성마비 중 근육이 심하게 경직되는 강직성 뇌성마비에 특히 효과적이었다.

◇주의사항

보톡스는 일부 병.의원에서 시험적으로 편두통과 사각턱 교정, 뇌성마비 등에 시술돼 왔다. 이번에 소개된 내용은 임상시험을 통해 학회에서 공식적으로 발표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

어느 경우든 국소적으로 주사되므로 부작용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공인을 거친 주름살 제거처럼 장기간에 걸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 대규모 임상시험을 거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전문의와 상의하면서 신중하게 치료받는 것이 권장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