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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체능 여고생 '대입용 성형' 붐

중앙일보

입력

서울 압구정동 H성형외과 대기실에선 매일 뮤직비디오를 튼다. 10여개 의자가 모자랄 정도로 몰리는 젊은 손님들의 취향에 맞춘 것이다. 고객 중 상당수는 여고생이다.

15일 또래와 함께 상담을 기다리던 서울 D고 2년생 申모(17)양. 대학 무용과 지망생이라는 申양은 "발목의 지방을 없애려고요"라고 말했다.

무용학원 선생님이 "발목이 두꺼우면 아무리 잘해도 맵시있게 보이지 않는다. 뼈라도 깎아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이 병원 관계자는 "고교생이 전체 환자의 70%"라면서 "주로 예체능계 학생이 많다"고 귀띔했다.

압구정동.신사동과 강남역 주변 등 소위 '강남 성형외과 타운'이 겨울방학을 맞은 연극영화과.무용과 등 예체능계 고교생들로 붐빈다.

"아직 성장기여서 부작용이 올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염려가 "외모를 갖춰야 실기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다"는 이유로 무시되고 있는 것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뜯어고친다

얼마 전 신사동 P성형외과에서 콧대 높이기 상담을 한 연극영화과 지망생 金모(17.H고2)양은 "볼살이 더 두툼하면 '명품족'처럼 보인다"는 의사의 말에 볼살 확대수술도 예약했다. 두곳 수술비용은 3백50만원이지만 병원측은 3백만원으로 깎아줬다.

金양은 가격까지 꿰고 있었다. "이름난 병원에서 쌍꺼풀 수술은 1백50만원 정도다. 몇 가지를 추가하면 1천만원이 넘는다. 화면이 잘 받으려면 할 수 없이 수술을 해야 한다."

최근엔 이미 잡혀있는 쌍꺼풀을 더 크게 만드는 수술이 유행이다. 코 옆에 있는 팔(八)자 모양의 주름을 제거하는 소위 '귀족수술'도 인기다.

무용 전공 학생들은 몸매쪽이다. 신사동의 한 성형외과 전문의 조세흠(48)씨는 "마른 체형이어야 춤사위가 난다는 이유로 배.허벅지.종아리에 지방흡입술을 많이 받는다"며 "객관적으로 봐도 가냘픈 몸매라 만류를 해도 수술을 고집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왜 그러나

A대학 연극영화과 교수(59)는 "외모도 연기 전공자의 조건 가운데 하나다. 대부분의 평가자들은 실기장에 들어선 수험생의 첫 인상을 보고 연기 전공에 적합한지 여부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몸으로 표현하는 예술인 특성상 실기 때 외모를 보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1~2점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수험생들로선 '성형수술을 안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심리가 되는 것이다.

이런 풍토를 전교조 성원재(45)대변인은 "외모를 대입 전형의 척도로 평가하는 건 차별요소가 짙은 인권문제다. 예술에서 몸은 수단에 불과할 뿐 중요한 건 인간의 내면과 감성의 전달"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대개의 입시 현장에서는 그렇지 않은 게 문제다.

B대학 무용과 여교수(47)는 "발레 전공자는 일반인과 체형이 달라 평가항목 가운데 신체에 관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몸매를 보면 그 수험생이 얼마나 연습을 많이 했는가를 알 수 있다. 평균적으로 신체에 관한 배점이 1백점 만점에 15점 정도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부작용 조심해야

성형외과 전문의들도 수술에 부정적이다. 황경하(40)박사는 "학생들이 실력을 늘리기보다는 성형에만 신경쓰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신체적 성장이 덜 된 나이에 성형수술을 하는 것은 결코 의학적으로 권장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黃박사는 "특히 뼈가 더 자라날 고 1, 2 나이 때는 뼈에 무리가 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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