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적 차별금지법 논란
“동성애를 반대하느냐.”(홍준표)
외국인·난민·성소수자·장애인 등 #모든 종류의 차별 묶어서 금지 #정의당 주도, 인권위도 제정 촉구 #기독교계 “나쁜 법안” 강력 반발 #27만7000명 반대 서명 국회 제출 #통과 열쇠 쥔 민주당 소극적 입장
“반대합니다.”(문재인)
2017년 4월 25일 열린 JTBC 대선 토론회에선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후보의 질문에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이렇게 답했다. 홍 후보는 이어 “차별금지법이라고…이게 사실상 ‘동성애 허용법’인데 동성애 반대하는 게 분명합니까”라고 거듭 질문하자 문 후보는 “저는 뭐…동성애 좋아하지 않습니다”라고 답변했다.
차별금지법은 지난 대선 때도 후보 간 토론회 때 다뤄질 만큼 뜨거운 감자였다.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때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2017년 대선 땐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을 이유로 공약에 담진 않았다. 당선 이후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국정과제에도 차별금지법은 포함되지 않았다.
국회에서도 차별금지법 입법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21대 국회가 개원한 후 지난 6월 29일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성별, 장애, 나이, 경제적 상황 등 모든 형태의 차별에 반대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대표 발의했다. 구체적으로는 여성·장애인·외국인·이주민·난민·성소수자·비정규직 등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포괄적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 헌법에는 모든 국민에게 ‘평등권’이 보장된다고 명시돼 있다. 이를 근거로 그동안 양성평등기본법, 남녀고용평등법, 장애인차별금지법, 연령차별금지법, 난민법, 기간제법 등 다양한 이름의 개별 차별금지법이 제정돼 있다. 하지만 장 의원은 “개별 차별금지법을 하나씩 추가로 만드는 것은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만드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는 입장이다. 이 법안은 지난 수년 동안 찬반을 둘러싸고 논란이 컸던 만큼 발의에도 상당히 애를 먹었다는 후문이다. 법안 발의에 함께 이름을 올릴 의원을 모으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 의원은 “드래곤볼(일본 만화로 드래곤볼 7개를 모으면 소원을 이룰 수 있다는 내용)을 모으는 마음으로 의원들을 찾아다니고 있다”고 당시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글을 남기기도 했을 정도다. 이후 장혜영·심상정·배진교·이은주·강은미·류호정 등 정의당 의원 6명과 권인숙·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려 의원 10명을 간신히 채웠다.
장 의원의 법안 발의 이후 국가인권위원회도 입장을 밝혔다. 인권위는 전원위원회를 거쳐 확정한 법안 시안을 공개하고 “어떤 이유로도 인간의 존엄성을 유보할 수 없다”며 “국회는 조속히 입법을 추진해 모두를 위한 평등에 앞장서야 한다”고 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에도 인권위는 정부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한 바 있다. 당시 인권위는 성별, 장애, 국가, 피부색,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한 괴롭힘을 차별에 포함하고, 이행강제금 등 시정명령권을 도입해 차별에 대해 징벌적 배상을 하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차별금지법은 번번이 제정에 실패했다. 보수적 기독교계 등 종교단체를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이번 정의당 측의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에 대해서도 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10월 27일 진정한 평등을 바라며 나쁜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전국연합(진평연)은 이 법안 제정에 반대하는 목회자, 학계 인사, 법조인, 일반 시민 등 27만 7000여명의 서명을 받아 국회 법사위에 제출한 상태다. 해당 법안이 현행 헌법에 위배될 뿐 아니라 동성 간의 결합 등을 합법화해 건강한 가정을 해체한다는 것이다. 또 동성애 등을 인정하게 되면 잘못된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의 폐해를 가르치는 비판의 자유조차 억압하는 등 그 폐해가 크기 때문이라는 것도 반대하는 주된 이유다.
차별금지법안이 발의된 지 6개월 가까이 돼 가지만 국회 상임위와 본회의 통과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민주당은 여전히 소극적 입장이다. 전국의 대형교회를 비롯해 기독교계가 강하게 반대하는 상황에서 지역구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정의당 측은 “과거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려고 한 민주당이 일부 반대 세력의 눈치를 보는 데 급급하다”며 “명확한 입장을 정하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고성표·김나윤 기자 muze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