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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여성집 훔쳐보고 몰카···53건중 50건 푼 ‘해결사’ 떴다

중앙일보

입력

서울 금천구 0주택가 어두운 골목길에 범죄 예방 및 홍보를 목적으로 설치한 조명. 연합뉴스

서울 금천구 0주택가 어두운 골목길에 범죄 예방 및 홍보를 목적으로 설치한 조명. 연합뉴스

주택 창문을 통해 여성을 훔쳐보고, 휴대전화로 촬영까지 한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한 경찰서에서 운영하는 ‘주거침입 전담팀’이 올린 성과다.

23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광진경찰서는 5월부터 지난달까지 주거침입 전담팀을 운영했다.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 그중에서도 주거침입 범죄를 처리하는 수사팀이다. 1개 강력팀이 주거침입 사건만 전담한다.

광진서가 전담팀까지 꾸린 건 관할 지역의 특수성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광진구 내 여성 1인 가구는 3만 가구가 넘었다. 특히 동을 기준으로는 서울 내에서 20~24세 여성 1인 가구가 가장 많은 곳이 광진구 화양동이다.

전담팀, 몰카범까지 검거

전담팀은 운영 첫 달인 5월 골목길에서 창문을 통해 여성을 훔쳐본 20대 A씨를 추적해 검거했다. 피해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CC(폐쇄회로)TV를 분석해 A씨를 붙잡았다. A씨는 한 차례 경찰 조사를 받고 한 달이 지나 같은 혐의로 또다시 경찰에 붙잡혔다. A씨의 휴대전화에선 집 안에 있던 여성을 밖에서 몰래 촬영한 사진도 발견됐다. 경찰은 최근 A씨를 주거침입과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등이용촬영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이 전담팀을 운영한 6개월 동안 광진서가 접수한 신고 건수는 총 53건. 신고자의 절반 이상이 20대 여성이었다. 전담팀은 이 중 50건을 해결했다. A씨를 비롯해 18명은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3명은 수사 과정에 절도 등 추가 범죄를 밝혀 구속했다. 반지하나 저층 다가구 주택의 창문을 골목에서 훔쳐보는 범죄 유형이 가장 많았다. 골목에서부터 출입문 안까지 따라 들어가 피해자에게 말을 걸어 입건한 경우도 있었다. 나머지는 신원을 특정해 조사했으나 만취 상태로 집을 잘못 찾아가는 등 단순 착오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광진경찰서. 연합뉴스TV

서울 광진경찰서. 연합뉴스TV

범죄는 일어난 뒤 수습하기보다 예방하는 게 최선이다. 주거침입 전담팀 운영은 피해자를 안심시키는 데 큰 효과를 봤다. 골목 등에 설치한 CCTV를 일일이 추적해 피해자에게 사건 처리 결과를 알려줬기 때문이다. 실제 범죄였다면 검거했다는 안심을, 택배기사나 이웃의 착오였다면 이를 확인해 피해자들이 불안감을 덜었다고 한다. 통상 주거침입 사건은 오인 신고가 많다. 전담팀이 아닐 경우 미검거 상태로 사건을 종결하는 일도 있다.

광진구의 경우 주택이 밀집한 골목이 많다. ‘엿보기’ 범죄가 잦다는 특성 때문에 골목 CCTV 추적에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전담팀이 영상에 찍힌 피의자 동선을 쫓아 추적하는데 1주일 이상 걸리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전담팀이 맡아서 하다 보니 신고 위치에 따라 어느 CCTV를 확인해야 하는지 속속들이 알고 있어 수사 속도가 빨랐다”고 설명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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