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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석 중재안으로 잠시 멈춰선 여야 공수처 대립…25일 재충돌 하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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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을 둘러싸고 ‘강 대 강’ 대치를 벌이던 여야가 충돌 직전 잠시 멈춰섰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3일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만나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추천위)를 재소집하기로 동의하면서다.

추천위는 지난 18일 세 차례의 표결에도 위원 7명 중 6명 이상의 동의를 받는 후보 2인을 추리지 못한 채 활동을 중단했다. 추천위 차원의 재소집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활동 재개를 위해선 국회의장의 요청이 필요한 상태였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여야 원내대표와 회동을 갖고 인사를 나누고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박 의장,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오종택 기자

박병석 국회의장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여야 원내대표와 회동을 갖고 인사를 나누고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박 의장,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오종택 기자

박 의장은 이날 오후 3시 30분부터 약 1시간 10분간 진행된 비공개 회동 뒤 기자들과 만나 “추천위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회의를 재소집해서 공수처장 후보 추천을 위한 재논의를 할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저의 제안에 대해서 여야의 이의는 없었다”며 “회의 소집에 따른 구체적인 문제는 바로 수속을 밟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야당의 비토(veto·거부)권 무력화를 위해 공수처법 개정을 밀어붙이던 민주당과, 이를 총력 저지하겠다며 국회 보이콧을 시사한 국민의힘 사이 극한 대립이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게 됐다.

다만 회담장을 나서는 여야 원내대표의 표정은 여전히 무거웠다. 일단 박 의장의 중재안에 동의는 했으나, 양쪽 모두 기존 입장을 굽힌 건 없어서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어떠한 경우에도 야당의 의도적인 시간 끌기 때문에 공수처가 출범하지 못하는 경우는 없도록 하겠다”며 공수처법 개정안 심사를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반면,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금 공수처법 취지대로 야당도 흔쾌히 동의할 수 있는 후보가 나올 때까지 추천위를 계속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추천위는 늦어도 25일 이내에 재개될 전망이다. 같은 날 민주당이 공수처법 개정안 심사·처리를 예고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소위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여당 측 추천위원인 박경준 변호사는 이날 양당 원내대표의 회동 직후 “(회의 날짜를) 25일로 조율 중”이라고 전했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법사위원회 간사가 지난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법사위원들과 공수처장 후보 추천 무산 관련 기자회견에 앞서 동료 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법사위원회 간사가 지난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법사위원들과 공수처장 후보 추천 무산 관련 기자회견에 앞서 동료 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회의 방식은 지난 18일과 같이 기존 10명의 후보군을 둔 표결이 유력하다. 민주당이 후보 추천부터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는 국민의힘 주장에 대해 “전혀 받을 수 없다”(백혜련 법사위 민주당 간사)고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백 간사는 ‘추천위에서 공수처장 후보를 선출하면 법 개정을 멈출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문제는 추천위가 또다시 결렬될 경우다. 민주당은 정기국회 종료일인 내달 9일까지 단독으로라도 공수처법을 개정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민주당이 단독으로 법 개정에 나설 경우, 중재안을 제시한 박병석 의장도 난처해질 수밖에 없다. 이미 21대 국회 전반기 원(院) 구성과 ‘임대차 3법’ 등 부동산 관련 법을 여당 단독으로 처리한 상태다. 공수처법 같은 쟁점 법안이 또다시 일방적으로 처리될 경우, 협치와 합의를 중시해 온 박 의장의 말들은 무색해지기 쉽다.

그렇다고 재차 여야 합의를 독려하며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는 것 역시 박 의장 입장에선 부담스럽다. 자칫 친정인 여권으로부터 ‘공수처 출범 지연의 주범’이란 원망을 살 가능성도 있다. 박 의장은 이날 회동에 앞선 모두발언에서 “어차피 절대적 후보자를 뽑는 것도 아니고 상대적으로 능력 있고 상대적으로 결점이 적은 후보 뽑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도 열린 마음으로 논의 임해주시길 바란다”며 여야의 원만한 합의를 당부했다.

하준호·김홍범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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