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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환경회의 "2035년 국내 신차는 친환경차만, 2040년 석탄발전 중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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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중장기 국민정책제안 기자회견에서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중장기 국민정책제안 기자회견에서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2040년 탈석탄, 2035년 탈내연기관'

국내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기후변화·미세먼지 대응을 위한 방안을 논의한 끝에 나온 결론이다. 국가기후환경회의(위원장 반기문)는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세먼지·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중장기 국민정책제안’을 발표했다.

대표과제 8개, 일반과제 21개를 골자로 한 이번 제안은 지난해부터 1년간 분야별 전문위원들이 논의하고, 지난 9·10월 국민정책참여단의 토론회로 의견 수렴을 거친 뒤 확정됐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2017년 연평균 25㎍/㎥였던 초미세먼지 농도를 2030년엔 WHO 권고수준인 15㎍/㎥까지 낮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로 인해 조기사망자 수가 줄어드는 등 건강영향도 줄어들 것으로 봤다. 자료 국가기후환경회의

국가기후환경회의는 2017년 연평균 25㎍/㎥였던 초미세먼지 농도를 2030년엔 WHO 권고수준인 15㎍/㎥까지 낮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로 인해 조기사망자 수가 줄어드는 등 건강영향도 줄어들 것으로 봤다. 자료 국가기후환경회의

대표과제 8개는 비전‧전략, 수송, 발전, 기후‧대기 4대 분야에서 각 2가지씩을 꼽았다. 기존의 주요 업무였던 미세먼지와 관련해 기후환경회의는 ‘2030년 초미세먼지 농도 연평균 15㎍/㎥ 목표’를 전면에 내세웠다. 김숙 기후환경회의 전략기획위원장은 “2017년 연평균 25㎍/㎥였던 초미세먼지를 2025년엔 17㎍/㎥, 2030년엔 15㎍/㎥까지 낮추는 걸 목표로 했다”며 “현재는 배출량 관리 중심 5년 단위 정책을 펴고 있지만 효과가 떨어지고, 10~20년 이상 중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2035년, 친환경차 아니면 국내 판매 금지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김은경 환경부 장관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우체국 앞에서 쎄미시스코사의 초소형 친환경전기 배달차량 D2를 시승하고 있다.  이날 과기정통부와 환경부는 집배원 안전사고 예방 및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우편배달용 전기차량 보급·확산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2018.2.19/뉴스1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김은경 환경부 장관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우체국 앞에서 쎄미시스코사의 초소형 친환경전기 배달차량 D2를 시승하고 있다. 이날 과기정통부와 환경부는 집배원 안전사고 예방 및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우편배달용 전기차량 보급·확산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2018.2.19/뉴스1

기후환경회의는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배출량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수송 부문의 저감을 위해 강력한 권고안을 냈다. ‘수요 억제 목적으로 경유 가격 상승’이 필요하다고 보고, 현재 휘발유의 88% 수준인 경유 가격을 단계적으로 100%까지 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2035년, 혹은 2040년부터 무공해차‧하이브리드 차만 국내 신차 판매를 허용하는 ‘친환경차 전환 로드맵’도 세워야 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내연기관 산업계 종사자 보호망을 구축하고, 영세 화물차 사업자 지원을 강화해 피해를 최소화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2035년, 늦어도 2040년까지는 친환경차만 국내 신차 판매를 허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자료 국가기후환경회의

국가기후환경회의는 2035년, 늦어도 2040년까지는 친환경차만 국내 신차 판매를 허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자료 국가기후환경회의

안병옥 운영위원장은 “업계에서는 우려를 표하기도 하고, 더 급진적으로 가야한다는 목소리도 있다”며 “그러나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의 변화 속도가 과거 전망보다 너무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글로벌 컨설팅업체들도 2030년에 전기차가 시장의 31~50%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볼 정도로 친환경차 확산 속도가 빠른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트럭, 버스 등 친환경차로 대체되지 않는 차종의 경우 예외로 판매를 허용하고, 전기‧수소차에 근접하는 수준의 내연기관차도 판매를 허용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2040년 석탄발전 '0'

국가기후환경회의는 "2040년 석탄발전을 중단하면 2050 탄소중립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앙포토

국가기후환경회의는 "2040년 석탄발전을 중단하면 2050 탄소중립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앙포토

역시 미세먼지‧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석탄발전도 ‘2045년까지 석탄발전량을 0(zero)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위원장은 “‘2050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그보다 더 빠른 2040년 이전에 중단하는 방안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안병옥 운영위원장도 “2040년 탈석탄을 할 경우 2050년 탄소중립은 가능해보인다”고 했다.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전기요금… 월 5만원→2030년 5만 7700원

국가기후환경회의

국가기후환경회의

전력 수요 조정을 위한 전기요금 체계 개선도 언급됐다. 김 위원장은 “대기오염으로 인한 환경피해, 그로 인한 건강피해, 온실가스 발생으로 인한 기후변화 영향 등의 비용이 포함되지 않아 석탄발전이 가격적 이점을 갖게 되고, 그에 따라 발전과정에서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배출이 지속적으로 늘어난다”며 “환경비용‧연료비 변동을 반영한 요금체계를 만들되, 환경비용은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반영해 급격한 전기요금 변동을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 수용성을 고려해 가격 상한선 설정, 유보조항 마련 등 소비자 보호장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안 위원장은 “다수 정책참여단이 찬성한, 환경비용을 50% 반영하는 안의 경우 전기요금을 한 달에 5만원 내던 가구는 1년에 770원정도씩 올라 2030년에는 월 5만 7700원을 내게 된다”며 “100% 반영하는 경우 2030년엔 2만 5000원이 오른, 월 7만 5000원을 내게 될 것으로 추산됐다”고 설명했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고농도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린 지난해 3월 이후 미세먼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만들어진 대통령 직속 범국가기구다. 이번 제안은 세부 정책안 제시보다 학계‧산업계‧시민사회‧정부가 동의하는 최소한의 방향을 제시하는 의미를 갖는다.

지난해 '계절관리제'처럼… 초고속 정책 될까

기후환경회의의 이번 제안엔 법적 구속력은 없다. 하지만 여러 분야의 전문가 토론과 국민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낸 제안인만큼 실제로 정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기후환경회의 측의 설명이다.

지난해 9월 기후환경회의는 석탄발전소 가동중단, 노후경유차 운행 중단을 포함한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를 제안해 실제 정책으로 이어졌다. 지난달 28일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도 정책 도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안 위원장은 “이번 제안 중 내연기관, 석탄발전소 등은 ‘2050 탄소중립’과 직결되는 사안”이라며 “적어도 내년까지는 구체적인 정책으로 반영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기후환경회의는 현재 지속가능발전위원회‧녹색성장위원회‧미세먼지특별대책위원회‧국가기후환경회의 등 관련 기구를 하나로 통합하는 방안, 현행 “저탄소 녹색성장기본법”을 “탄소중립사회를 위한 녹색전환기본법(가칭)”으로 개정하는 방안도 내놨다.

미세먼지와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2050 탄소중립’ 목표를 위해 기후‧대기 연구를 전담할 국가 통합 연구기관 설치도 제안했다. 한‧중‧일이 대기를 공유하는 만큼 함께 미세먼지에 대응할 수 있는 가칭 ‘동북아 미세먼지-기후변화 공동대응 협약’도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기문 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은 "환경과 경제가 상충하는 시대는 끝났다. 기후위기 대응이 경제정책이고, 지금까지의 성장 패러다임은 버려야 한다"며 "국민 불편을 초래하는 내용이 적지않음에도 불구하고 미세먼지·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동참해준 국민들께 감사하고, 이 제안을 우리 삶을 바꿀 정책으로 만들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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