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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이 8·15 집회 꺼낸 서울시…'잔존감염' 말한 근거 보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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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때문이라는 뜻 아냐, 정부와 취지 공유” 

박유미 서울시 방역통제관이 20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서울시 코로나19 발생현황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유미 서울시 방역통제관이 20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서울시 코로나19 발생현황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8·15 집회 당시 등) 8~9월 큰 집단감염 이후 잔존감염이 있었고, 이것이 최근의 소규모 집단감염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8·15 잔존감염이 원인’ 논란 이틀째 이어져 #중대본 “8월에 집회발 감염, 일상 감염 혼재”

 박유미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이 지난 1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정례브리핑 때 한 발언이다. 당시 박 국장은 “8월 중순부터 당시 발생상황과 지금 발생상황의 큰 차이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박 국장 발언 후 “3개월 전 일어난 특정 행사를 근거도 없이 최근 감염 확산의 주원인으로 지목한 것이 무리가 아니냐”는 등의 의문이 쏟아졌다. 신경과 의사 출신인 박 국장의 전문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기도 했다. 결국 몇 시간 뒤 서울시는 설명자료를 내고 해명에 나섰다.

 당시 서울시가 낸 설명자료에는 ▲8~9월 집단감염의 특징을 설명하기 위해 당시 대규모 확진자가 발생한 사랑제일교회와 8·15 도심 집회를 예시로 언급 ▲8~9월 당시 집단감염 여파로 지역사회에 찾아내지 못한 무증상 감염자들이 있었고, 최근 이런 잔존감염이 소규모 집단감염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취지 ▲광복절 집회 때문에 최근 확진자가 증가한다는 의미가 아님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8·15 집회는 한 예로 든 것일 뿐 집회 때문에 확진자가 증가했다는 취지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중등 임용고시 시험을 하루 앞두고 20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의 한 대형 임용고시 학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가운데 이날 오후 동작구보건소에서 학원생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선별진료소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중등 임용고시 시험을 하루 앞두고 20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의 한 대형 임용고시 학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가운데 이날 오후 동작구보건소에서 학원생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선별진료소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8월 잔존감염이 확산 원인이라는 주장은 고수

 하지만 서울시는 이튿날인 20일 ‘8월 발 감염확산’ 발언의 근거를 다시 제시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박 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8~9월 잔존감염이 최근 소규모 집단감염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보는 구체적 근거가 무엇인지 묻자 “8월 둘째 주 이전에는 ‘감염경로 조사 중’인 확진자가 주당 10~20명대였지만 8월 셋째 주에는 142명, 넷째 주 219명, 9월 첫째 주 101명으로 대폭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는 사랑제일교회, 8·15 도심 집회에 따른 집단감염이 발생한 8월 중순 이전과 이후 확산 양상이 달라졌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박 국장은 “감염경로 조사 중인 확진자가 급증했다는 것은 지역사회에서 찾아내지 못한 무증상 감염자가 많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런 것을 통해 확진자가 증가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청은 근무자 중 2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청사 본관을 폐쇄했다고 밝혔다. 지난 11월 3일에는 시청 기자실에서 확진자가 나와 직원 전원을 귀가하도록 했다. 사진은 11월 3일 폐쇄된 출입문 모습. 연합뉴스

서울시청은 근무자 중 2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청사 본관을 폐쇄했다고 밝혔다. 지난 11월 3일에는 시청 기자실에서 확진자가 나와 직원 전원을 귀가하도록 했다. 사진은 11월 3일 폐쇄된 출입문 모습. 연합뉴스

 서울시 또한 박 국장과 유사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8·15 집회 때문에 감염자가 늘었다는 게 아니라 8~9월 대규모 감염자가 나오면서 잔존감염이 남았을 수 있고, 그게 유지되다 최근 다발적으로 폭증했다는 취지는 누구나 공감하지 않느냐”며 “이런 취지를 발언 이후 중대본·방대본과도 공유했다”고 말했다.

 이런 논란에 관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8월 유행을 대규모 집단감염과 일상 감염으로 나눠 설명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8월 유행에서 8·15 집회라는 이벤트도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8·15 집회 참석자와 무관한 일상생활 곳곳에서의 감염도 동시에 존재했다. 그런 8월의 전체적 유행이 아마 최근의 집단감염으로 조금씩, 조금씩 일상공간에서 확대가 된 것으로 파악한다”고 말했다.

 윤 반장은 이어 “현재 300명 이상의 집단 발생이 나타나는 유행이 특정한 행사나 특정한 집단 이런 쪽에서 기여한다고는 직접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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