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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 빼고 다 결정해 준다는 중국 '별자리 운명론'?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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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의미를 알 수 없는 알파벳 네 글자가 자주 들리기 시작했다. 'MBTI 성격유형'이라는 검사 이야기다. 누군가에게는 어쩌면 생소할 이 검사는,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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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빠르고, 간단한 검사를 통해 자신의 성격 유형을 '진단'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약 10여 분 간단한 테스트를 마치면, 곧바로 알파벳 네 글자가 화면에 뜬다. 그것이 나의 '성격 유형'이라는 것이다.

마치 어떤 마법 주문 같은 이 네 글자 영문. 그런데도 사람들 말에 의하면, 이 분석 결과가 꽤 신통하다고 한다. 자신의 성격유형을 기반으로 강점과 약점, 처세술, 이상적인 연애 상대, 심지어 적성과 그에 맞는 직업군까지 알려주는데, 이것이 꽤 설득력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MBTI, 중국은 별자리?

중국에도 비슷한 문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운세'라는 단어와 더 자주 붙어 다니는 '별자리'다.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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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알다시피 이 별자리는 서양 문화에서 건너왔다. 하지만 요즘 인기는 중국에서 더 얻고 있는 듯하다. 중국에서는 많은 이들이 "별자리가 그 사람의 성격과 취향 등을 결정한다"라 믿는 경우가 있다.

한국의 MBTI와 마찬가지로, 중국의 별자리도 많은 것들을 대신 결정지어 주곤 한다. 어울리는 색깔과 보석, 숫자, 궁합과 적성까지.

[진르터우탸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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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종의 미신이라면 미신으로 볼 수 있는 별자리 '운명론'. 태어난 날이 그 사람의 성격과 성향을 결정한다는 것, 어떻게 생각해보면 터무니없이 들리기도 하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딱 내 이야기네"라며, 별자리 분석 글에 공감을 표하곤 한다. 어떤 이는 진지하게 "전혀 비과학적인 이야기는 아니다. 태어난 생년월일에 따라 계절과 날씨, 성장환경이 다 다르고, 이는 성격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라고 온라인상에서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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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닐지도 모른다. 사주팔자나, 운세 등은 예부터 전해 내려온 동양의 명리학을 그 기반으로 한다고 알려진다.

귀납적 방법을 통해 각양각색 사람들의 특성을 몇 가지로 유형화하고, 이를 체계화시킨 명리학은 '동양의 통계학'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어쩌면 서구의 과학이 전 세계를 지배하기 이전 동양 세계에선 이 명리학이 곧 가장 과학적인 것으로 여겨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기회 놓치지 않는 '똑똑한' 기업들 

'비과학적'으로 들리는 이러한 문화에 누군가는 터무니없는 문화라며 주의를 주지 않는다. 하지만 누군가는 일단 그 판단은 유보하고, 기회를 먼저 잡고 보기도 한다. 이태리 명품 브랜드 구찌가 올해 5월부터 시작한 '별자리 마케팅'이 그것이다.

[구찌 위챗 공식계정 캡처]

[구찌 위챗 공식계정 캡처]

위챗 공식 계정을 통해 〈월간 별자리 운세〉 코너를 운영하면서, 이를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한 것이다. 구찌는 명리학 전문가와 점성사(占星师)들을 초빙해, 매월 별자리 운세 분석 글을 올리고 있다. 그리고 별자리별 '추천 아이템'을 슬쩍 끼워 넣기도 했다. 구찌의 별자리 마케팅에 대해 소비자들은 "신선하다"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구찌 위챗 공식계정 캡처]

[구찌 위챗 공식계정 캡처]

중국인과의 '대화 소재'로 활용도 높아,

빠르고 간단하지만, 명쾌한 답을 내놓는 것들에 사람들은 곧잘 매혹되곤 한다. 타로나, 사주팔자, 관상, 혈액형, MBTI, 그리고 별자리까지. 왜 그런 것일까. 스스로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들에 대해, '운명적인' 것들이 대신 쉽고 명확하게 결정을 내려줘서는 아닐까.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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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과도한 맹신은 좋지 않다고 한다. 다만, 이 '별자리' 대화 소재가 중국인들과의 첫 만남 자리에서 어색함을 녹여줄 아이스 브레이커 정도는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 예를 들면, 날씨 이야기가 끝나고 할 이야기가 없을 때 말이다.

차이나랩 허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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