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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시재생사업 카르텔…1년차 기업이 90억 독식" 의혹

중앙일보

입력

서울시가 추진하는 도시재생사업을 특정 업체가 독식하고 있다는 지적이 서울시의회 정례회에서 재차 제기됐다. 지역의 역량과 자원을 활용해 낙후된 도심 기능을 재활시키자는 도시재생사업의 취지와 달리 특정 업체가 서울시 용역과 위탁사업을 수주하고 타 지역까지 사업 범위를 넓히는 건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도시재생 협동조합 이사가 서울시 기금·보조금 심의위원”

지난 17일 오전 서울시의회에서 제298회 정례회 제2차 본회의가 열리고 있다. 뉴스1.

지난 17일 오전 서울시의회에서 제298회 정례회 제2차 본회의가 열리고 있다. 뉴스1.

서울시의회 김종무 의원은 18일 제298회 정례회 제3차 본회의 시정 질문에서 이 같은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2월 설립된 도시재생 사회적 협동조합(서울CRC)은 설립 1년도 안 돼 총 사업비 기준 90억원에 달하는 서울시 용역과 위탁사업을 수주받아 수행하고 있다”며 “실적이 전혀 없는 상근 인력 2명, 자본금 1400만원의 서울CRC가 총 7건 상당의 용역과 민간위탁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사단법인 '마을'의 이사장이었던 백모씨와 사무국장이었던 이모씨는 지난해 2월 서울CRC를 설립하며 각각 등기 이사와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문제는 서울역 일대 도시재생센터장이었던 백 모씨가 서울CRC 설립 이전인 2017년 6월과 9월부터 도시재생 관련 기금운용계획 수립과 성과 분석을 심의하는 '도시재생기금운영심의위원회'와 '지방보조금심의위원회' 위원을 동시에 맡고 있었다는 점이다. 김 의원은 “백씨의 정보우월적 지위와 인적 네트워크가 서울CRC를 설립하고 각종 용역과 민간사업을 수주하게 된 기초가 됐다”고 주장했다.

“서울CRC 설립 전 기금 지원 알았다…조례 위반”

지난해 11월 서울 중구 중림동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중림창고'에서 프레스 투어가 열리고 있다. 서울시는 서울역 일대 서계·중림·회현동에 '앵커시설' (도시재생의 마중물 역할을 할 핵심 시설) 8곳을 지난해 11월 28일부터 개관했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서울 중구 중림동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중림창고'에서 프레스 투어가 열리고 있다. 서울시는 서울역 일대 서계·중림·회현동에 '앵커시설' (도시재생의 마중물 역할을 할 핵심 시설) 8곳을 지난해 11월 28일부터 개관했다. 연합뉴스.

김 의원은 “도시재생기금 운영심의위는 (서울CRC 설립 전인) 2018년 4월 회의에서 서울시가 도시재생기업을 직접 지원하고 관리할 계획이라고 보고하고, 같은 해 10월엔 도시재생기업 7개 육성을 위해 15억8000만원을 편성한다고 보고했다”며 “이 모든 회의에 백씨가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CRC는 지난해 5월 도시재생기업 모집에 선정됐고 백씨가 포함된 도시재생기금 운영심의위는 이후 ‘근린 재생형에 한정해서 (기금을) 지원한다는 당초 지원범위를 도시경제 기반형으로 확대한다’는 취지의 발표도 했다”고 꼬집었다.

서울특별시 도시재생기금 설치 및 운용에 관한 조례 제10조(위원의 제척·기피·회피 등)에 따르면 위원이 (도시재생 관련) 용역·자문 및 연구 등을 수행하였거나 수행 중인 경우 혹은 직접적 이해관계가 있는 경우엔 심의에서 제척된다. 이 규정에도 불구하고 백씨가 두 위원회의 위원을 각각 2021년과 2023년까지 연임하기로 한 건 조례에 위반된다는 게 김 의원의 지적이다. 서울CRC가 수주한 주요 용역 및 위탁사업은 ▶도시재생 육성사업(2억8000만원) ▶서울역 일대 거점시설 민간위탁(7억5000만원) ▶서울로7017 운영관리(75억원) 등이다.

김학진 부시장 “도시재생 시장 작아 전문가 부족”

김학진 서울시 행정2부시장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서민, 중산층 주거안정 지원방안 관련 추가설명을 하고 있다. 뉴스1.

김학진 서울시 행정2부시장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서민, 중산층 주거안정 지원방안 관련 추가설명을 하고 있다. 뉴스1.

김학진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도시재생 시장이 정착된 큰 시장이 아니다 보니 전문가가 많이 없다”며 “초기 단계에 시작한 전문가 위주의 서울형 도시재생기업이 여러 부분에서 일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백씨는) 본인이 해제 신청을 해 최근 기금운영심의위 위원에서 해촉됐다”고 말했다.

“서울CRC가 최근 홍릉 일대 도시재생사업으로도 사업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 의원은 “홍릉 일대 도시재생활성화 계획 수립 용역은 서울연구원과 동해종합기술공사 등 3개 업체에서 수행하고 있는데, 이 두 업체는 서울CRC가 기반을 둔 서울역 일대 도시재생활성화 계획(2015년 4월 ~ 2020년 12월)에도 용역을 수행했다”고 지적했다. 서울CRC는 홍릉 도시재생사업에서 동해종합기술공사로부터 1억5000만원 규모의 하도급을 받았다.

서울시, 용역계약 전 서울CRC 불러 논의…“카르텔” 비판

지난 2017년 20일 서울역 고가공원 ‘서울로 7017’의 모습. 서울CRC는 설립 8개월차인 2019년 10월 서울로7017 운영관리 위탁을 받았다. 임현동 기자.

지난 2017년 20일 서울역 고가공원 ‘서울로 7017’의 모습. 서울CRC는 설립 8개월차인 2019년 10월 서울로7017 운영관리 위탁을 받았다. 임현동 기자.

홍릉 일대 도시재생활성화 계획수립 용역은 지난해 6월26일 체결됐다. 서울시 공공재생과는 계약 체결 2달 전인 4월 실무회의에 서울CRC 이사장인 이씨를 불러 논의를 했다. 김 의원은 “이는 서울시가 서울CRC더러 현장지원센터 용역을 맡으라고 시장에 신호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며 “도시재생의 근본적 취지에 맞지 않는 카르텔”이라고 비판했다.

김 부시장은 “서울CRC는 주민중심 마을기업(비영리법인)으로 수익금이 조합원이 아닌 지역사회 공헌에 사용된다”며 “서울역 일대 도시재생사업에 경험이 있다 보니 홍릉 일대에도 참여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는 (서울CRC가) 계획수립 과정에서 용역에 참여하는 것이고 연말에 용역이 종료되면 다른 단체에서 사업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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