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방법원, 대전지법, 대전고법. 신진호 기자
20대 남녀가 변기 속에 신생아를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첫 재판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한 이들은 신생아의 사체를 불로 태우려고까지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전지법 형사5단독 박준범 판사는 19일 영아살해 및 사체유기 혐의로 기소된 A씨(27·여)와 B씨(22)에 대한 첫 재판을 진행했다.
변기 속 출산 후 방치…숨진 아기 불로 태우려다 실패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6월 화장실의 변기 속에 딸아이를 출산한 뒤 아기가 계속 우는데도 방치해 결국 숨지게 했다.
아기가 숨을 거두자 A씨는 아이의 친아빠인 B씨에게 전화해 범행을 공모했다. 이후 A씨와 B씨는 경기도 가평에 있는 B씨 집 인근에 숨진 아기를 유기했다.
두 사람은 숨진 아기를 유기하기 전 통조림 캔에 넣어 불태우려 했으나 실패했다. 이후 다시 토치를 이용해 사체를 태우려다 결국 땅을 파서 유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기父 "몽골에서 태어나 한국문화 정확히 몰라"…선처 호소
구속기소 된 이들은 이날 자신들의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재판에서 A씨 변호인은 “누구보다 괴롭고 아팠던 사람은 A씨일 것”이라며 “가족들 역시 A씨의 힘든 상황을 미리 알고 돌보지 못했다며 자책하고 있다”고 밝혔다.
B씨 변호인도 “몽골에서 태어나 9살 때 한국으로 입국했고, 최근 한국 국적을 취득한 만큼 한국사회와 문화를 아직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아직 어린 나이에 진심으로 잘못을 반성하고 있다는 점을 참작해 달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法 "숨진 아기 태우려고까지 해…죄질 매우 불량"
검찰은 “아기를 살해한 데 이어 불로 태우려고까지 해 죄질이 매우 불량하나, 피고인들이 아직 어리고 전과가 없다”며 A씨에게 징역 5년과 아동관련기관 취업제한 5년을, B씨에게 징역 3년을 각각 선고해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여러 사정을 고려해 봐도 아기 사체를 태우려고까지 했다는 점은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아기는 변기 속에서 계속 울다 결국 숨졌다. 짐승이 변기에 빠져도 구하고 싶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날 변론을 종결하고 오는 12월 17일 판결을 선고할 예정이다.
함민정 기자 ham.minjung@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