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초유의 검찰총장 대면 감찰 시도…"秋, 불응 프레임 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윤석열 검찰총장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검찰총장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법무부가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대면 감찰을 시도하려 한 배경을 두고 윤석열 검찰총장이 감찰에 ‘불응’한다는 프레임을 씌우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검찰 안팎에서 나온다.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은 ‘19일 오후 2시’ 조사 일정을 대검에 통보했다. 대검은 사실관계 확인 차원에서 언제든 설명을 할 것이지만, 절차에 맞게 해 달라는 입장이다.

법무부 감찰담당관실, 조사 일정 통보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은 지난 16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 메신저를 통해서, 17일에는 파견받은 소속 평검사 2명을 대검으로 보내 윤 총장에 대한 대면 조사 일정을 통보했다. 이에 대검은 법무부 측의 통보는 조율이 아닌 일방적인 통보라며 반발했다.

이 과정에서 소속 평검사는 윤 총장 비서관에게 전화해 “상사의 지시다. 총장을 바꿔 달라”고 했다. 상사가 누구냐는 질문에는 “박은정 감찰담당관”이라고 답했다. 류혁 법무부 감찰관은 대검 측이 평검사들이 온 이유를 묻자 “나도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법무부 측은 감찰 사안이 무엇인지, 누가 조사를 진행할 것인지 등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통보 과정에서도 곧바로 총장 비서관에게 연락하는 등 대검 유관 부서를 거치지 않았다.

법무부 "문서 전달하려 했지만 대검이 거부" 

이와 관련해 법무부는 전날 알림을 통해서 “검찰총장 비서관에 진상 확인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 조사가 필요하니 원하는 일정을 알려주면 언제든 방문하겠다고 의사를 전달했으나 대검 측이 일정에 대한 답변을 거부했다”며 “방문조사 예정서를 전달하러 대검에 갔으나 접수를 거부해 (법무부로) 돌아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조사 일정 조율 과정이 일방적이지 않았다는 취지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사위 회의실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으로부터 답변자료에 대해 듣고 있다. 2020.11.18. 오종택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사위 회의실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으로부터 답변자료에 대해 듣고 있다. 2020.11.18. 오종택 기자

조사 시도 배경은…‘감찰 불응’ 외관?

검찰 내부에서는 법무부 측의 감찰 시도가 절차에 맞지 않고 무리라는 의견이 나온다. 사전에 의혹 관련 자료를 파악·검토하고, 조사 일정을 조율하는 방식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한 검찰 간부는 “이렇게 상황을 조성한 뒤 감찰규정을 근거로 또 다른 감찰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 감찰규정은 감찰 대상자가 감찰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감찰 사안으로 처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법무부 감찰규정에는 자료 요청에 있어 ‘충분한 준비 기간을 부여해야 한다’라고 규정돼 있다.

익명을 요구한 현직 검사는 “법무부의 조사 통보 과정에는 충분한 준비 기간도 없다”며 “절차는 중요하지 않고, 윤 총장이 감찰에 불응하려 한다는 외관을 중요하게 여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감찰은 형식이며 윤 총장 사퇴를 압박하고 망신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추미애(左), 윤석열(右)

추미애(左), 윤석열(右)

다른 현직 검사도 “수사에서도 고발장이 들어왔다는 이유만으로 피고발인을 곧바로 소환하거나 조사를 진행하지는 않는다”며 “감찰이라는 것은 신분상 불이익을 가하기 위한 침익(侵益)적 행정 행위로, 헌법 원리에 맞아야 하고 과잉해서는 안 되는데 법무부는 그 권한을 칼처럼 휘두른다”고 말했다.

검찰 내부 "전화로 총장바꾸라는 게 예우냐" 

법무부는 전날 알림에서 “총장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최대한 예의를 갖춰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지방의 한 검찰 간부는 “방문조사예정서라는 서류를 대검에 일방적으로 놓고 가거나 전화로 ‘총장을 바꿔 달라’고 하는 게 예우인가”라고 꼬집었다.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