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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청약 목적 입양 아냐"…'16개월 입양아' 엄마 檢 송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생후 16개월 입양아 학대 치사 혐의를 받는 모친 A씨가 19일 오전 서울 양천구 양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이가람 기자

생후 16개월 입양아 학대 치사 혐의를 받는 모친 A씨가 19일 오전 서울 양천구 양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이가람 기자

생후 16개월짜리 입양아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엄마가 검찰로 19일 송치됐다. 19일은 아동학대 예방의 날이다.

서울양천경찰서는 이날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받는 A씨를 검찰에 넘겼다. 오전 8시쯤 검은색 모자를 눌러쓰고 고개를 숙인 채 유치장에서 나온 A씨는 “학대 혐의를 인정하는가” “사망 당일 주변인들이 들었다는 쿵쿵 소리는 무엇인가” “아이에게 하실 말은 없는가” 등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곧바로 호송차에 탑승했다.

학대 엄마 묵묵부답으로 검찰 송치

생후 16개월 입양아 학대 치사 혐의를 받는 모친 A씨가 19일 오전 서울 양천구 양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이가람 기자

생후 16개월 입양아 학대 치사 혐의를 받는 모친 A씨가 19일 오전 서울 양천구 양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이가람 기자

경찰은 A씨의 송치 후 브리핑을 열고 “사망한 아동에 대한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한다”며 “생후 16개월 영아를 장기간에 걸쳐 방임·신체적 학대 등을 통해 사망에 이르게 한 부모를 아동학대처벌법상 아동학대치사 및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혐의로 입건 기소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A씨를 아동학대치사 및 방임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A씨의 남편은 방임 및 방조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기소 의견으로 각각 검찰에 넘겼다.

올해 1월 중순경 생후 16개월 영아 B양을 입양한 A씨는 B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지난 11일 구속됐다. 지난달 13일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병원에 실려 온 B양은 당시 복부와 뇌에 큰 상처가 있었고 치료를 받다 끝내 사망했다. B양의 온 몸에 검은 멍이 든 것을 본 병원 관계자가 아동학대를 의심해 경찰에 신고하면서 A씨의 학대 혐의가 불거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B양을 정밀 부검한 결과 '외력에 의한 복부 손상'이 사인이라는 소견을 내놓았다.

A씨는 B양이 숨지기 불과 열흘 전 추석 연휴를 맞아 방영된 입양 가족 특집 다큐멘터리에 B양과 함께 출연해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당시 영상에는 가족들이 밝게 웃으며 파티를 하는 모습이 담겼지만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던 B양의 이마에는 멍 자국으로 보이는 흔적이 있었다.

“입양 한 달 후부터 학대 시작”

10일 MBC 뉴스데스크가 16개월 아동을 학대한 혐의를 받는 B씨 가족이 지난달 1일 EBS의 입양가족 특집 다큐멘터리에 출연했던 장면을 보도했다. MBC뉴스데스크 캡처

10일 MBC 뉴스데스크가 16개월 아동을 학대한 혐의를 받는 B씨 가족이 지난달 1일 EBS의 입양가족 특집 다큐멘터리에 출연했던 장면을 보도했다. MBC뉴스데스크 캡처

경찰은 조사를 통해 입양 1개월 후부터 A씨의 학대(방임)가 시작된 것으로 봤다. 구체적인 학대 정황에 대해서 경찰은 검찰 조사를 이유로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또 경찰이 세 차례의 아동학대 신고를 받고도 A씨를 무혐의 처리한 이유에 대해서는 “5월에 있었던 첫 신고는 절차가 제대로 처리됐는지 입증할 자료가 남아있지 않다”며 “나머지 두 차례의 신고를 처리한 여성청소년과에 대해서는 현재 감찰이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경찰에는 B양과 관련해 지난 5월 B양의 멍 자국을 본 어린이집 교사의 신고를 시작으로 6월에는 차 안에 혼자 방치된 B양을 본 A씨 지인들의 신고, 9월 영양실조를 확인한 소아청소년과 의사의 신고가 접수됐다. 그러나 경찰은 입양 부모의 말을 믿고 사건을 모두 무혐의 처리했다.

"주택 청약 목적의 입양은 아냐" 

경찰은 현재 맘카페를 중심으로 A씨의 입양 동기로 퍼지고 있는 ‘청약점수 가점 목적’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 부부는 주택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입양 시 받을 수 있는 정부혜택과 금전적인 혜택을 다각도로 수사해 A씨의 입양 동기가 청약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결론을 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어 입양 동기에 대해 “A씨가 결혼 전 연애를 할 때부터 입양 계획을 세운 것으로 진술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16개월 입양아 사망 사건을 계기로 경찰은 앞으로 아동학대 신고 대응을 강화하기로 했다. 송민헌 경찰청 차장은 지난 16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2회 신고가 들어온 경우 멍이나 상흔이 있을 경우 반드시 부모와 분리하고 철저히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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