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신약물학 권위자 윈스턴 쉔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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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열은 실체가 불분명한 신드롬이 아니라 치료 가능한 질병입니다. "

최근 방한한 정신약물학 분야의 세계적 학자인 윈스턴 쉔(59.대만 의과대학.사진)교수는 "정신분열'증'이란 병명(病名)부터 정신분열'병'으로 바꿔야 한다"며 "당뇨병.암.고혈압과 같은 질병으로 인정해야 불필요한 사회적 편견이 없어진다"고 강조했다.

정신분열병은 가족의 병력(病歷)과 더불어 환경적인 요인도 작용한다.

"일반인의 정신분열병 발병률은 1% 정도지만 일란성 쌍둥이중 한명이 정신분열증이 있으면 다른 한명의 발병률은 48%(환자의 이란성 쌍둥이 17%, 자녀 13%, 형제.자매 9%, 부모 6%)에 달한다. 따라서 가족 중에 환자가 있으면 발병 가능성이 크므로 조기 발견해 일찍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또 그는 "병을 숨기거나 부정해서는 안되며 이상이 있을 때 즉시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 효과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미국 통계에 따르면 정신분열병 환자의 98%가 약물치료 등을 통해 호전.치료되고 나머지 2%만 장기입원 등 만성질환으로 이어진다는 것.

그는 특히 정신분열병을 다루는 의사에게 약을 자유롭게 처방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항정신병약은 부작용이 많은 1970년 이전의 저가약과 부작용이 적은 80년대 말 이후의 고가약으로 구분된다.

저가약은 신경전달 물질인 도파민을 차단하는 약으로 운동장애.성기능장애 등 부작용이 심했다. 복용후 우울증.골다공증을 일으키고 생리중단.남성의 여성형 유방.무정자증.발기부전 등이 나타나기도 했다.

그러나 고가약은 도파민.세로토닌 등 모든 신경전달 물질에 작용하며 부작용을 크게 줄인 것이다."

항정신병약을 1차약 또는 2차약(현재 쓰고 있는 약의 부작용이 심한 경우에 한해 처방이 가능한 약)으로 나눠 처방에 제한을 가하면 가장 중요한 초기 치료에서 실패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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