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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캐릭터 마스크 쓴 文, 장관들 보고뒤 어김없이 "질문 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청와대 국무회의에 검정색 마스크를 쓰고 입장했다. 마스크에는 ‘K청렴 약속해요’라는 문구와 함께 만화 캐릭터가 새겨져 있었다.

문 대통령은 비공개로 진행된 국무위원들의 보고가 끝날 무렵 쓰고 있던 마스크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가 제작한 ‘암행어사 마스크’”라고 소개했다. 그런 뒤 “다들 착용해 보시죠”라고 권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국무회의에 '청렴'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국무회의에 '청렴'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일 국무회의에서는 웹툰 마스크를 쓰며 웃어보였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일 국무회의에서는 웹툰 마스크를 쓰며 웃어보였다. 청와대 제공

해당 마스크는 다음달 1~4일 열리는 제19차 국제반부패회의(IACC)를 앞두고 권익위가 제작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 들어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인식지수가 3년째 상승하는 등 반부패 수준에 대한 국제평가 순위가 올라갔다”며 “이번 회의 개최를 반부패, 청렴성, 나아가 공정성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한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일 국무회의에서는 웹툰 ‘TEN(텐)’의 주인공 캐릭터가 새겨진 마스크를 착용했었다. 당시 문 대통령은 국무위원들 앞에서 만화 캐릭터 마스크를 쓰며 “어떻습니까”라며 웃어 보인 뒤 “각 부처는 주저 말고 아이디어를 내달라. 기발해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엉뚱해 보이는 아이디어라도 좋다”고 했다.

한편 이날 국무회의에선 문 대통령이 국무위원을 향해 잇따라 질문을 쏟아냈다.

첫번째 질문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받았다. 박 장관은 중소기업의 기술을 탈취하는 것을 막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을 설명했다. 다른 국무위원들의 이견이 없었다. 문 대통령이 의사봉을 두드려 이를 통과시킬 것을 예상했지만 문 대통령은 돌연 “질문이 있다”며 의결을 중단했다.

문 대통령은 “(기술을 뺏긴 기업의) 손해액의 3배를 (기술을 탈취한 기업이) 배상하는데, 손해액은 어떻게 정해지는가”, “피해 입은 기업이 쉽게 배상받도록 입법과 시행령을 만드는 과정에서 충분히 고려해 달라”고 했다. 박 장관은 “세심히 신경 쓰겠다”고 답했다.

군용 비행장 및 사격장 주변 주민에 대한 피해보상금 지원 제도를 보고한 서욱 국방부 장관의 보고가 끝나자 문 대통령은 또 “질문이 있다”며 “군 사격장에 주한미군도 포함되나”, “(포항)아파치 헬기 사격장 문제도 해결이 가능한가” 등을 물어 “해결이 가능하다”는 답을 들은 뒤에야 해당 안건을 의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국무회의에서 '깨알질문'을 쏟아내며 현안을 점검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국무회의에서 '깨알질문'을 쏟아내며 현안을 점검했다. 뉴스1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납과 수은 등 유해물질 사용제한 제품 23종을 추가하는 내용과 수돗물 사고에 신속히 대응하는 내용의 시행령을 보고했다. 문 대통령은 “유해물질 사용제한 제품임에도 여러해 유통됐다면 문제”라며 “몇년간 축적했다가 한꺼번에 포함하는데, 어쨌든 실기(失機)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인천 지역 수돗물 유충 문제 등에 대해서도 “지자체만 대응하니 해결에 긴 시간이 걸린 것”이라며 “환경부도 지원해야 시간을 단축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아파트 단지 내 교통안전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안을 보고한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에게는 “(단지 내)교통사고에도 적용될 수 있는지”를 물었다. 김 장관이 “그렇다”고 답하자 문 대통령은 “됐다”는 사인을 줬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2508억원에 달하는 긴급재난지원금 미신청액을 기부로 간주해 고용보험기금에 편입되는 내용을 보고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국민이 기부한 소중한 돈”이라며 “국민께 감사를 표해주시고 좋은 목적으로 사용될 거란 점을 잘 알려달라”고 당부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또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코리아 세일 페스타’의 성과를 보고하며 ‘지역화폐’라는 용어를 사용하자 “(정부는) 공식용어를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지역화폐의 공식명칭은 지역사랑상품권이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질문하는 대통령의 모습은 이례적이 아닌 일상적인 것”이라며 “안건이 지난 회의에 비해 많은 편이 아니었음에도 문 대통령이 민생과 관련한 안건 하나하나를 세밀히 점검ㆍ확인하고 당부하는 바람에 안건심의에만 1시간 이상이 걸렸다”고 전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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