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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돈·장비 다 있는데 사람이 없다" 네이버·카카오 대표의 호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네이버 한성숙 대표와 카카오 여민수 공동대표가 12일 정세균 국무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데이터 인력난'을 호소했다. '규제 혁신이 필요한 부분을 제안해달라'는데 이들은 왜 '데이터 인력난'을 얘기했을까. 데이터 인력이 얼마나 부족하고 왜 부족한지 팩트체크해봤다.

"당장 필요한 인력도 부족"

· 정부는 지난 2017년 12월 4차산업 혁명 대응 계획을 발표하고 데이터 경제로 전환을 선언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최고수준의 AI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선언하며 지난해 12월엔 '인공지능 국가 전략'도 발표했다.
· 올해 AI 대학원을 7개 추가 지정(현 12개)하고, 이노베이션 아카데미를 개소하는 등 1000여 명의 AI·소프트웨어 전문 인력을 양성 중이다.
· 그러나 정작 업계에선 "당장 필요한 인력도 심각하게 부족하다"고 호소한다. 국내 양대 IT 기업인 네이버·카카오도 예외가 아니다. AI 전문인력은 고사하고 원재료인 '데이터'를 다룰 인재조차 부족하다는 것.

12일 목요대화에 참석한 여민수 카카도 공동대표. KTV 캡처

12일 목요대화에 참석한 여민수 카카도 공동대표. KTV 캡처

"돈·장비 있는데, 사람이 없다"

여민수 대표는 "데이터는 많고 분석할 장비는 돈을 주고 사면 되지만, 데이터를 이해하고 가공·분석해 적용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가장 취약한 이 부분 인력을 정말 빨리 보강하지 않으면 힘들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 한국데이터산업 진흥원의 국내 데이터산업 현황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순수 데이터 직무인력(지원 인력 제외)은 8만 9000여명 수준.
· 2020년 기준 산업계에 부족한 인원은 약 4000여 명. 향후 2023년까지 2만 2600여 명이 더 부족할 것으로 추산된다. 산업계 전체의 평균 데이터 인력 부족 비율은 16%.(2019 데이터산업백서)
· 인공지능·클라우드 등 유망 분야까지 포함하면 인력난은 더 심각하다. 향후 3년간 인공지능에 2만 5000명, 클라우드에 7800명이 부족할 전망.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 지난해 12월 국회입법조사처는 "미국 등 경쟁국은 빅데이터 기술 수준을 기반으로 인공지능 발전을 추진 중이지만, 한국은 빅데이터 기술 수준이 미국 대비 83.4%로 낮아 데이터와 인공지능 발전을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인공지능 기술·활용·인재 현황과 시사점)

2018년 기준 전망으로 2023년까지 전 산업의 데이터직무별 필요 인력 전망치.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2019 데이터산업백서.

2018년 기준 전망으로 2023년까지 전 산업의 데이터직무별 필요 인력 전망치.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2019 데이터산업백서.

"중국 알리바바 다 합친 것보다 적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중국의 알리바바 한 곳의 데이터 전문가 규모가 우리나라 전체와 비교해도 차이가 크게 날 정도로 심각하다"며 "어떻게 인력을 빠르게 육성할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 2014년~2018년 데이터 전문인력 증가를 보면, 미국은 400만명(1046만명→1450만명), EU는 140만명(582만명→723만명), 일본은 80만명(334만명→411만명) 늘었다. 한국은 같은 기간 약 5만명(26만 7000명→31만 8000명) 증가에 그쳤다. 이중 순수 데이터 직무 인력은 1만 4000명.
· 한성숙 대표가 언급한 알리바바의 경우 미국·중국·이스라엘·싱가포르 등에 AI 랩이 있고, 데이터과학 및 기술연구원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AI 핵심 인력만 500~1000명으로 추산된다. 데이터 라벨링 등 단순 데이터 관련 인력은 20만명에 달한다.
· 중국 기업 바이두도 실리콘밸리 AI 랩(300여명)을 포함 총 500명 이상의 연구원을 보유했다. 텐센트도 중국 연구소에 370명의 전문 인력이 있다. 중국은 2015년 국무원이 데이터산업을 국가 발전전략으로 공식화했다.

중국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BAT)의 AI 연구 인력.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주요국가별 인공지능(AI) 인력양성 정책 및 시사점'.

중국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BAT)의 AI 연구 인력.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주요국가별 인공지능(AI) 인력양성 정책 및 시사점'.

"수도권大 정원 제한…서울대 컴공과 15년째 55명"

한성숙 대표는 "AI 기술 인력과 관련해 한국은 수도권 대학 입학정원이 제한돼 있고, 사이언스 대학원도 몇십 명 단위"라며 "미국은 수백, 수천 명을 길러내는 상황이라 경쟁력 측면에서 (인력 양성이) 중요하다"고 했다.

·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국내 AI 인재(대학원 이상 고급인력)는 연평균 300여 명(2019년) 배출된다. 2019년 5개 대학(KAIST, GIST 등)에 AI 전문대학원을 설치하고, 올해 7곳을 추가 지정했지만, 연간 선발 정원은 총 520명. 2022년 현장에 추가될 인재는 249명 수준이다.
· 한성숙 대표가 언급했듯 수도권 입학정원 규제 영향도 크다. 산업계와 가깝고, 우수 인재가 많은 수도권 대학들이 AI 인재 양성에 뛰어들기 어렵다. 지난 9월 대학총장 등 200여 명이 참가한 교육부 세미나에서도 "신산업 관련 학과는 정원외 선발을 허용하는 과감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송승호 충북보건과학대 총장)는 지적이 나왔다. 교육부는 "학령인구가 줄고 있어 수도권 규제를 풀면 지방대가 타격을 입는다"며 부정적이다.
· 미국은 알파벳(구글)·아마존·애플·마이크로소프트 등 민간 기업의 투자가 많고, 정부의 '국가 AI 연구개발 전략계획'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카네기멜론·MIT 등 주요 기술 대학마다 연간 수백명을 쏟아낸다. 미국 스탠퍼드대학 컴퓨터사이언스 학과는 2008년 141명이던 정원이 지난해 745명까지 늘었다. 서울대 컴퓨터 공학부는 15년째 정원 55명.
· 중국도 지난해 35개 대학에 AI 학과를 신설하는 등 전체 대학의 40%인 479개 대학에 빅데이터·AI 전공 과정이 있다. 올해도 추가로 50여 개 AI 단과대학과 연구원을 설립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대학 AI 인재 국제양성계획(2018)'에 따르면 2023년까지 AI 교수 500명, 학생 5000명을 기를 예정이다.

12일 24차 목요대화에 참석한 한성숙 대표. KTV 캡처

12일 24차 목요대화에 참석한 한성숙 대표. KTV 캡처

데이터 수집 역차별도

여민수 대표는 "인공지능이 똑똑해지기 위해서는 수집하는 데이터양이 좀 더 방대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그런 부분에서 전 세계에서 가장 자유롭게 (데이터를) 수집하는 국가"라고 말했다. 이어 "구글·페이스북 등 글로벌 플랫폼과 경쟁하면서, 국내법을 준수하고 있지만 글로벌 플랫폼도 같은 룰 내에서 하는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중국은 14억 인구가 만들어내는 데이터가 압도적이다. 정부 주도로 안면인식 정보 같은 생체데이터 수집도 이뤄진다. 휴대폰 개설시 6초간 안면을 찍은 동영상을 제출하는 게 대표적. 기업의 데이터 수집도 폭 넓다. 의료건강·핀테크·모빌리티·스마트시티 등 대부분의 ICT 산업이 규제 없이 사용자 데이터를 수집해 AI 알고리즘을 고도화한다.
· 반면 한국은 빅데이터 사용 및 활용 능력이 전 세계 63개국 중 56위(스위스 국제경영대학원, 2017). 국내 기업의 빅데이터 이용률도 7.5%로 저조하다. 올해 데이터 3법 개정으로 가명정보 사용의 길이 열렸지만, 업계에선 "너무 제한적"이라는 불만이 여전하다.
· 문제는 여민수 대표가 언급한 국내외 기업 간 역차별이 데이터 수집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는 것. 구글·페이스북은 자사 글로벌 정책에 따라 서비스 가입 시 받은 동의 1회로 사용자의 위치정보·마케팅동의 등 개인정보 50종 이상을 수집한다. 반면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기업은 개인정보보호법 등에 의해 포괄동의가 금지되어 있어 10~20개 개인정보만 수집할 수 있다.

정원엽 기자 jung.wonyeo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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