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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바이든 찍었지만 규제는 No’ 우버 되살린 캘리포니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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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우버의 고향은 그를 버렸다가 되살렸다. 우버 기사는 직원이 아닌 개인사업자라는 법안이 캘리포니아 주민투표로 통과돼, 주 의회가 만든 플랫폼노동 규제법안이 뒤집힌 것이다. 캘리포니아는 이번 대선에서 바이든을 지지하면서도 노동·세금 문제에 정반대 선택을 했다.

무슨 일이야

· 지난 3일 미 대선과 함께 치러진 캘리포니아 주민투표에서 ‘우버ㆍ리프트 기사는 직원이 아닌 개인사업자로 본다’는 내용의 주민발의안(22번)이 58.4% 찬성으로 통과됐다. 주민발의제는 주민이 법을 직접 만들거나 기존 법을 폐지할 수 있는 직접민주주의 제도다.
· 캘리포니아 주 의회가 지난해 만든 플랫폼 노동 규제법(AB5)은 힘을 잃었다. 우버로 대표되는 플랫폼 업체가 종사자를 ‘직원’으로 대우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사실상의 직원이 ‘독립계약자’(프리랜서)로 분류돼 실업보험·휴가 같은 노동권을 못 누리는 것을 막기 위한 법이었다.
· 바이든 당선인은 AB5 법을 공개 지지해왔다. 캘리포니아는 바이든에게 65% 표를 주면서도 노동에선 유연성을 택했다. 뉴욕타임스는 “민주당은 캘리포니아에서 대승했지만, 주민투표 내용을 보고 (이곳의) 자유주의적 성향에 감을 잡아야 한다”고 보도했다.

우버와 리프트 기사를 '독립계약자'로 인정하는 발의안 22에 반대하는 이의 시위.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우버와 리프트 기사를 '독립계약자'로 인정하는 발의안 22에 반대하는 이의 시위.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이게 왜 중요해

일자리가 아닌 일거리를 주는 ‘긱 이코노미’의 합법적 존속이 가능해졌다.
· 통과된 22번 발의안에는 승차 공유와 배달 앱에서 일하는 이를 개인사업자로 보되, 회사는 이들에게 최저임금의 120%를 보장하고 주 15시간 이상 일할 시 건강보험료를 보조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 우버 CEO 다라 코스로샤히는 이 내용을 다른 주에도 적용하겠다고 지난 5일 실적발표 후 밝혔다. IT 매체 테크크런치는 “플랫폼 업체들이 다른 주에서도 비슷한 법적 절차를 거쳐 노동 규제에 대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포브스는 이번 주민투표에 대해 “미국 운송산업에는 대선만큼 중요한 투표”라며 “미국 5900만 프리랜서와 독립계약자에 영향 미친다”고 평가했다.

발의안 22에 찬성하는 입장의 우버 드라이버. 찬성 측은 '부가 수입과 겸직 가능'을 꼽는다. AFP=연합뉴스

발의안 22에 찬성하는 입장의 우버 드라이버. 찬성 측은 '부가 수입과 겸직 가능'을 꼽는다. AFP=연합뉴스

나랑 무슨 상관이야

앱을 기반으로 소비자와 종사자를 잇는 ‘플랫폼 경제’는 국내를 포함해 세계적 확산세지만, 고용과 사회보장 제도는 정비되지 않았다. 캘리포니아의 법을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 우버는 ‘규제하면 일자리가 줄어든다’, ‘대다수 종사자들은 유연하게 추가 일감과 소득을 얻기 원한다’는 논리를 설파했고, 이는 주민투표에 작용했다.
· 배달·가사·육아 등 국내 플랫폼 노동자는 52만 1000명. 이중 업체가 직접 고용한 인력은 3%인 1만6000명이다(2월 과학기술정통부 발표).
· 지난달 배달의민족·요기요·배달통 운영사들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라이더유니온은 자율 협약을 맺었다. 법률상 근로자가 아니어도 최소한의 보호를 받게 한다는 내용이다. 배달 기사의 노조 결성 권리를 인정하고, 공정 계약서를 쓰며, 회사는 산재보험 가입을 독려하며 빠른 배달을 압박하지 않게 했다.

캘리포니아의 선택

캘리포니아는 애플ㆍ페이스북 같은 빅 테크 기업 본사가 있는 ‘혁신의 심장’이다. 주지사와 주 의회 다수당이 모두 민주당이지만, 모든 ‘진보 사안’이 지지를 얻는 것은 아니다.
· 이번 주민투표에 부쳐진 발의안 중 상업용 부동산의 재산세 기준을 ‘시가’로 올리는 법안, 대학입시와 공공부문 취업에서 유색인종 및 소수자 쿼터를 두는 법안, 집세 인상률을 주 정부가 제한할 수 있게 한 법안 등은 반대가 우세해 통과되지 않았다.
· 페이스북·구글 같은 업체에 대항해 개인정보보호를 강화하는 발의안은 56% 찬성으로 통과됐다. 건강·재정·인종 같은 민감정보를 기업이 맞춤광고 등에 이용하지 못하게 소비자가 미리 차단할 수 있게 했다.

이걸 알아야 해

주민 발의안 투표의 찬성/반대 캠페인은 각각 공개 후원을 받는다. 우버 등 플랫폼 기업들은 발의안 통과를 위해 2억 달러 이상을 후원했다.
· 우버와 리프트는 법안 찬성 캠페인에 각각 5700만 달러, 4900만 달러를 후원했다. 인스타카트 같은 배달 플랫폼도 후원에 참여했다. NYT는 “캘리포니아 주 역사상 가장 비싼 투표”라고 평했다.
· 대형 후원을 받는다고 법안이 통과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챈-저커버그 재단을 통해 ‘상업용 부동산 재산세 기준 인상’ 찬성 캠페인에 1080만 달러를 후원했다. 그러나 법안은 통과하지 못했다.
· 우버와 리프트는 법안에 대한 찬성 투표가 우세하자 하루 만에 주가가 14%, 11%씩 올랐다.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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