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꿈' 속속 이루어진다…의학상식을 바꾼 화제의 신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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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의학의 발달은 상식을 앞선다. 독감은 불과 1년전만 해도 치료제가 없다는 것이 상식이었다.

그러나 최근 먹는 독감치료제 타미플루와 뿌리는 독감치료제 리렌자가 국내에 도입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바이러스가 옮기는 독감도 치료제가 있다는 것이 정답으로 바뀐 것.

비아그라나 유프리마 같은 발기부전 치료제나 아리셉트나 엑셀론 등 치매 치료제, 크릭시반 같은 에이즈 치료제와 제픽스 등 B형 간염 치료제도 최근 수년간 인류가 이룩한 의학의 개가다.

지금까지 백약이 무효였던 패혈증(敗血症)도 신약의 등장으로 불치병에서 난치병으로 격하됐다.

주인공은 릴리에서 개발한 자이그리스. 패혈증 때 나타나는 염증이나 혈전(血栓).출혈 등을 억제하는 활성단백질C를 유전공학을 이용해 인공적으로 합성한 제품이다.

2001년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공인을 거쳤으며 우리나라엔 내년에 도입될 예정. 패혈증 치료제론 세계 최초다.

피가 썩는다는 뜻을 지닌 패혈증은 감염질환이나 외상.암 등이 심해져 숨지기 직전 나타나는 말기증세. 면역력 저하로 혈액 중 세균이 돌아다니거나 혈전이 생겨 피가 엉기는 증상이 나타난다.

미국에서만 해마다 75만명의 패혈증 환자가 발생한다. 지금까진 패혈증이 생길 경우 속수무책이었으나 이젠 자이그리스로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약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과민성 대장증후군도 치료제가 생겼다.

올 3월 FDA로부터 승인받은 로트로넥스가 주인공. 대장의 움직임과 통증을 주관하는 신경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과민성 대장증후군이란 유전적으로 과민한 대장을 타고나거나 스트레스 등으로 대장의 움직임이 교란돼 설사와 변비가 교대로 나타나는 질환. 여성에게 흔하며 대부분 평생 한두번은 앓을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지나친 기대는 곤란=그러나 이들 신약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곤란하다.

임상시험 결과 패혈증 치료제 자이그리스의 경우 사망률 감소 폭은 불과 6%로 나타났다. 반면 여기에 소요되는 치료비는 7천~8천달러(약 1천만원)를 웃돈다. 한달 치료비만 2백만원을 웃도는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의 사례에서 보듯 비싼 것이 문제다.

부작용도 있다. 로트로넥스의 경우 처음 시판 이후 84명에게서 빈혈성 장염이란 부작용이 나타나 2명이 죽는 예기치 못한 불상사가 생겼다.

이 때문에 현재 미 FDA는 ^여성이면서^변비보다 설사가 심하며^증상이 매우 심한 과민성 대장증후군에 한해서만 처방을 허용하고 있다.

이러한 처방기준에 들어가는 과민성 대장증후군은 전체 과민성 대장증후군 환자의 5% 미만이다. 아직은 불완전한 치료제인 셈이다.

실익을 비교해 퇴짜를 맞은 신약도 있다. 감기치료제로 개발된 플레코나릴이 대표적 사례다. 라이노 바이러스란 감기 바이러스를 직접 공격하는 플레코나릴은 콧물이나 기침 등 대증 치료제가 아닌 사상 최초의 원인 치료제.

지난해 화려하게 등장했으나 올 6월 FDA로부터 승인을 거부당했다. 이유는 피임약의 효과를 줄이는 등 여러가지 사소한 부작용이 임상시험 결과 나타났다는 것.

감기를 치료하는 것도 좋지만 피임에 실패해 원하지 않는 아기를 갖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부작용을 줄인 유사한 신약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어 수년 이내 사상 최초의 감기 치료제도 탄생하리라는 전망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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