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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앉힌 조달청장 "당선 확정 아냐"···바이든 인수위 뜻밖의 변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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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앞에서 주먹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앞에서 주먹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미국 연방조달청(GSA)이 조 바이든 당선인의 인수위원회 가동에 변수로 떠올랐다. GSA가 바이든 인수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에밀리 머피 GSA 청장이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를 공식 발표하지 않고 있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패멀라 페닝턴 GSA 대변인은 “아직 (대선 승자가) 확정되지 않았다”며 “GSA 청장은 모든 절차를 법령에 따라 진행할 계획”이라고 WP에 이메일을 통해 밝혔다.

GSA는 대통령 당선인이 결정되면 사무 공간과 인력, 자금을 제공한다. GSA의 허가 없이 바이든 인수위 측은 정부 이메일 주소를 받을 수도, 급여를 받을 수도 없다. 1963년 제정된 대통령직 인수인계법에 따라 GSA 청장은 ‘명백한 선거 승자’를 가려 발표하고, 당선인의 취임 준비를 돕는 인수위를 지원해왔다.

특히 당선인 인수위는 GSA 청장의 확정이 있어야만 정부윤리청(OGE)의 협조를 받을 수 있는데, OGE의 협조 없이는 장관 후보자들의 이해충돌 문제를 미리 파악할 수 없다. 미 FBI에 후보자를 조사를 해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 상원 인사청문회 인준을 원활히 받기 위해서 협조가 꼭 필요한 이유다.

GSA의 승자 확정은 주요 언론이 당선자를 지목한 후 하루 안에 발표되는 경우가 많았다. WP는 GSA의 승자 확정 지연은 트럼프 대통령이 정권 이양 과정에 비협조적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WP는 익명을 요구한 연방정부 관리를 인용해 “GSA 청장이 이번처럼 대통령 인수인계에 개입한 적은 없었다”며 “바이든 인수위원회와 접촉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전 GSA 고문인 로버트 매키천 주니어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직 대선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어 머피 청장으로서는 확정 발표를 하는 게 시기상조일 수 있다”고 반박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선 민주당 후보는 4일 밤(현지시간) 인수위원회 홈페이지(https://buildbackbetter.com/)를 신설했다.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선 민주당 후보는 4일 밤(현지시간) 인수위원회 홈페이지(https://buildbackbetter.com/)를 신설했다. [연합뉴스]

한편 지난 4일(현지시간) 인수위 웹사이트인 ‘빌드백베터닷컴(BuildBackBetter.com)’을 개설한 바이든 당선인 측은 “미국의 국가안보와 경제는 GSA의 빠른 결정에 달려있다”며 “(GSA가) 국민의 의사를 존중하고 매끄럽고 평화로운 정권 이양에 기여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당선인은 인수위 웹사이트에서 미국의 최우선 과제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경제 회복·인종 문제·기후변화 4가지를 제시했다.

인수위 활동이 차질을 빚은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당선된 2000년 대선 때도 당시 민주당 앨 고어 후보와의 개표 논란으로 선거 결과 확정이 지연돼 인수위가 12월 중순에야 공식 출범했다. 이 때문에 부시 대통령에게는 대통령직을 인수하는 데 다른 당선인의 절반 정도의 시간밖에 주어지지 않았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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