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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에 고통받았던 오바마노믹스···"바이든 경제 험로 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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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백악관에서 울컥한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과 조 바이든 당시 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2009년 백악관에서 울컥한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과 조 바이든 당시 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바이든의 경제가 오바마의 경제처럼 지난한 싸움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가 확정된 직후 뉴욕타임스(NYT)가 8일(현지시간) 경제 섹션에 실은 주요 기사의 제목이다. ‘바이드노믹스(Bidenomics)’라 불리는 바이든 당선인의 경제 정책이 험로를 걸을 것이란 전망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한 약 두 달 뒤에 대통령에 당선됐다. 바이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재확산이 한창인 상황에서 백악관에 입성하게 됐다. 금융위기와 감염병으로 원인은 다르지만 경제 위기 와중에 임기를 시작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바이드노믹스에 대한 우려를 내놓은 것은 바이든을 지지했던 NYT만이 아니다. 경제전문인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8일자에서 “새 대통령이 누가 되든 변치 않는 것이 두 가지 있다”며 “연방준비제도(Fed)와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이라고 전했다.

Fed의 국제경제 담당 수석 보좌관이자 재무부 차관을 지낸 네이선 쉬츠는 NYT에 “원 구성을 보면 Fed가 더 강력한 부양책을 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블루 웨이브(민주당이 백악관과 상하원 모두 장악) 시나리오 가능성이 작아지면서 (연방 정부 수준에서 펼칠 수 있는) 재정 팽창 가능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제롬 파월 Fed 의장

제롬 파월 Fed 의장

바이드노믹스의 믿을 구석으로 파월 의장에 기대는 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그가 소방수 역할을 자처해왔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에도 흔들리지 않던 파월은 코로나19 확산 초기였던 지난 3월 금리를 전격 인하했다. 당분간 제로 수준(0.00~0.25%)으로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분위기를 이어가는 등 경기 부양을 위한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펼쳐왔다.

중앙은행장인 파월의 역할은 중요하지만 한계는 분명하다. 제로 금리 상황에서 구사할 수 있는 통화 정책이 충분하지 않아서다. 파월이 재정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던 이유다. NYT도 “파월은 Fed가 (경기 부양을 위해) 쓸 수 있는 카드엔 한계가 있음을 강조해왔다”고 덧붙였다.

바이드노믹스 설계자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바이드노믹스 설계자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바이드노믹스가 오바마노믹스의 닮은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에도 바이든 당선인은 오바마보다는 어려운 길을 걷게 될 전망이다. 만만치 않은 적군이 도사리고 있어서다. 바로 의회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경우 상·하원까지 모두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는 호재를 누렸다. 판세가 뒤집힌 건 2011년 선거다. 하원을 공화당이 장악한 뒤로 사사건건 오바마 행정부의 발목을 잡았다. 바이든 당선인은 시작부터 상원을 공화당에 빼앗길 공산이 크다. 9일 오후 5시 현재 양당이 각각 48석씩을 확보했고 남은 의석수는 4석이다. WSJ부터 NYT까지 상원은 공화당의 우세를 점치고 있다.

NYT는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오바마의 경제 정책은 의회에 발목을 잡혀 느릿느릿 고통스러운 걸음을 걸었다”며 “바이든 역시 소름 끼칠 정도로 비슷한 상황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자산운용사인 파 밀러 앤드 워싱턴의 마이클 파 회장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시장은 대통령 선거의 승자가 아니라 의회가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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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드노믹스의 앞날을 가늠할 첫 번째 관문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추가 경기부양책이다. 규모를 키우자는 민주당과 규모를 줄이자는 공화당의 입장이 맞서고 있어서다.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로 협상의 키를 쥐게 될 가능성이 큰 미치 맥코넬 의원은 최근 “연내에 부양책을 가결해야 한다”면서도 “최근 노동 관련 지표 등이 호전된 것을 보면 부양책 규모는 비교적 축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과의 협상 교착이 호전되지 않으리란 암울한 전망을 부르는 언급이었다. 민주당은 경기부양책 규모를 키워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양당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대통령과 의회가 엇박자를 내면서 바이드노믹스의 추진 속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도 시장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WSJ는 “트럼프로 인한 불확실성이 사라졌다는 것에 시장은 일단 안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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