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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우세’ 속 ‘공화당 상원’ 효과? 코스피·원화가치 ↑

중앙일보

입력

‘붉은 신기루(처음에는 공화당이 우세한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민주당이 우세한 것으로 드러나는 현상)’는 지나갔다. 미국 대선이라는 큰 이벤트가 지나갔다는 안도감에 주식시장은 강세를 보였다.

조 바이든 미 민주당 후보.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 민주당 후보. [로이터=연합뉴스]

4일(현지시각) 뉴욕 증시는 나스닥 지수(+3.85%)를 중심으로 크게 올랐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다우존스 지수도 각각 2.2%와 1.34% 올랐다.

바이든 우세하지만 ‘공화당 상원’ 효과 커 

5G 관련 업종과 대형 기술주는 ‘트럼프 수혜주’로, 신재생·인프라·헬스케어 관련 주식은 ‘바이든 수혜주’로 알려져 있다. 각 후보가 크게 지원하겠다고 공약을 내세웠거나, 당선 시 상대적으로 순항할 것으로 예상하는 업종들이다.

그런데 바이든 후보의 우세 소식이 알려진 4일 페이스북(+8.32%)·알파벳(+6.09%)·아마존(+6.32%)·애플(+4.08%)·마이크로소프트(+4.82%) 등 대형기술주 가격도 올랐다.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 지위를 지키면서 이른바 ‘블루 웨이브(상하원 민주당 장악)’를 피했다는 안도감에서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단기 시장 반응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대통령보다는 양원 분점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대형 기술주를 규제하는 반독점법 개정을 추진하려 할 수 있지만, 상원 과반을 확보한 공화당이 그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미국처럼 의회의 힘이 강력한 나라에선 의회의 동의 없이 대통령의 의지만으로 정책을 집행하기란 어렵다. 9월 이후 추가부양책 협상이 난항을 겪은 것도 상원의 반대 때문이었다. 4일(현지시간) CNBC에 출연한 제레미 시걸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을 유지하면 법인세 등 세금 인상이 어려울 것”이라며 “바이든 당선과 공화당 우위 상원의 시나리오는 주가에 긍정적 요소가 크다”고 설명했다.

돌아온 외국인, 코스피 2400 상승 견인

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은행 여의도지점 스마트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56.47포인트(2.40%) 오른 2,413.79로 약 50일 만에 2,410선을 회복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9.5원 떨어진 1,128.20원을 기록했다. 뉴스1

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은행 여의도지점 스마트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56.47포인트(2.40%) 오른 2,413.79로 약 50일 만에 2,410선을 회복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9.5원 떨어진 1,128.20원을 기록했다. 뉴스1

뉴욕 장 마감 뒤 열린 5일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바이든 관련주가 급상승했다. 한화솔루션(+12.3%)·금호석유(+14.5%) 등 태양광 에너지 관련주, LG화학(+4.15%)·SK이노베이션(+4.55%)·삼성SDI(+5.33%) 등 2차전지 관련주, 삼성바이오로직스(+6.55%)·씨젠(+7.38%) 등 바이오 업종 주가가 크게 올랐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 예상될 땐 하락했던 종목들로, 하루 만에 희비가 엇갈렸다.

기관·외국인의 ‘사자’ 행렬이 이어지며 코스피·코스닥 모두 2%대 급등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56.47포인트(2.4%) 오른 2413.79에,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17.83포인트(2.16%) 오른 844.8에 거래를 마쳤다. 마감 기준 코스피가 2400을 넘은 건 지난달 13일 이후로 거의 한 달 만이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증시브리프를 통해 “바이든 후보의 우세에도 공화당의 상원 차지 가능성 상승에 따른 기업 증세와 규제 지연 기대감 등으로 기관·외국인의 대규모 매수세 유입돼 코스피가 2%대 급등 마감했다”고 했다. 외국인은 이날 1조1385억원어치 순매수에 나섰는데, 이는 석달 만에 최대 규모다.

이른바 ‘안도 랠리’다. 변준호 흥국증권 연구원은 “금융시장은 대선 이후의 불확실성을 이미 대선 전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변 연구원은 “박빙의 결과는 다수가 생각했고 트럼프는 미리 대선 불복을 알렸기 때문에 현재 상황은 투자자들에게 새롭지 않다”면서 “시장은 악재보다는 추가 부양책과 새 정부 기대감과 같은 호재에 더 민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이런 ‘수혜주 효과’는 잠시에 그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한지영·김윤보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2016년 트럼프 당선 시 수혜업종이었던 금융·소재·에너지 업종은 대선 이후 한 달 동안 여타 업종대비 크게 올랐지만 이후 성과는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이날 원화가치는 급등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가치는 달러당 9.5원 오른(환율은 하락) 1128.2원에 마감했다. 바이든 후보의 당선이 유력해지면서 미·중 무역갈등이 완화돼 위안화가 강세를 띨 수 있다는 전망이 영향을 미쳤다. 트럼프 대통령에 비해 경기부양책을 확대할 여지가 있다는 점도 달러약세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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