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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진 대책에도 '유턴 기업' 찔끔 증가…갈길 먼 리쇼어링

중앙일보

입력

해외로 나갔다가 올해 국내로 돌아온 '유턴 기업' 수가 21개로 집계됐다. 지난해 1년간 유턴 기업 수(16개)를 넘어섰다. 하지만 정부가 관련 대책을 쏟아낸 데 비하면 미미한 실적이다. 기업 규제 완화와 노동시장 유연화 같은 근본적인 대책이 없으면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활성화는 요원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성윤모(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7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첨단산업 세계공장 도약을 위한 소재·부품·장비 2.0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유턴기업 지원대책 등을 발표했다.뉴스1

성윤모(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7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첨단산업 세계공장 도약을 위한 소재·부품·장비 2.0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유턴기업 지원대책 등을 발표했다.뉴스1

올해 1~11월 유턴 기업 21개 

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21개 기업이 유턴 기업으로 선정됐다. 유턴 기업 수가 가장 많았던 2014년(20개)을 넘었다. 이중 대‧중견 기업은 6곳이다. 해외로 나간 대‧중견 기업 중 국내로 돌아온 기업은 2014~16년 2곳, 지난해는 4개였다.

산업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K방역의 성공과 유턴 보조금 신설 및 지원 확대, 스마트공장 지원 강화 등 정부의 적극적인 유턴 활성화 대책에 힘입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리쇼어링 기업 수.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미국의 리쇼어링 기업 수.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10일부터는 유턴 기업에 대한 지원책이 확대된다. 정부가 ‘해외진출기업의 국내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시행규칙을 개정한다.

이에 따르면 연구개발(R&D) 센터와 같은 연구시설도 국내로 복귀하면 지원받을 수 있다. 유턴 기업으로 인정받아 정부 지원을 받으려면 해외사업장 생산량의 일정 부분을 감축하고, 국내 신증설 투자 등을 해야 하는데, 연구시설은 일반 사업장과 달리 생산량을 측정할 수 없어서 종전 기준으로는 인정받기가 어려웠다.

이에 정부는 해외사업장 축소 기준에 '경상연구개발비'를 신설하고, 해외 연구시설 규모에 따라 해외사업장 축소비율도 차등화했다.

해외사업장 유턴 기업 인정 요건도 완화했다. 한국표준산업분류 소분류 상 같은 업종만 유턴 기업으로 인정했지만, 소분류가 다르더라도 '국내복귀기업지원위원회' 심의를 통해 동일성을 인정할 수 있게 했다.

비수도권만 받을 수 있었던 보조금 지원 대상 지역도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으로 확대했다. 다만 수도권은 첨단업종에 한정해 보조금을 지급한다.

권평오 코트라 사장이 지난 6월 충남 천안시 충남지방중소벤처기업청에서 개최된 '2020 유턴기업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코트라는 하반기 유턴기업 지원제도를 안내하고 현장의견을 듣기 위해 이번 간담회를 마련했다. 간담회에는 자동차부품, 전자부품, 소비재 분야 중소·중견 유턴기업 9개사가 참석했다. 뉴스1

권평오 코트라 사장이 지난 6월 충남 천안시 충남지방중소벤처기업청에서 개최된 '2020 유턴기업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코트라는 하반기 유턴기업 지원제도를 안내하고 현장의견을 듣기 위해 이번 간담회를 마련했다. 간담회에는 자동차부품, 전자부품, 소비재 분야 중소·중견 유턴기업 9개사가 참석했다. 뉴스1

그러나 유턴 활성화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많다. 우선 현장에서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강기윤 미래통합당 의원에 따르면 2014년부터 올해 6월 현재까지 유턴 기업 71개 중 토지 매입 및 설비투자 국가보조금을 지원받은 곳은 10개에 그쳤다. 같은 기간 고용보조금을 받은 기업 수 역시 11개에 머물렀다.

해외 진출 기업 80% “한국으로 안 돌아와”

유턴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도 여전하다. 코트라가 권명호 국민의힘 의원에 제출한 ‘해외 진출 우리 기업 경영 현황 및 이전 수요 설문조사’ 자료에 따르면, 외국에 법인을 둔 우리 기업 중 79.2%는 “정부 지원이 있더라도 한국으로 이전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지난 2~3월 해외에 회사를 둔 기업 1028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다.

유턴을 고려하지 않는 이유를 묻자(복수응답) ‘생산비용이 오른다’고 답한 기업이 66.7%로 가장 많았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과 최저임금 상승 등 경직된 노동환경을 꼽는 기업도 58.3%에 이른다. 이어 각종 규제(33.3%)와 구인난(25%) 순으로 응답했다.

권명호 의원은 “대부분의 기업이 생산비용 상승과 노동환경, 각종 규제 등으로 한국으로 이전을 고려하지 않겠다고 답했다”며 “해외진출기업들이 국내로 복귀하기 위해서는 문재인 정부가 노동 관련 규제와 기업을 옥죄는 반기업 정서를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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