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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신기술 대체율 1위 오른 외교부 “통번역 부처 인식 처참”

중앙일보

입력

인공지능(AI) 이미지. [사진 픽사베이]

인공지능(AI) 이미지. [사진 픽사베이]

미래 신기술로 중앙부처 공무원을 얼마나 대체할 수 있을지 다룬 행정안전부 최근 보고서가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관가에선 “부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분석이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이런 말이 나오는 배경과 논란이 된 보고서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봤다.

행안부, 신기술의 인력 대체 가능성 분석 #“통번역 등 공무직 많은 외교부 대체율 최고” #외교부 “통번역은 추가 업무, 전담 어려워” #“묵묵히 격무 해내는 직원들 불필요하다니” #통번역, 기록물 관리와 장차관 수행 등으로 분류

행안부는 연세대 산학협력단에 ‘미래 신기술 도입에 따른 정부인력 운용방안’ 용역을 의뢰해 지난해 9월 보고서를 제출받았다.

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인공지능(AI)·빅데이터·로봇 같은 미래 신기술 도입 시 18개 중앙부처 공무원 1만2114명(2019년 9월 기준) 가운데 3006명(25%)을 기술로 대체할 수 있다. 물론 내재화·상용화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전체 인원 대비 대체 가능 인력 비율이 가장 높은 부처는 외교부(38%)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낮은 부처는 중소벤처기업부(18%)였다. 보고서는 “외교부 직원 689명 가운데 263명을 대체할 수 있다”며 “통번역 등 공무직이 많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외교부 전경. [뉴스1]

외교부 전경. [뉴스1]

하지만 외교부 내에서는 이런 분석에 대한 이견이 상당하다. 한 외교부 직원은 “20여년 근무하며 통번역 전담 인력이 이렇게 많다는 얘기는 처음 들었다”며 “언어 특채자를 말하는 것이라면 이들은 통번역 전담이 아니라 본 업무를 하다 수요가 있을 때 통번역을 하는데 그 업무 비중이 10%도 안 될 것”이라고 했다.

다른 외교부 직원 역시 “외무영사직 등이 정규 업무를 하면서 남들보다 언어를 잘한다는 이유로 추가 업무를 하는데, 보고서 내용은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외교부가 통번역 하는 곳으로 인식되다니 처참한 기분이 든다”는 의견도 있었다.

통역 업무를 오래 경험한 또 다른 외교부 직원은 “지역전문가나 언어 우수 인력이 통번역 업무를 추가로 해도 그에 따른 보상이 따로 없다”며 “격무에도 묵묵히 다양한 업무를 하는 이들을 가장 불필요한 사람처럼 보는 것은 사실관계뿐 아니라 지역전문가 양성이라는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부처별 신기술 대체 가능 비율과 인원.

부처별 신기술 대체 가능 비율과 인원.

이에 관해 행안부 관계자는 263명은 외교부에서 대체 가능한 모든 인력을 가리키는 것이지 통번역 인력만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 조직 기능을 분석할 때 통번역 업무를 별도 범주로 분류하지 않아 263명 가운데 통번역 인력이 몇 명인지는 가리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보고서에서 정부 조직 기능을 크게 4가지로 분류했다. 기획관리, 행정 운영, 평가·분석, 집행·운용이다. 통번역 업무는 대부분 집행·운용 기능 가운데 홈페이지·플랫폼 운영, 언론 기사 스크랩, 기록물 관리 업무에 포함했다. 극히 일부는 기획관리 범주인 장차관 연설문 작성, 장차관 수행에 속하는 것으로 봤다.

행안부 관계자는 외교부의 대체 가능 인력 비율을 가장 높게 본 것에 대해 “연구팀이 통번역을 담당하는 기술 수준이 가장 빨리 발전할 것으로 분석했다”며 “외교부에서 통번역을 담당하는 공무직 직급의 인력이 많아 이를 근거로 든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대부분의 통번역 업무가 속한다고 본 집행·운용 중 소프트웨어 관리 기능의 경우 100%가 5년 이내 대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상당히 가까운 시일 안에 인력 대체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의도 파악해야 하는 외교 통번역, AI로는 한계”

장차관 연설문 작성 등 일부 통번역 업무가 포함된다고 본 기획관리 기능 중 조직내부 관리 기능은 30%가량이 6~10년 이내, 30%가량이 21~30년 이내, 나머지는 11~20년 이내 자동화될 것으로 분석했다. 같은 통번역 업무라도 구체적 업무 내용에 따라 대체 가능성이 달라진다는 뜻이다.

이런 결과에 대해 외교부 직원은 “앱을 이용해보면 단순 통번역도 틀릴 때가 많다”며 “외교는 상대방의 몸짓과 말투 등에서 숨은 의도까지 파악해야 해 외교 통번역을 AI로 대체하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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