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천사병원' 문여는 '밥퍼' 사랑 최일도 목사

중앙일보

입력

ARS 전화(060-708-1588)부터 한 통 넣는 것도 좋겠다. 2천원이다.

그러면 각박한 이 사회에 온기를 한점 보태게 된다.

그렇게 모인 돈은 다일공동체(대표 최일도 목사)가 펼치고 있는 나눔과 섬김 운동을 잇는 젖줄이기 때문이다.

70여만부 팔린 '밥짓는 시인 퍼주는 사랑'이라는 에세이집과 실제로 굶주린 이들에게 밥을 퍼주는 활동으로 '밥퍼'목사라는 별명을 얻은 최일도 목사는 그 동안 펼쳐온 사랑의 실천이 열매를 맺고 있어 요즘 더 활달해졌다.

1988년 청량리역에서 행려자들에게 라면을 끓여주며 시작한 무료 급식 활동이 다음달 8일로 동대문구 답십리 3동에 '밥퍼 나눔식당'이라는, 비바람을 막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한다.

14년 만의 일이다.

또 불법 체류 외국인 노동자들과 무연고자들을 위한 무료병원인 다일천사병원도 계획 8년 만에 완공해 오는 10월 4일 개원한다.

의사.간호사 등 병원에서 진료활동을 펼 자원봉사자를 8백여명 확보해 놓았다. 유급직원은 의사 3명을 포함해 20명이다.

더 반가운 것은 후원자나 봉사활동에 가담하는 사람들이 기독교 신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종교를 갖지 않은 사람은 물론이고 천주교와 불교 신자도 많다.

불씨는 기독교에서 지폈지만 그 불은 전 국민이 참여하여 피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 모든 게 다 이 동네 주민들의 승리입니다. 서로가 '윈-윈'하는 지혜를 터득한 거죠. 주민들이 다일공동체의 나눔과 섬김의 모습을 보고 인식을 바꿨습니다. 시민의식의 성숙이라고 생각합니다. 헐벗고 굶주린 사람들에게도 인간답게 식탁에 앉아 음식을 먹을 권리가 있다고 인식한 거죠."

동대문구 전농 1동에 자리잡은 8층짜리 다일천사병원은 병상이 50개다. 임종을 앞둔 사람 25명과 불법 체류 외국인 노동자와 행려자 25명을 받을 예정이다. 철저히 무료다.

보건복지부에도 재정 지원을 요구하지 않는다. 지원을 요구할 수 없는 입장이라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인지도 모르겠다.

"정부 지원도 안 받아요. 정부 보조를 받으려면 의료분업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그러면 약국에서 약을 살 능력이 있는 사람을 받는 셈이지요. 그런 사람이라면 다일천사병원의 몫이 아니라는 판단입니다. 처절한 사람에게도 도움의 손길을 다 주지 못하는 마당에…."

그런데 중국과 베트남, 미국에까지 다일공동체를 퍼뜨렸다.

"한국의 가난한 사람들은 상대적 빈곤이 많지만 북한이나 중국에는 절대 빈곤에 허덕이는 사람이 많아요. 이 땅에 밥 굶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그들과 나눠야 합니다. 북한에 다일천사병원을 그대로 옮겨갈 수 있었으면…."

최목사는 대형 교회들의 선교방식에 대해서도 할말이 있었다.

"많은 교회들이 선교사를 외국으로 보내고 있어요. 거기에 드는 예산의 반 정도만 국내의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돌려도 한국의 이미지는 엄청 높아질 것입니다. 저는 무조건적으로 외국으로 나가서 퍼주는 것은 절대 반대입니다. 그리고 교회에 올 수조차 없는 사람들을 위해 자세를 낮춰가야지요."

다일공동체의 다음 프로젝트는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12만여평의 임야에 노인뿐만 아니라 장애인,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사람들까지 수용할 요양원을 짓는 것이다.

다일공동체가 펴고 있는 '천사운동'(1천4명에게서 1백만원씩 후원받음)의 7차와 8차로 마련되는 성금이 이 사업에 투입된다. 지금까지 여섯 차례 벌인 천사운동의 결실이 바로 다일천사병원이다. 02-2212-8004

88년 신학대학 졸업반 시절 청량리역 광장에 쓰러져 있던 함경도 할아버지와의 인연으로 시작된 그의 나눔과 섬김, 그리고 공동체 사람들과 가족에 대한 그의 사랑은 '밥짓는 시인…'(동아일보사), '참으로 소중하기에… 조금씩 놓아주기'(중앙 M&B)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밥짓는 시인…'이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였다면, '참으로 소중하기에…'는 그야말로 참으로 소중한데도 우리가 잘 모르는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핏줄을 나눴기에 가족이 아니라, 함께 하기에 핏줄이 되는 그런 가족입니다. 가족 이야기에 감동받았다는 편지가 많이 와 놀랐습니다."

인터뷰 중 여러 질문에 '책에 다 있는데…'라며 시간을 줄여야 하는 최목사는 '다시 태어난다면 최일도 목사처럼 살고 싶다'는 강원용 목사의 찬사대로 그 나눔과 섬김 활동만으로도 분명 행복한 목회자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