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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 코로나가 불러온 밍크의 비극…1700만 마리 살처분 운명

중앙일보

입력

덴마크의 한 농장에서 밍크가 좁은 철창 안에 갇혀 있다. AP=연합뉴스

덴마크의 한 농장에서 밍크가 좁은 철창 안에 갇혀 있다. A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덴마크에서 사육 중인 밍크 1700만 마리가 집단 살처분될 운명에 처했다. 모피용으로 좁은 철장 속에서 고통받아온 밍크가 코로나19로 인해 또다시 희생될 처지에 놓인 것이다.

로이터와 가디언 등에 따르면, 덴마크 정부는 밍크에서 사람으로 전염되는 변종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곧 개발될 백신을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있다며 현재 사육 중인 모든 밍크를 살처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4일(현지시각) 기자회견에서 “밍크에 있는 변종 바이러스가 앞으로 나올 백신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며 군과 경찰 등 국가 비상인력을 동원해 농장에 있는 밍크 1700만 마리를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살처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덴마크 정부에 따르면, 밍크로 인해 12명이 변종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충격” “밍크 사육 종식해야” 

덴마크의 한 밍크 농장에서 사육 중인 밍크를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덴마크의 한 밍크 농장에서 사육 중인 밍크를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덴마크는 세계 최대 밍크 모피 생산국이다. 전국적으로 약 1100개 농장에서 1500만~1700만 마리의 밍크를 사육하고 있다. 그 가치는 3억5천만~4억 유로(약 4636억원~5298억원)에 이른다. 이 중 200개 이상의 농장에서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확인됐다. 이에 따라,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덴마크 당국은 농장을 폐쇄하는 한편, 몇주에 걸쳐 살처분 작업을 진행해 왔다.

모피 업계는 반발했다. 모피 경매사인 매그너스 리정은 “충격이다. 정부는 덴마크의 모든 밍크를 죽일 것이다”라고 걱정했다. 그는 “네덜란드와 스페인, 스웨덴에서도 감염 사례가 있었지만 모두 통제됐다. 덴마크의 도살 결정은 예상 밖이다”고 덧붙였다.

덴마크 동물보호단체의 정책 자문 겸 수의사인 비르짓트 담은 “우리가 정말 해야 할 일은 밍크 농장 운영을 완전히 종식하고, 농장주들을 재교육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네덜란드도 밍크 집단 도살

네덜란드에서 코로나19 감염이 확인된 농장의 밍크들이 살처분된 모습. AFP=연합뉴스

네덜란드에서 코로나19 감염이 확인된 농장의 밍크들이 살처분된 모습. AFP=연합뉴스

미국과 네덜란드 등 다른 국가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해 희생되는 밍크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미국 유타주와 위스콘신주에서는 코로나19에 걸린 밍크 1만여 마리가 폐사했다. 밍크는 감염 하루 만에 목숨을 잃는 등 코로나19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네덜란드 당국은 밍크 농장 27곳에서 코로나19에 걸린 개체를 발견한 후 110만여 마리를 살처분했다. 같은 달 스페인에서도 밍크 9만여 마리가 코로나19에 감염돼 도살됐다. 반면 전 세계 밍크 모피의 3분의 1을 생산하는 중국에서는 아직 밍크가 코로나19에 걸린 사례가 보고되지 않았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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